올 한해를 집어삼킨 단어는 ‘코로나19’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불러온 위기 속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이 멈췄고 직격탄을 맞았다. 사상 초유의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부단히 애썼던 2020년, 우리의 1년을 되돌아 본다.(편집자 주)
올해 여름 최장 장마와 역대급 태풍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다. 장마는 7~8월 54일 동안 지속됐으며, 태풍은 3등급 이상의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우연히 일어난걸까?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는데, 최근 국내연구진이 이산화탄소가 증가할수록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폭우까지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은 지난 17일 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폭우와 태풍이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초고해상도 기후 모형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태풍의 발생 빈도는 다소 줄었지만, 한 번 발생하면 최고 시속 178km의 매우 강한 태풍이 약 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탄소 농도가 4배 증가하면 태풍이 발생할 때 쏟아지는 강수량이 최대 35% 가량 늘었다. 이 결과는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향후 자연 재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국제사회는 최근 몇 년 동안 ‘탄소중립 실현’이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인지하고 잇따라 이를 선언하고 있다. 정부도 올해 세계적 대세에 따라 한국판 뉴딜 일환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의 첫 걸음을 떼고, 이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처음 공식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2050년 탄소중립’ 첫 공식화…기후위기 대응, 속도감 있게 추진
정부는 올해 7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그린뉴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뉴딜의 세부 계획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3대 분야 8대 과제를 담았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처음 공식화하고,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규제에 이끌려 가기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과감히 도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열린 G20정상회의 제2세션 의제발언을 통해 올해 안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연대의 필요성이 중요해졌듯이, 기후위기도 G20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생존과 미래의 사활이 걸린 과제”라며 “범정부 추진 체계부터 강력히 구축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설치할 예정이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수립…2021년 관련 예산 3000억↑
에너지 전환지원, 탄소저감기술 개발 등 탄소중립 관련 내년도 사업 예산안도 3000억 원 증액돼 통과하면서 추진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이를 통해 저탄소 경제·사회 기반 조성을 위한 기업·산단 고효율 설비전환(115억 원↑), 그린모빌리티 확충을 위한 충전인프라 조기 구축(45억 원↑), 그린리모델링 조기 구축 및 민간 부문 제로에너지 건축 확산 촉진(235억 원↑) 등의 사업을 지원한다.
또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활동에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한다.
내년에는 투자세액공제 제도 전면 개편안에 따라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 범위도 확대한다.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이 에너지 다소비 시설을 고효율 설비로 교체할 때 비용을 지원해 산업계가 탄소중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세제 개편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도 발표했다. 이 추진전략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의 3대 정책방향과 이를 위한 기반으로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를 더해 ‘3+1’ 전략 틀을 마련했다.
아울러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 탄소중립 목표 달성 ‘한마음’
특히 정부는 지자체, 공공기관과 함께 탄소중립 달성 기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환경부와 강원도, 춘천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의 이행과제 중의 하나로 ‘강원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를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그린뉴딜의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환경부 산하 7개 공공기관은 대한민국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인 2050년까지 남은 기간을 절반으로 앞당겨 기관별로 오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도전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및 ‘제7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친환경선박 기술개발 및 보급 촉진의 기본방향을 제시한 ‘제1차 친환경선박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다음날에는 늘어나는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해양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이전의 1회용 플라스틱 감축 대책에 더해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고 사용된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대형 상용차 연도별 온실가스·연비 기준(2023~2025년)이 신설된다. 이에 따라 중·대형 상용차 제작사는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의 2021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준값 대비 2023년에는 2.0%, 2024년에는 4.5%, 2025년에는 7.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