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0년대 이후, 자동차산업의 발전으로 80년대 이후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가용 승용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도심지에서의 만성적인 교통정체는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80년대 이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가며 지하철과 간선도로를 건설해왔다.
이러한 교통시설의 공급은 분명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었지만, 지하철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수송분담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간선도로를 만들고 나면 곧바로 자동차들이 몰려들어 도로를 가득 채워버려서, 도로를 건설한 보람이 없어지는 일이 계속 발생하였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가 계속 되어 온 셈이다.
더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이제는 더 이상 도로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땅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또한 환경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대규모 간선도로를 만드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남도시 순환고속화도로 건설이 지지부진한 것이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서 도시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철학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교통수요관리’(TDM; Transportation Demand Management)이다.
◇ 교통공급 대 교통수요
교통공급이란, 자동차를 위해 교통시설을 공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도로를 새로 만들고 터널과 교량을 만드는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교통시설을 공급하면, 일시적으로 도로의 소통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자가용을 끌고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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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간선도로 개통직후의 시원스런 모습. 하지만 곧바로 자동차들로 가득차버린다. © 서울시 |
결국 도로가 늘어난 만큼 자가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도로의 상황은 다시 예전 같은 만성정체 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즉, 자가용의 잠재수요가 모든 도로를 덮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에 아무리 도로를 공급해봤자 교통 혼잡완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교통 혼잡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그 방법은 바로 도로를 그냥 두고 자가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가용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여 교통 혼잡을 해결하는 “교통수요관리”의 기본개념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작정 자가용을 억제할 경우 사람들이 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교통수요관리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공공교통(버스나 지하철 등)에 대한 이용증진이 함께 따라야 한다. 공공교통에 투자하여 속도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혼잡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 교통수요관리의 장점과 그 종류들
교통수요관리는 무엇보다 값이 싸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의 대도시는 땅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도로를 건설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건설비보다 토지보상비에 돈이 더 드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교통수요관리는 운영적인 측면의 정책이므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아울러 시행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도 장점이다. 건설사업은 절대공기가 필요하여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교통수요관리는 운영시작 후, 즉각 시민들의 교통행태가 변하므로 효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교통수요관리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도로만 무작정 짓는 교통시설공급과 달리, 교통수요관리는 매우 다양한 정책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량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주5일 근무를 시행하거나 재택근무를 활성화하여 출근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교통량이 똑같더라도 시간적으로 분산을 시키는 방법도 있다. 즉 9시로 고정된 출퇴근시간을 8~10시로 분산시킨다면 교통 혼잡은 보다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은 돈을 이용한 방법이다. 차량구입과 소유, 운행에 대해 높은 부담을 지우게 할 수 있다. 차량구입 시 취득세와 등록세를 높게 하는 방법이 있고, 차량소유에 대해 부과하는 자동차세의 인상, 차량운행 시에 부과하는 휘발류세, 주행세, 도심혼잡통행료, 고율의 주차요금, 고율의 자동차 보험료 등을 적용시킨다면 자가용에 대한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그 외의 법적-제도적인 방법도 있다. 10부제, 5부제, 2부제 운행 같은 부제 운행, 주차난 해결을 위한 차고지 증명제도, 명절에 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차량진입제한, 도심 내 주차금지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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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추진하는 승용차 자율요일제 - 5부제의 일종이다. ©서울시 |
이렇게 교통수요관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공통적인 기본 철학은 바로 자가용을 매력 없는 교통수단으로 바꾸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교통을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바꾸는 데에 있다.
공공교통은 단위면적당 수송할 수 있는 사람 수가 훨씬 많고 에너지 소비도 훨씬 적으므로, 개인교통(자가용)에 비해 공공교통(버스, 지하철)의 이용률이 높을수록 보다 효율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 도심혼잡통행료에 대한 오해와 극복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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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3호터널 혼잡통행료 톨게이트 ©서울시 |
이번에는 교통수요관리의 대표적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심혼잡통행료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서울 도심지의 교통 혼잡은 서울 외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가용 승용차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자가용 승용차들을 억제하려면 도심 진입 혼잡통행료를 받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시행하기는 정말로 어려운데, 곳곳에서 극렬한 반대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극복방안을 생각해보자.
우선 혼잡통행료를 받아봤자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주장이다. 결국 자가용 수요는 줄이지 못하고 부담만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시행하고 있는 혼잡통행료인 남산 1, 3호 터널 혼잡통행료처럼 특정지역만 혼잡통행료를 낼 경우 특히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담은 줄이되 부담을 받는 사람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즉 조세정책에서 흔히 말하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책을 시행할 경우, 개개인이 받는 부담은 줄어들면서도 보다 많은 영역에 혼잡통행료가 적용되어 혼잡통행료의 목적에 부합하게 된다.
두 번째 주장은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면 자가용 운행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므로 그 지역의 경제가 죽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혼잡통행료의 가치재배분 기능을 무시한 생각이다. ‘가치재배분 기능’이란 이런 것이다. 만일 A라는 자가용 운행이 그다지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자가용은 운행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반면 다른 B라는 자가용 운행은 그 운행에 따른 큰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경우 혼잡통행료를 내고서라도 운행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B차량은 비록 혼잡통행료를 내긴 했지만 A차량이 없어진 관계로 교통소통이 좋아진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결국 B차량은 혼잡통행료를 낸 만큼, 좋은 교통소통이라는 이익을 얻은 것이다. 결국 B차량은 손해 본 것이 없고, A차량은 어차피 비생산적인 운행이었으므로 그 사회의 경제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 혼잡통행료의 형평성 문제
세 번째 주장은 제일 심각한 것으로서 형평성에 대한 주장이다. 한마디로, “혼잡통행료는 돈 많은 사람들만 차를 타고 다니겠다는 수작이 아닌가” 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오해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밑바탕에는 개인교통(자가용)은 고급스럽고 좋은 것이고, 공공교통(지하철, 버스)은 저질의 나쁜 것이며, 특히 버스는 ‘서민’들이나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교통정책가의 입장에서, 개인교통과 공공교통은 고급과 저급으로 구분되는 수단이 아니다. 둘 다 동일하게 사람을 이동시키는 수단인데, 개인교통은 공간 및 에너지 효율성이 지극히 낮고, 공공교통은 효율성이 높은 수단일 뿐이다. 교통수요관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교통을 버리고 공공교통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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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수송과 자가용 수송의 비교 ©서울시 |
따라서 혼잡통행료란, 무작정 개인교통 이용자를 괴롭혀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저급한 공공교통 수단으로 쫓겨나는 그런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교통 이용자들을 자발적으로 공공교통 이용자로 변신시키는 게 이 정책이 목적이다.
물론 현재의 공공교통 수준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그 때문에 공공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교통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공공교통의 수준을 그대로 둔 채 개인교통의 부담만 늘리면, 교통서비스 수준의 하향평준화가 일어나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개인교통이용자가 손해를 보는 만큼 공공교통의 서비스 질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결국 이것은 창과 방패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교통 이용자들을 공공교통 이용자로 변신시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공공교통의 수준을 높이는 창을 사용하고 개인교통의 수요를 억제하는 혼잡통행료를 방패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교통정책을 살펴보면, 방패보다는 창이 먼저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7월 1일을 목표로, 지선-간선으로 역할 분담되어 각각의 기능에 전문화된 노선개편, 환승객을 우대하는 통합요금제도, 버스의 속도를 높이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도, 승객들이 타고 내리기 쉽고 대용량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는 고급형 저상버스와 굴절버스 등 기존의 공공교통의 수준을 매우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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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가 낮아 타기 쉽고, 대용량인 굴절버스 ©서울시 |
이렇게, 공공교통의 수준이 높아져서, 속도와 서비스에 있어 개인교통의 수준에 도달한다면, 부유층이 되었던 하류층이 되었든 원하는 교통수단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공교통의 수준이 높아졌을 때에도, 여전히 개인교통이용자들이 많다면, 개인교통이용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주는 혼잡통행료라는 방패가 사용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혼잡통행료는 정부의 수익금이 된 후에 공공교통에 재투자 될 것이다.
따라서 그때가 되면, 공공교통 이용자들은 더 이상 개인교통이용자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교통이용자들은 자기들을 위해서 비용을 지불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혼잡통행료가 시행되어 개인교통이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공공교통에 투자된다면, 많은 개인교통이용자들이 이익을 받는 쪽에 서기 위해서 공공교통이용자로 변신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교통 혼잡은 더욱 사라지게 된다. 결국 혼잡통행료란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정책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진정으로 도우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 맺으며
지금 공공교통이용자들보다 개인교통이용자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에서 혼잡통행료는 분명 인기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직접세, 누진세가 사회적 평등실현에 기여를 하듯이, 개인교통이용자가 공공교통이용자를 돕는 혼잡통행료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와 교통시설의 효율적인 이용에 분명히 도움을 준다.
(1) 공공교통이용자들은 서비스 수준이 높아져서 좋고,
(2) 개인교통이용자들은 혼잡통행료를 낸 만큼 도로가 뚫려서 좋으며,
(3) 공공교통을 이용하고 싶은데 서비스수준이 나빠서 억지로 개인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공공교통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져서, 이제는 공공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좋다.
(4) 또한 정부는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다.
이렇듯, 교통시설을 더 이상 공급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교통수요관리는 매우 적절한 정책이며, 그 중에서도 혼잡통행료는 사회적인 부의 재분배 및 교통시설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넷포터 한우진 ianhan@hanmail.net (교통평론가)
신개념버스BRT와 서울교통정책 소개 http://cafe.naver.com/brt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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