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자고 일어나 보니 얼굴에 불긋불긋하게 뭐가 잔뜩 나 있었다. 피부과에 갔더니 여드름이란다. 갑자기 나이에 맞지 않게 왠 여드름이냐 싶어 의사에게 물었더니,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생활패턴의 변화나 스트레스때문에 여드름이 날 수 있다는 거였다. 소위 '스트레스성 성인 여드름'이었다.
의사는 치료를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말을 했다. 이유인즉슨, 여드름 치료는 의료보험 혜택이 되지 않아 진료비가 초진일 경우엔 1만1000이고 재진부터는 8000원씩 든다는 거였다. 거기다 약값도 비싸고,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짜고 피부 관리를 할 경우엔 하루 치료비가 몇 만원씩 나간다고 했다. 더욱이 여드름은 한두 번 병원 다녀서 치료되는 게 아니고 보통 4개월 정도 장기간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며칠 치료할거면 아예 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의사가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지, 너무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그 순간 병원비를 생각해봤다. 3일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흉터관리까지 하면 한달이면 거의 30만원의 돈이 들어가고 4개월이면 120만원이었다. 병원비만 그렇지 왔다갔다 차비까지 치면 너무도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그래서 병원치료를 포기했다.
대학 다닐 때도 여드름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치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벌써 15년이 흐르고 통합의료보험도 체계를 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여드름 치료에 의료보험은 적용이 안되고 있다.
여드름 치료는 질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미용 목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여드름을 미용목적으로만 봐야하는지는 의문이다. 심한 여드름은 크게 곪고 고름이 잡히고 흉터도 깊게 남긴다. 만약 그런 종기가 얼굴이 아닌 다른 부위에 낫다면 그걸 가라앉히기 위해 처방하는 약과 주사에는 의료보험적용이 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얼굴에 낫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감기 환자만큼이나 많은 여드름 환자(?)들에게 모두 보험혜택을 주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감기는 며칠 치료하면 되지만 여드름은 기간도 오래 걸리니 더욱 더 보험 재정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현실적으로 100% 의료보험 적용이 어렵다면, 치료비의 일부라도 의료보험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필자처럼 돈 때문에 엉망인 얼굴을 치료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여드름은 더 예뻐지기 위한 미용이 아니라 치료하지 않으면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히는 질병으로 인식해줬으면 한다.
국정넷포터 한경희(lupinus@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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