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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대화하고 신뢰 쌓아 성공했죠”…이것이 그린 뉴딜 ‘주민참여 상생모델’

[4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제주 탐라해상풍력 마을

2021.05.25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5월 12일 김포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가 이제 제주 섬에 막 접근하고 있었다. 상공에서 창 바깥을 내다보니 해안가 에메랄드 쪽빛바다에 줄지어 세워진 거대한 풍력발전기 10기가 구름과 바다 안개 사이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주 시내에서 서쪽으로 40㎞ 떨어진 해안가 마을인 한경면 두모리·금등리는 판포리와 신창리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해변에서 가깝게는 600m, 더 멀리는 1200m가량 떨어진 해상에 80m(해수면 기준) 높이로 세워진 10기의 거대한 풍차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오후 1시 26분 마을 한쪽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상황실의 전력생산 모니터를 보니 ‘초속 11.4m, 북동풍’이 불고 있었다.

마을 앞 해변에 해상풍력발전기 10기가 돌아가기 시작한 건 2017년 9월부터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합작출자(탐라해상풍력발전㈜)해 건설·운영 중인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기로 해상 약 8만㎡에 총 30메가와트(㎿, 1기당 3㎿) 규모의 발전단지다. 제주에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는 총 119기인데 대부분 육상풍력이고 해상풍력은 아직 많지 않다. 두모리·금등리 두 마을은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주민 사이의 대표 상생모델로 꼽힌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바다에 위치한 국내 최초·최대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탐라해상풍력발전)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바다에 위치한 국내 최초·최대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탐라해상풍력발전)

10년 갈등 끝에 합의 이끈 대표 상생모델

4월 29일 두모리 김영택(59) 이장은 마을 대표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이달의 ‘한국판 뉴딜’ 상패를 받았다. 김 씨는 발전기들이 도는 바닷가를 가리키며 에너지지역이라고 자주 말했다.

“마을에 풍차(풍력발전기)가 들어와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발전기금으로 매년 지원받고 관광객도 생겨나 우리 마을에 이것저것 해볼 여건이 마련됐어요. 리조트 같이 소득을 올릴 만한 다른 일도 구상하고 있어요. 여기는 바람이 센 곳이라 풍력발전 전기생산 효율도 높아 사업자도 돈을 버는 곳이죠.”

이날 마을 해안에 바람이 온종일 세차게 불면서 풍력발전기도 쉼없이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했다. 오후 탐라해상풍력발전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실시간 발전현황판에는 10기 대부분 최대 발전용량(3㎿)에 도달하고 있었다. 두모리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마을 이장이 얼마 전에 서울에 가서 정부가 주는 큰 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은 두모리 500여 명, 금등리 150여 명이다. 종사하는 일로 보면 해녀·선주·광어양식업자, 어업 등으로 이뤄졌다.

전국 곳곳에서 육상·해상풍력 입지를 둘러싸고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 또 주민들 내부에서도 설치 원천 반대와 찬성, 주민 보상 방식과 규모, 소음 피해, 전자파 발생에 따른 농업·어업 피해, 조망권 등 주변 경관 침해를 놓고 논란과 갈등이 있다.

이 두 마을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발전사업 개발행위 시행허가를 받은 뒤에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0년 동안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 갈등과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난한 협의 과정이 이어졌다.

그런 힘겨운 과정을 거쳐 지금은 사회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그린 뉴딜의 대표 ‘주민참여형 해상풍력 상생모델’로 꼽힌다. 사업자와 어촌계·해녀·마을주민 등은 10년 가까이 밤낮으로 대화하고 설득하고 양보하면서 마침내 합의를 이뤘고 2015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17년 가을부터 발전기를 가동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선정자들에게 기념패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4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선정자들에게 기념패를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수익보다 ‘에너지 전환’ 시대적 요청에 호응

탐라해상풍력발전소에서 만난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는 “사업 초기에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일어선 건 아니다. 마을의 여러 주민이 ‘제주도청에서 허가를 내줬고 풍력은 국가 사업인 데다 특정 회사가 단순히 돈벌이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니므로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며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의제인 만큼 풍력을 무조건 반대하고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막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해상풍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해상풍력발전기 가동에 따른 소음과 어획량 감소 우려, 공사기간 동안의 피해보상, 앞으로 발전사업 수익 중 얼마를 언제까지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놓을지 등을 놓고 갈등과 대립이 반복됐다.

발전회사는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 우 대표는 보상·지원 목록 이전에 마을주민들과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한 것을 성공의 원인으로 꼽았다.

“회사가 투명하고 정직하게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줄기차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친분도 쌓이면서 점차 ‘저 사람들은 마을에 손해 끼치려고 온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쌓았죠. 우리는 수익이 주목적이 아니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시대적 요청이 있고 수익이 나면 반드시 공개하고 적절하게 나누겠다고 주민들에게 처음부터 말했어요. 아직 발전기가 착공·운영도 안 된 상태에서 수익과 비용은 불확실성투성이 아닙니까? 그러니 마을에 보상금·지원금으로 얼마를 줄 것이냐는 건 묻지도 말고 우리가 그런 식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줄 수도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나니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과 실행이 가능한 수준에서 피해보상과 수익금 배분 등에 합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5월 12일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 해안마을 앞에서 본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5월 12일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 해안마을 앞에서 본 탐라해상풍력 발전기.

소음과 어족 감소 우려도 말끔히 해소

마을 쪽도 점차 내부 갈등이 줄어들고 주민들 마음이 한쪽으로 모였다. 금등리 고춘희(68) 이장은 “처음엔 풍력발전 설치공사 피해보상 및 마을 지원금액 규모와 배분을 놓고 어촌계, 해녀, 선주 사이에 갈등하면서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며 “점차 금등리·두모리 양쪽 마을에서 이장이 주축이 된 마을대표가 주도하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서로 욕심을 줄이고 양보하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탐라풍력발전 회사도 적극적으로 도와줘 상생이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사에 따른 어선 조업 피해 등 ‘현존하는 명백한’ 피해보상 수준은 사업자와 마을이 제3의 연구조사 용역기관을 각각 선정해 감정한 뒤 합산 평균을 내는 방식을 취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발전기 소음 피해보상과 풍력발전기에서 전자파가 발생해 바다 물고기들이 죽어 어획량 감소 관련 대목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고 우선적으로 검증돼야 했다. 수익금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을 어느 정도씩 주민들에게 돌려주되 소음 및 어족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실상을 지켜보면서 다시 판단·협의하자는 쪽으로 합의했다.

막상 발전기가 가동되기 시작하자 소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해상풍력발전기는 바람이 초속 3m 이하면 자연히 돌지 않고 초속 25m 이상 강풍이 불면 안전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다. 고춘희 이장은 “바람이 없는 날은 발전기가 안 돌아가니 소음이 없고 바람이 많이 불면 발전기 돌아가는 소음이 묻힌다”고 말했다. 두 마을 해안은 바람이 연중 세차게 부는 곳이라서 발전기가 돌아갈 때 소음이 나더라도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잡아 없애주는 이른바 ‘백색소음 효과’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5월 12일 탐라해상풍력발전의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한 잠수촬영 전문가가 두모리·금등리 해상풍력발전 6호기 해저 기반 지대에서 어족량 등 해양생태 변화를 수중 관찰하는 모습이 보인다. 2020년 제3차 수중 촬영 영상이다.
5월 12일 탐라해상풍력발전의 사무실 컴퓨터 화면에 한 잠수촬영 전문가가 두모리·금등리 해상풍력발전 6호기 해저 기반 지대에서 어족량 등 해양생태 변화를 수중 관찰하는 모습이 보인다. 2020년 제3차 수중 촬영 영상이다.

“우리 마을에 풍력발전 더 많이 놓아주세요”

어획량 감소 우려는 되레 정반대 상황으로 바뀌었다. 풍력발전기 아래 해저 암반에는 발전된 전기를 육지로 끌어올 전선 케이블을 4~5㎞에 걸쳐 파묻었다. 이 작업 과정에서 바지선을 동원해 20톤 트럭 수 천대 분량의 돌멩이(이른바 ‘쇄석’)를 투입해 전선을 덮었다.

우 대표와 고춘희 이장은 “이것이 일종의 ‘인공 어초’ 역할을 해 쇄석에 미역·다시마·소라 등이 많이 서식하고 작은 물고기들도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어족이 이전보다 오히려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1년에 4번씩 발전기 구조물이 있는 해저층을 수중 촬영하는데 이날 5·6호기 촬영 영상을 보니 정말 각종 물고기들이 발전기 주변을 떼지어 오가고 있었다.

두 마을 주민들은 2019년 말 주민총회를 열고 마을 앞에 해상풍력발전기를 증설·확장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주도청에 냈다. 지금의 10기 뒤쪽 먼바다에 더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2023년쯤 증설이 시작되면 현재보다 발전용량이 훨씬 큰 5~8㎿짜리 풍력터빈(실증사업 혹은 연구·개발 중) 10기 이상이 더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5월 12일 탐라해상풍력발전 사무실 벽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두모리·금등리 해상풍력발전기(총 10기) 실시간 발전 현황 모니터 화면.
5월 12일 탐라해상풍력발전 사무실 벽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두모리·금등리 해상풍력발전기(총 10기) 실시간 발전 현황 모니터 화면.

재생에너지 비중 크게 늘려 해상풍력 5대 강국 도약을

정부는 ‘2030년 세계 해상풍력 5대 강국 도약’을 목표를 세웠다. 지금은 해상풍력발전시설 규모에서 세계 9위권이다. 우리나라의 사업용 총 발전설비용량(원자력·석탄화력·복합화력·신재생 포함)은 2019년 말 기준 총 12만 5000㎿다. 그중에 풍력설비는 1510㎿로 1% 정도에 그친다.

정부는 현재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10%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태양광·풍력발전설비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전국에 가동·운영 중인 육·해상 풍력발전단지는 2020년 말 현재 총 106개 단지(739기)로 제주에만 20개 단지(주로 바람이 강한 서쪽과 동쪽에 분포)에 풍력발전기 119기(총 300㎿)가 설치돼 돌아가고 있다.

제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마을 앞 바다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단지.(사진=한국에너지공단)
제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마을 앞 바다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단지.(사진=한국에너지공단)

수심 20m 아래 암반을 뚫고 발전기를 세운 탐라해상풍력은 100%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고 설계·제작·설치 등 전 공정에 국내 기술을 사용하는 등 국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해외에 풍력을 수출하기 위한 산업화 기반도 마련했다. 전력생산 가동률은 약 31.7%(연중 평균)로 하루 24시간 중 6~7시간가량 돌아간다. 연간 총 8만 5000메가와트시(㎿h)의 전력(2만 4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을 생산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3월 20일 탐라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다른 지역 풍력발전 입지 추진 과정에서도 이곳의 주민참여 상생모델 노하우를 배우고 또 전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등 일부 지역에는 풍력발전 사업에 주민이 직접 지분(주주)으로 참여해 수익이 나면 지분만큼 배당으로 나눠갖는 방식도 도입됐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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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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