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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흥도가 단종에게 올린 밥상에 숨은 마음

2026.03.27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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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스틸컷. 엄홍도가 단종에게 밥상을 올리고 반찬 시중을 들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스틸컷. 엄홍도가 단종에게 밥상을 올리고 반찬 시중을 들고 있다. 사진 쇼박스

우리는 스스로를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 부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는 한국인의 정이 절절하게 녹아있다. 어린 단종은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마을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삶의 의욕을 잃고 식음을 전폐한 그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었다. 촌장 엄흥도는 기어이 단종이 숟가락을 들게 만든다. 밥투정하는 자식을 달래 어떻게든 먹이려는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 장면 덕분에 이 영화는 권력다툼의 비정함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을 보여주는 영화로 기억된다.

정은 한국인의 생활방식

'정'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에 접하여 느끼는 마음'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정은 사물보다 사람 사이에서 더욱 깊게 형성된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살피며 걱정하는 마음, 그것이 곧 정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건강을 염려하고, 집안 사정을 헤아리며, 반찬을 나누는 행동 역시 모두 정에서 비롯된다. 이런 경험이 일상화되면서 한국인에게 정은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에게 이러한 정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에게 기꺼이 도움을 건네는 모습은 누리소통망(SNS)에서도 자주 화제가 된다. 서툰 한국어로 길을 묻는 이에게 목적지까지 함께 가주거나 차로 데려다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식당에서 추가 비용 없이 반찬을 더 내주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덤을 얹어주는 모습 역시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이다. 

식당 옆자리 군인이 "내 아들 같아서" 계산을 대신 해주는 사람도 종종 있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처럼 같은 공간에 있으면 타인도 곧 한 가족이라고 느낀다.

한국인의 정은 타인을 나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물론 이러한 정은 때로 지나친 관심으로 비칠 때도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이가 몇 살이냐", "옷이 얇아서 춥지 않냐", "밥은 먹었냐" 등 사생활 침해에 가까운 참견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가족을 대하듯이 관심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한국인에게 정은 논리나 규범을 넘어서는 감정이며 '남'이 아닌 '함께 살아갈 사람'을 향한 돌봄의 표현이다.

한국인의 정은 문화이자 가치

한국인이 유독 정이 많은 이유는 척박한 자연환경과 농경 중심의 생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농사 역시 품앗이와 두레 같은 공동 노동에 기대야 했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도덕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더해지면서 공동체 의식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정은 하나의 문화이자 가치로 자리 잡았다. 개인 중심의 삶이 강조되는 시대에도 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남아 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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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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