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경남 의령의 공중투하훈련장, 950피트(약 289m) 상공을 비행하던 공군 수송기 꽁무니에서 낙하산 4개가 잇따라 펼쳐지더니 조그만 물체가 낙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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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기엔 엄지손톱만 한 크기였지만, 사실 이 물체는 무려 5톤짜리 소형 전술차량. 낙하산이 있다지만 코끼리만 한 크기와 무게의 자동차가 하늘에서 무사히 떨어지는 게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빠르지만 안정감 있게 낙하하던 차량은 신기하리 만치 '사뿐히' 땅에 내려앉았다.

수많은 장병이 땀과 노하우를 쏟아부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완성한 공군공중기동정찰사령부(기동정찰사)의 '대량화물 투하훈련' 과정을 소개한다.
"대량화물 투하훈련, 왜 할까?"
'국가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전시에는 빠르고 효율적인 군수물자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량, 무기, 의약품, 연료 등의 군수물자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상 보급로가 차단됐거나 아군이 적진 안에 고립된다면 어떻게 군수물자를 보급할까? 대안은 '공중 투하'다.
기동정찰사는 전시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공중에서 보급하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18~19일 '2025 자유의 방패(FS)' 연습의 하나로 대량화물 투하훈련을 했다.

Step1: 포장? 의장!
지난 18일 공군 김해기지 공정화물의장작업장은 소형 전술차량, 화기, 탄약, 통신장비, 전투식량 등 공중 투하할 각종 물자를 의장하는 손길로 분주했다.
의장이란 화물을 공중 투하하기 위해 규격화한 다음 항공기에 묶을 수 있도록 포장 및 낙하장치를 부착하는 일련의 절차다. 투하한 화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무게는 물론 끈 상태, 낙하산 크기, 화물 연결방식 등 30가지 이상의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육군2신속대응사단이 필요한 물자를 김해기지로 후송했고, 공군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공정화물의장대와 2신속대응사단 공수근무지원소대 장병들이 의장에 함께했다.
김용민(상사) 검사관은 "돌풍 등의 변수에 대응하면서도 정확한 위치에 대량물자를 보급해야 하는 만큼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투하를 위해 고속낙하산을 사용했다.
고속낙하는 아무래도 파손 위험이 커 의장에 몇 배로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이번처럼 소형 전술차량이나 통신장비 등이 대거 포함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소형 전술차량은 무게가 5톤이 넘어 의장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차량을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넓은 철판 위에 올린 뒤 완충재를 차량 옆·위에 둘러싸고 낙하산과 연결한다.
관건은 무게중심. 투하할 때 차가 기울거나 뒤집히지 않고 균형을 맞춰 그대로 착지할 수 있도록 낙하산과 연결된 끈 하나하나가 지탱할 수 있는 무게를 계산해야 한다.
하나라도 오차가 생기면 끈이 끊어져 곤두박질치는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Step2: 탑재와 검사, 검사, 검사
의장을 마친 물자는 현장검사, 탑재 전 검사를 거쳐 C-130 수송기 2대와 CN-235 수송기 2대에 각각 적재했다.
이때도 무게와 투하 순서를 고려해 제 위치에 맞는 물자를 실어야 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탑재 후 검사를 해야 한다.
정확한 방법으로, 제 위치에 설치됐는지 3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한다.
김 검사관은 "화물을 제대로 의장하지 않으면 투하 과정에서 수송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자유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ep3: 유도·관제와 투하
의장과 수송기 적재가 끝났다면 남은 건 투하다.
투하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정확한 지점에 화물을 투하하려면 고도와 속도를 맞춰야 하고 낙하산도 문제없이 펼쳐져야 한다.

항공특수통제사(CCT)와의 호흡도 필수. 지난 19일 오후 화물을 적재한 수송기가 김해기지를 이륙해 낙하지점(DZ·Drop Zone)인 공중투하훈련장으로 향했다.
같은 시간 낙하지점에서는 항공특수통제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항공특수통제사는 항공기를 유도·관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의 특수부대원이다.
기후나 주변 상황에 맞춰 수송기의 고도·속도·방향 등을 계산해 화물이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도록 조종사와 실시간 소통한다.

수송기가 낙하지점 상공에 가까워지자 항공특수통제사들이 연막탄을 피워 투하 위치로 수송기를 유도했다.
첫 투하물품은 C-130에 적재된 소형 전술차량.
수송기가 정확한 지점에 도달하자 항공특수통제사가 신호를 보냈고 삽시간에 개방된 후방 도어에서 차량이 튀어나왔다.
차량에는 4개의 낙하산이 설치됐는데, 차량 앞쪽에 설치된 추출낙하산이 먼저 펼쳐지며 차량을 수송기에서 꺼냈고 나머지 3개의 낙하산은 차량이 안전하게 착지하도록 해 줬다.
모든 낙하산이 이상 없이 펼쳐졌고 차량은 처음 수송기에 탑재됐던 상태 그대로 낙하지점에 안착했다.

항공특수통제사와의 교신에 따라 서서히 고도와 속도를 낮춘 4대의 수송기가 각각 950·650·600피트에서 물자를 투하했다.
나머지 물자도 성공적으로 낙하지점에 착지했고 공정화물의장대 장병들이 무려 11톤의 화물을 회수하는 것으로 1박2일의 훈련은 마무리됐다.
류한림(중사) 검사관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실전에서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끊임 없는 훈련을 통해 유사시 아군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물자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일보 송시연 기자/정책브리핑 손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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