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나라

우리 문화 속 K-유전자

2026.03.20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말하기 속도

본문 듣기를 종료하였습니다.

글자크기 설정
목록
유영호. 그리팅맨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제도 라스팔마스). 2025
유영호. 그리팅맨 (스페인 그란카나리아제도 라스팔마스). 2025

우리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처음 보는 외국인은 종종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중 하나가 카페의 풍경이다. 우리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내가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 또한 그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본 외국인들은 충격을 받는다. 사진을 찍고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며 "믿기 힘든 나라"라고 말한다. 자기 나라에서는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장면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볼 수 있다.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노점상 앞에는 1000원짜리가 담긴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손님들은 굳이 바쁜 주인과 계산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알아서 상자에 돈을 넣고 거스름돈을 챙긴다. 상자 안의 돈을 훔쳐가거나 거스름돈을 더 가져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를 믿는 사회적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다. 

지하철 역사의 무인 양심 가판대나 편의점 밖에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파는 모습도 비슷하다. 어떤 나라에서는 몇 분 만에 사라질 물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종일 그 자리에 놓여 있다. 

이런 풍경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특징과도 연결된다. 치안에 대한 신뢰다. 외국 언론은 종종 '여성이 밤늦게 혼자 거리를 걸어도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는 점을 한국의 특징으로 꼽는다. 이런 평가를 들을 때 우리는 뿌듯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삶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공자도 살고 싶어 했던 군자의 나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려왔다. '예의를 중시하는 동쪽 나라'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우리를 그렇게 불렀지만 어느 순간 이 말은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우리가 어떤 꺼림칙한 행동을 하려다가도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서 그러면 안 되지"라고 말하며 멈추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를 갖추며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오랜 세월 우리의 유전자에 녹아있는 셈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군자지국(君子之國)' 또는 '군자불사지국(君子不死之國)'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 민족을 군자의 나라 혹은 군자가 죽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는 표현으로 '후한서' 동이열전에 실려있다. 

공자는 군자를 '끊임없는 자기 수양과 학습을 통해 인격적 완성을 추구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바로 동쪽에 있다는 것이다.

공자가 "구이(九夷)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구이는 한반도를 의미한다. 그러자 누군가 "그곳은 누추한데 어떻게 하시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군자가 거주한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논어' 자한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자도 살고 싶다고 했던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사는 곳이었다. 그러니 그 후손이 카페에서 노트북을 훔쳐가지 않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로 '예'를 형식적이고 낡은 문화, 하루빨리 버려야 할 유산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의 근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부모에 대한 효, 어른에 대한 공경, 지하철 노약자석과 임산부석 같은 약자에 대한 배려, 줄 서기와 분리수거 같은 공동체적 실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예의 근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이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공경심을 드러내는 예법이다. 유영호 작가는 남미 우루과이부터 유럽 스페인까지 세계 곳곳에 '그리팅맨'을 세워 한국의 예를 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종종 "전통과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나라"라고 평가한다. 수백 년 이어온 유교적 예절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디지털 사회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장 중요한 DNA일지도 모른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바로가기

공공누리 출처표시 및 변경을 금하는 조건으로 비상업적 이용이 가능합니다. (텍스트)
단, 사진, 이미지, 일러스트, 동영상 등의 일부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전부를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반드시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합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기사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제37조(출처의 명시)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12. 2.>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제138조
제13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1. 12. 2.>
1. 제35조제4항을 위반한 자
2. 제37조(제87조 및 제94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위반하여 출처를 명시하지 아니한 자
3. 제58조제3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재산권자의 표지를 하지 아니한 자
4. 제58조의2제2항(제63조의2, 제88조 및 제96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하여 저작자에게 알리지 아니한 자
5. 제105조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저작권대리중개업을 하거나, 제109조제2항에 따른 영업의 폐쇄명령을 받고 계속 그 영업을 한 자 [제목개정 2011. 12. 2.]
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이전다음기사

다음이 대통령,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재개 지시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실시간 인기뉴스 03.31. 19:25 기준

  1. 중동전쟁 위기극복 26.2조 원 추경…피해지원금 최대 60만원 지원 순위동일
  2. '고유가 피해지원금 범정부 TF' 구성…"빠른 시일 내 지급" 순위동일
  3. 이 대통령 "세계 경제 비상등…긴급재정경제명령 활용할 수도" 단계상승 2
  4. 지방정부·공공기관 '차량 5부제' 엄격 관리…"위반 시 벌칙 부과" 단계하락 1
  5. 장항준 "도파민 중독 시대, 답은 화면 밖…수요일엔 나가서 즐기자" 단계하락 1
  6. 청년·금융취약계층 대상 3개 미소금융 대출상품 31일 출시 순위동일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