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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만(국정홍보처 차장) |
대한민국이 환갑을 맞이했습니다. 공식적인 정부수립을 기준으로 하면 환갑에서 3년을 빼야하지만 ‘1945년의 광복’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실질적인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환갑입니다.
다시 온 을유년…새로운 육십갑자의 시작
개인에게 ‘환갑’은 전통적으로 ‘삶을 뒤돌아보고 정리할 계기’를 의미했지만, 국가나 민족에게 있어 환갑은 항상 ‘새로운 시작’입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에게 있어서도 환갑이 ‘새로운 시작’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습니다.
1945년이 을유년(乙酉年)이었고, 올해가 다시 을유년입니다. 새로운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시작인 것이지요. 순환주기의 개념에서 동양의 육십갑자(60년)는 서양의 세기(century,100년)에 해당됩니다. 서양에서는 100년의 주기를 맞이할 때마다 대단한 기념식을 하지 않습니까?
정부의 광복 60주년기념사업회가 기념행사의 주제어(슬로건)로 ‘광복 60주년, 새로운 시작’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일 것입니다.
광복 60돌인 8월15일 서울에서 남북공동으로 열린 민족대축전은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는 ‘씻김굿’인 동시에 통일과 평화와 민족번영을 성취하기 위한 ‘단합대회’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광복과 해방의 혼용…남한은 광복절, 북한은 해방기념일
광복이냐, 해방이냐 명칭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남과 북은 ‘동일한 역사’를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의 ‘국권회복’을 남한에서는 ‘광복절’로, 북한에서는 ‘민족해방기념일’로 경축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광복과 해방이 혼용되고 있습니다만, 민족사적 의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겐 해방과 광복이라는 두 가지 용어가 통용되고 있다. 후자가 민족사적(民族史的) 의미와 관련해서 사용되는 것 같고, 따라서 전자보다 현저히 정신사적(精神史的) 문맥에 이어진다. ‘빛의 회복’이라 표상되는 역사의 의미는 암흑을 전제로 했던 것이고, 또한 성스러운 공간이 상정되었던 것이다.”(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현대문학사)
최인호, “조금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내 성은 하나무라가 될 뻔 했지”
해방둥이 소설가 최인호선생의 ‘광복 60년’에 대한 소회는 인상깊었습니다.
“엄마가 날 배고 임신중독증에 걸려 입에 거품을 물고 다 죽을 뻔 하셨다는데 바로 그해 여름에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었으니 나야 말로 배냇 해방둥이다. 조금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창씨개명하여 내 성이 하나무라(花村)가 될 뻔 하였지. 신생 대한민국에서 한글사관학교 1기생으로 태어났으니, 나야말로 대한민국의 나이테로구나. 한강다리 아래로 한강은 흐르고 우리의 인생도 흘러내린다.”(동아일보 2005년 8월 9일)
노 대통령…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태어난 최초 대통령
퀴즈를 하나 내볼까요?
“대한민국의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태어난 분은 몇 명일까요?”
잠시 망설이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방송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하는 ‘넌센스 퀴즈’가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도 있을 것이고….
네, 답은 노무현 대통령 한 분입니다.
이승만, 윤보선 등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은 19세기에 태어나셨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여섯 분의 전직 대통령은 일제 식민지 시절에 출생하셨습니다.
노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광복 이후’ 세대라는 얘기입니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이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통령이 된 분입니다.
현재 참여정부 각료의 80%가량이 ‘광복 이후' 세대입니다.
행정부만이 아닙니다. 정치권 재계 금융계 문화예술계 학계 언론계 시민운동계 노동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광복 이후’ 세대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스타 황우석 교수,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세계 메모리반도체업계의 선도자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Since 1945'로의 세대교체…국내외 역사 무대의 주역으로 부상
'신스 1945(Since 1945)'의 시대가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화려하게 개막했습니다. ‘Since 1945’는 1945년, 더 정확히는 광복절 이후 출생한 세대를 의미합니다. 제2, 제3의 최인호 선생과 제2, 제3의 노무현 대통령 같은 분들입니다. 또 제2, 제3의 황우석교수 조수미씨 황창규사장 같은 분들도 수두룩합니다.
일제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는 ‘Since 1945’가 국가를 직접 운영하기는 참여정부가 처음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Since 1945’는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의식의 문제일 것입니다. 광복 60주년은 바로 ‘의식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광복 이전’ 세대들도 ‘국가의 어른’으로서 아직 할 일이 많지만, ‘광복 이후’세대가 역사의 주역으로 전면 부상했다는 말입니다. 광복 60주년은 이런 시각에서 역사적 의미가 아주 큽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Since 1945(2차대전 이후 출생한 세대)’가 국가 최고지도자로 전면에 나선 지 오래되었습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전후(戰後) 세대’입니다.
‘광복이전’ 세대, 건국 산업화 민주화 3대 과업 완성
‘광복 이전’세대들은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현대사에 찬란한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그야말로 금자탑을 쌓으신 것이지요. 그들은 분단과 혼란 속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산업화(경제성장)와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것도 그 분들에게 빚진 바 큽니다.
“20세기 후반 40년 동안 한국은 흔히 근대로 가는 이중혁명으로 불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관문을 모두 통과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날의 어두운 역사의 터널에서 빠져 나와 역사의 양지로 진입하였다.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 동아시아 탈식민지사회의 이중혁명은 수많은 고통과 희생의 대가로 얻어진 한국사의 큰 결실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대상이기도 하다.”(이병천 강원대교수, 개발독재와 박정희시대)
'Since 1945'의 역사적 책무는 선진한국과 분단극복
이제 우리 민족 앞에 가로 놓인 과제는 선진화와 분단극복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과 분단극복은 이제 ‘광복 이후’세대, ‘Since 1945’의 책무일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곧 선진한국 실현과 남북통일을 위한 ‘Since 1945’의 새로운 진군입니다.
한국의 ‘전후 세대’도 막강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전후 세대’라고 합니다. 한국전쟁이 1953년 7월에 휴전되었으니, 구태여 이름을 붙이면 ‘Since 1953'으로 할 수 있겠습니다. ‘475세대(1970년대 긴급조치세대)’와 ‘386세대’가 ‘Since 1953'의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나이로는 40~50대입니다.
21세기 ‘선진 한국’과 ‘통일 한국’은 앞으로 대한민국 국적으로 태어나서 한국전쟁의 아픔을 직접 격은 ‘Since 1945'와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Since 1953'가 책임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순수 민정 실현…일제이후 6공까지 이어진 군정의 맥 단절
세대교체만이 광복 60년의 변화는 아닙니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100% 순수 민정(民政)’이 실현되었습니다. 군정(軍政)이 명실상부하게 종식되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 불행하게도 1910년 국권을 일본에 빼앗긴 이후 군국주의 정치, 군사정치의 연속선상에 있었습니다. 치욕의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군국주의가 35년간이나 한반도를 지배했습니다. 일본군에 의한 파쇼체제였지요. 광복 후에는 미군정 시대가 이어집니다. 미군은 남한지역에서 3년간 전권을 행사했습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탄생한 제3공화국 18년은 군사통치 그 자체였습니다. 군이 모든 국정을 좌우했습니다. 군정의 맥은 1980년대 5공 정부와 6공 정부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현대사는 군정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정의 맥은 문민정부 때 비로소 끊겼습니다. 정치군인의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된 ‘순수 민정’의 시대는 그만큼 짧습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러서야 순수 민정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광복, 진정한 해방은 분단극복이다
“대한민국,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어느 신문사 광복 60주년 특집 주제가 우리의 ‘걸어온 길’을 잘 함축해 주는 것 같습니다.
광복 60년은 곧 ‘분단 60년, 성장 60년, 민주화 60년’입니다.
앞으로 우리는‘국민 대통합’을 실현하여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광복, 진정한 해방은 바로 분단극복이며 우리 민족의 화합과 번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광복 60년,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을 키웁시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 정신으로!!
◎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 1956년 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서울경제 정경부장 ▲한국일보 경제부장·논설위원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한국경제TV(WOW)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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