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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①]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제정안

화의 폐지, 회사정리 절차 개편·회생 절차 일원화

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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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법과 화의법·파산법·개인채무자회생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통합도산법)’ 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파산 기업이 속출하는 이때 ‘통합도산법’ 제정은 우리 경제에 어떤 형태로든 탈출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를 찾은 민원인들이 개인회생 접수창구에 줄을 서 있다.

<사례1>
사회복지사로 근무중인 조모(39·여) 씨. 조씨는 은행과 카드회사에 16건 1억1057만원의 빚을 졌다. 보증금 500만원에 35만원짜리 월세에 살고 퇴직금과 중고 자동차를 합쳐도 전 재산이 264만 원에 불과한 조씨는 한때 개인파산을 신청할까 고민했다.

파산을 신청해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채무에서 자유롭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또 파산 선고로 면책이 결정되면 신용불량 기록까지 삭제되므로 이후 일정한 시일이 지나 복권되면 다시 금융거래를 하면서 재산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조씨는 선뜻 파산신청을 하지 못했다. 파산이 결정되면 다시 권리가 회복(복권)되기까지 많은 부분을 법적으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가령 산보 등 일시적 외출은 허용되지만 거주지를 상당기간 떠나야 할 경우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다른 사람과 면접하거나 통신하려고 해도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런 법적 제약은 재산 은닉을 방지하고 채권자들에게 파산자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려는 의도에서 규정된 것이다.

물론 파산에도 권리 능력이나 행위 능력, 소송 능력 등은 제한되지 않고 선거권이나 피선거권도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씨를 고민스럽게 만든 부분은 파산이 선고되면 15년째 근무하던 직장을 떠나야 하고 동시에 사회복지사로서의 자격이 정지된다는 점. 그렇게 된다면 그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맺어 왔던 많은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더구나 조씨는 당장 빚갚을 능력은 없지만 직장에서 매달 월급으로 211만 원을 받는 터였다.

조씨는 고민 끝에 모든 빚을 면제해 주는 파산신청을 포기하고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9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회생 제도를 신청했다. 실업자 남편과 여덟 살 난 아이를 둔 조씨는 생계비 매달 126만원을 뺀 85만원씩을 8년(96개월) 동안 갚겠다고 법원에 신청했다. 전체 채무의 79%를 갚는 셈이다.

법원은 조씨의 신청 내용을 심사한 후 개시 결정을 내렸다. 조씨는 비록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생계비로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팍팍하지만, 직장을 잃지 않고 채무를 스스로 갚아나갈 수 있게 됐다는 데 만족했다.

<사례2>
춘천에서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 A(60) 씨. 그는 얼마 전 채권자들이 자신을 상대로 춘천지법 파산부에 낸 파산신청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A씨는 개업한 병원의 부도로 수십억 원대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에 의해 파산신청된 것이었다.

직장 급여소득자는 개인회생제가 유리

현행 소비자 파산 제도는 소비자가 스스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거나 채권자에 의한 파산신청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8개월여에 걸쳐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으나 관련 민�형사소송이 수년째 진행중이어서 다른 소비자파산사건과 달리 파산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게 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별도의 면책 신청으로 면책이 확정돼 복권될 때까지 여러 공�사법상 제약을 받게 된다. 불행하게도 A씨가 채권자들에 의해 파산신청 당한 시점은 개인회생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던 때여서 그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A씨의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져 면책되면 다시 복권되기 위해 3~6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A씨와 앞서 언급한 조씨의 경우 중 어떤 경우가 더 나은 선택인지는 딱 집어 이야기하기 힘들다. 개인회생제도와 파산제도는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회생제도는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파산신청에 앞서 고려해 볼 만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법무부가 지난 9월8일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개인채무자회생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채무자의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함으로써 개인회생제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통합도산법은 2002년 11월 시안이 마련돼 지난해 2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방대한 법조항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못해 자동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 합의된 통합도산법은 화의 절차를 전면 폐지하고 회사정리 절차를 개편하는 등 회생 절차를 일원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통합도산법은 회사 정리절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불과했던 채권자협의회의 기능 및 권한을 대폭 강화해 관리인·감사를 선임 및 해임할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회생 계획 인가 후 회사 경영상태에 대해 실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희망하는 이해관계인에게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리면 회생 계획 인가 전에도 영업 양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신속한 절차와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포괄적 금지명령제도를 신설해 법원이 1개의 결정으로 모든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 관리인 유지제 도입으로 기업 정상화 촉진

그동안 제3자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하던 것을 현 법인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소위‘현행관리인유지(DIP)제도’를 도입해 지금껏 경영권이 박탈될 것을 우려해 회생 절차를 회피하던 부작용을 최소화해 기존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기업 정상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통합도산법은 현 법인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소위 '현행관리인유지' 제도를 도입해 회생 절차를 거쳐 기업 정상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받은 한 기업의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파산할 경우에도 일정 범위 내에서 채무자의 주거비·생계비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등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해 파산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한편 간이파산절차적용 채권상한액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또 파산 선고 후 면책을 신청하도록 한 것을 파산과 면책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 편의를 제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법원의 회생 절차 이전에 원활한 채무 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채권자와 채무자를 조정하는 개인채무조정위원회를 신설했다.

한편 외국의 도산 절차를 우리 법원에서 승인할 수 있도록 국내에 있는 채무자 재산의 처분 및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 금지 결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국제도산 규정을 신설했다.

이번 통합도산법 제정안은 2002년 시안이 대법원규칙에 세부절차를 모두 위임했던 것을 변제기간, 생계비 등 법 적용과 직결되는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재판 절차와 관련된 사항은 대법원규칙에 위임했다.

2002년 시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회생 계획의 경우 총변제액이 1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이 인가 결정을 하도록 하는 최저변제액 규정도 신설했다.

최근 대법원은 법무부의 통합도산법 입법예고에 발맞춰 정부기관과 대학, 변호사업계, 시민단체 및 금융업계 등으로 구성된 채무자회생제도 자문단 간담회를 갖고 개인회생제를 대폭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대법원은 우선 원금 감면을 위한 변제 기간 8년이 3~5년인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8년 이하의 변제기간에서도 부채의 원금 감면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의견을 긍정 검토하기로 했다. 또 대법원은 개인회생제 접수 때 준비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현재 38쪽에 달하는 신청서류를 앞으로 7쪽 내외로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직장을 가진 월급생활자이거나 자영업 등을 하는 영업소득자로 한정했던 신청 자격도 지속적인 수입이 있다고 인정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일용직 근로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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