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그 때,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우리 아이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습니다.”
지난 2018년 3월 아들 지호를 출산한 최정은씨는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엄마였다. 기다렸던 아이였고, 아이가 태어나면 완벽하게 키워내겠다는 다짐도 했던 터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지호의 얼굴빛은 점점 노랗게 변해갔고, 또래 아이보다 왜소했다. 그저 유전적으로 작고, 마른아이 이길 바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호의 병명은 ‘시트룰린혈증 2형’. 선천적으로 간 효소가 결핍돼 발생하는 병으로, 영양소 일부(탄수화물)가 분해되지 못해 체내에 독으로 쌓이는 희귀 난치성 대사 질환이다. 주로 20대 이후 발현할 가능성이 있고, 간성혼수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평생 병원을 다니며 관리를 해야 한다. 생후 100일도 되지 않은 아들에게 내려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최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주지 못한것 같아 자책감에 오랫동안 시달렸다”고 말했다.
당장 아이의 건강도 문제였지만, 장기전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고민이 앞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에 다녀야 할지, 직장은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그렇다면 남편 월급으로 아이 병원비까지 충당이 될지 경제적인 문제가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것이다.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뀐것은 6일간 입원했던 지호의 퇴원 진료비 계산서를 받아든 뒤부터다.
최씨는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퇴원 진료비 계산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며 “우리가 내야 할 본인부담금이 공단부담금보다 훨씬 적어 총 진료비 360만원 중 146만원만 부담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입원비가 이처럼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시행된 ‘15세 이하 아동 입원 진료비 본인부담률 인하’ 덕분이었다. 기존에는 본인부담률이 최고 20%에 달했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즉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5%로 낮춰지면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상복부, 하복부 초음파 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25만원에 달하던 진료비는 1만2000원으로 줄어들었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퇴원 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할 외래진료는 또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호가 앓고 있는 질환 특성상 매주 채혈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하는 채혈도 수가가 높은 검사 항목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외래 진료를 받은 후 병원비 걱정을 하면서 수납을 하려는데, 산정특례로 등록돼 있다는 원무과 직원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도움이 절박했던 순간, 국가가 삶의 재난을 외면하지 않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으니 얼마나 큰 힘이 됐겠냐”며 울컥했다.
산정특례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거나 중증질환처럼 장기 요양을 해야 하는 환자들의 병원비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호처럼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산정특례제도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최씨는 “2018년 7월 산정특례적용 이후 그해 18차례나 치료를 받았는데도 부담액은 11만2000원에 불과했다”며 “산정특례적용이 안됐다면 112만원이 병원비로 빠져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씨가 감동을 받은 것은 상급병실(1~2인실)이 건강보험에 적용되고, 특진비(선택진료)가 폐지된 점이었다.
최씨는 “아이가 급하게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서 상급병실에 이틀이나 있었는데도 보험 적용이 돼 진료비의 50%만 부담했다”며 “또 이제는 병원을 옮겨 학계 권위자인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있지만 선택 진료비까지 폐지돼 큰돈이 들지 않는다”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