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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오브제로!…'古브제' 가치 외국인들이 먼저 알아봐요"

대한민국공예품대전 대통령상 수상 소중한 작가

2026.01.29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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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이수자로 전통 공예의 명맥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소중한 작가.
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이수자로 전통 공예의 명맥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가구를 제작하고 있는 소중한 작가. 사진 C영상미디어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박람회 '2026 메종&오브제(Maison&Objet)'. 전 세계 디자인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주는 이곳에서 한국의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생활용품과 가구, 패션 아이템, 주얼리 등 'K-공예품'을 한데 모은 '케이 모먼트(K-Moment)' 부스가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품작 가운데는 제5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소중한(42) 작가의 '미니 연상'과 '미니 경상', '미니 반닫이'도 포함됐다. 소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미니어처 가구를 제작했다. 조형미와 소장 가치를 동시에 갖춘 그의 작품은 한국 전통 공예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현대적 오브제로 제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소 작가는 국가무형유산 소목장(小木匠) 보유자 소병진 선생의 차남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수자로서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나무로 전통 생활가구를 제작하는 소목장은 농과 장, 책장, 문방구류 등 의식주 전반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며 오랜 세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왔다. 그러나 현대화와 산업화로 전통 가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소목 기술 역시 설 자리를 잃 어가고 있다. 소 작가는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오늘날의 생활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에 담긴 모토인 '고브제(古;objet)'는 고전의 가치와 현대적 상상력의 조화를 의미한다.

그의 노력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전통 문방사우의 미학을 현대적 쓰임으로 확장한 '연화' 시리즈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상, 제13회 대한황실공예대전 대상, 제30회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전통 공예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소 작가를 전북 완주에 있는 그의 작업장에서 만났다. 소병진 장인의 교육전수장이기도 한 완주소목학교는 엄청난 양의 목재, 부자(父子)의 작품, 손때가 밴 작업 도구, 대패밥 등 장인들의 시간과 흔적으로 가득했다.

2025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소중한 작가의 '연화' 시리즈. 전통 문방사우(文房四友)의 미학을 현대적 쓰임으로 확장했다.
2025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소중한 작가의 '연화' 시리즈. 전통 문방사우(文房四友)의 미학을 현대적 쓰임으로 확장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소목장이란 개념부터 알고 싶다.

오래전부터 나무를 다루는 장인을 목장(木匠) 또는 목수라고 불렀다. 목장은 크게 대목장과 소목장으로 나뉜다. 대목장이 궁궐과 사찰, 주택 등 건축물을 짓는 역할을 맡는다면 소목장은 건축물 내부에 놓이는 가구와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나무를 하나하나 깎아 못이나 접착제 없이 나무끼리 단단하게 맞물리게 하는 '짜맞춤' 방식으로 장과 농, 반닫이, 문갑, 경대 등의 목가구는 물론 문과 창호까지 만들었다. 나무로 모든 것을 만들던 시절, 소목장은 우리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지금은 플라스틱과 합성소재, 조립식 가구, 대량 생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설 자리가 좁아졌지만 여전히 명맥을 잇고 전통의 가치를 지켜가는 장인들이 있다.

어떻게 소목장의 길로 들어섰나.

소목장인 아버지 곁에서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랐다. 초등학생 때 학교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아버지 공방으로 가 바닥에 쌓인 대패밥을 가지고 놀곤 했다. 원래 블록을 조립하거나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그런 시간이 재미있었다. 아버지가 나무를 깎고 다듬고 맞추는 과정을 곁에서 보며 이 세계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이게 됐다. 작품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컸고 그게 좋아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아버지가 국가무형유산이라서, 가업이라서라기보다는 정말 내가 좋아서 해온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는 게으른 편이었는데 나무가 너무 좋고 만들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공방으로 발길이 향했다. 사명감이 아니라 열정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소목장의 매력이란?

소목장이 가구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목장의 작품에 쓰이는 나무들은 대를 이을 만큼의 오랜 시간 동안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작품의 재료로 인정받는다. 요즘같이 빠르고 편리한 시대에 어쩌면 잘 이해되지 않을 만큼 우직하고 힘든 작업이다. 이후에도 나무를 깎고 다듬고 짜맞추는 섬세한 작업이 이어진다. 그런 기다림과 과정 자체가 좋다. 마지막에 '탁' 하고 아귀가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무는 베어진 뒤에도 숨을 쉰다고 한다. 습도에 따라 수분을 흡수하거나 내보내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충분히 말린 목재로 가구를 만들어도 이러한 성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무는 열과 부식에도 약한 재료다. 따라서 가구를 짜맞출 때는 이런 특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나무의 크기가 조금만 변해도 장이 틀어지고 아귀가 어긋난다. 그 순간 가구는 제 기능을 잃고 수명을 다하게 된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아들로 부담이 더 컸을 것 같다. 이수자가 되는 과정은 어땠나.

아버지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라 자연스럽게 이수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적으로 내 선택이었다. 작가로서 제대로 서기 위해, 그리고 전통 공예의 뿌리를 잇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수자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을 때도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고 느껴 2년을 더 기다렸다. 교육을 받으면 3년 만에도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때 시험에 응시해 2023년 자격을 취득했다.

스승인 아버지의 가르침은 어땠나?

아들이라고 해서 더 세세하게 기술을 전수해 주시진 않으셨다. 물어보면 알려주셨지만 먼저 나서서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다. 스스로 부딪치고 깨달으며 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 주셨다. 그 방식이 오히려 내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더 열심히 해서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만 늘 강조한 점은 분명했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중요한 것은 '나무를 어떻게 쓰느냐'였다. 나무에는 저마다 고유한 무늬가 있고 가구를 만들 때 그 무늬 외에 다른 꾸밈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셨다. 결국 작품의 완성도는 나무를 대하는 태도와 활용 방식에서 갈린다는 가르침이었다.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는 중이기도 하다.

전통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전통 가구를 과거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의 쓰임에 맞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순한 전통 가구의 재현을 넘어 고브제(古;objet)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古'와 'Object'를 결합한 이 단어에는 전통이 과거에 머무는 유산이 아니라 현대의 일상 속에서 예술적 오브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내 목표는 아버지처럼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되거나 거장이 되는 데 있지 않다.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며 나만의 색깔을 가진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체감할 만큼 반응이 크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만 명이 조금 넘는데 그중 70~80%가 외국인이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전통 공예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다는 걸 실감한다. 솔직히 이상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을 고리타분하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의 전통을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인다. 한국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더 지키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에서는 오히려 외국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가치를 알아봐 준다. 그 점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전통 공예 발전을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그나마 공예 분야에서 소목장은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다 보니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시장 규모도 작아 젊은 세대가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공방 운영비와 재료비 부담, 안정적인 판매처 부족까지 겹치며 전통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어렵게 이 길에 들어서도 생계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결국 전통 공예는 '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전통을 지키는 일과 삶을 유지하는 일이 함께 가능해질 때 비로소 다음 세대가 이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측면에서의 해법도 필요해 보인다.

전통 공예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팔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시대의 전통 가구는 그 자체로 멋있지만 그대로 쓰기에는 현실적인 거리감이 있다. 전통적 요소를 유지하되 세련되고 깔끔한 현대적 감각을 더했을 때 비로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작가로서 전시 활동을 이어가며 나만의 길을 더 단단히 다지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후계 양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배우고 싶다는 분도 많은데 아직은 하고 싶은 작업이 너무 많아 시간을 내지 못해 모두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작업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소중한'이란 이름 세 글자를 건 나만의 공방을 차리고 싶다.

<K-공감 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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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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