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험 삼아 인터넷에서 이 단어를 검색해보았더니, '파이팅'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사이트, 카페, 블로그'가 얼마나 많은 지, 그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책, 음악, 게임, 이미지, 동영상' 등에도 이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신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훈련을 마친 뒤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태극전사들, 경쟁은 결국 팀이 이기기 위해서 펼치는 것일 뿐이다.”(일간스포츠)
“영화배우 박중훈씨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자, 주변에서 경비근무를 서고 있던 전투경찰들이 박씨와 기념사진을 찍겠다며 몰려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세계일보)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귀기울여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대입 수험생들 모두 파이팅!”
“쾌유를 기원합니다. 파이팅!”
“아빠, 오늘 하루도 승리하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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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우리말은 겨울나무 같다. 햇빛이 나무들을 보듬어 지켜주듯 우리가 우리말을 지켜주고 아껴줘야 하겠다. |
'fighting'은 분명 '싸움'을 뜻하는 영어로, 상스런 표현이다. 모두들 알고 애용하는건지 모르고 애용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이것은 엄연한 국어 파괴 현상’이라며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파이팅, 파이팅 하면 어디 싸움난 줄 안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슨 호전적인 쌈닭인가? 시도 때도 없이 파이팅 외치게…” 하며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이제 그것이 얼마나 살벌한 구호인지 생각해 보자. 얼마나 무의미한 구호인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얼빠진 짓인지 되돌아보자. 이제 '파이팅'은 끝내자. 21세기에는 상황이나 맥락에 맞는, 분명한 우리말 구호로 새 세상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리의도 교수의 주장이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파이팅(fighting)이 전투나 격렬한 싸움을 할 때 쓰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영어에서 그러한 것이고, 우리 국어에서는 그런 의미보다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내는 감탄사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해 ‘핸드폰, 선팅, 백미러, 포볼’처럼 한국식 영어로 정착했기에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용기 학예연구관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이 말은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영어에서 이 말은 호전적인 뜻으로 ‘싸우자’ ‘맞장 뜨자’는 정도의 뜻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하자'는 뜻으로는 속어로 ‘키프 잇 업’(keep it up)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 ‘파이팅’은 출처가 모호한 가짜 영어인 셈이다. 이런 국적 불명의 가짜 외래어가 우리말을 더 갉아먹기 전에 우리말의 순수성을 살려 새 말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이 말은 일본 외래어 ‘흐와이또’, ‘화이또’(영어의 'fight’)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쓰이고 있는 굳이 표현하자면, ‘2차 외래어’라고나 할까?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어떤 유식한(?) 우리나라 사람이 여기에 ‘ing’를 붙여 동명사형으로 바꿔, 더 엉터리 영어를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위도 모르고, 그동안 우리 국민은 그것이 맞는 표현인 줄 알고, 미국사람들도 두루 쓰는 세련되고 멋있는 표현인 줄 알고 주체성 없이 너나할 것 없이 따라 쓰다보니 이렇게 널리 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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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동초처럼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국화, 이 꽃을 보면서 우리말을 생각한다. 우리말도 국화와 많이 닮아서 힘겨운 가시밭길을 걸어왔으나 끝내는 그 꽃을 활짝 피우리라 확신한다. |
원래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국어 순화 자료집'에는 ‘Fighting’의 순화어가 ‘힘내자’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지난 2004년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말 다듬기’(http://www.malteo.net)를 통해 일반 국민의 참여로 ‘파이팅’을 ‘아자’로 다듬었다.
그러나 순화어 ‘아자’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낱말을 결정하는데 있어 투표라는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하다보니 일부 계층의 의견만 수렴되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아자’보다 더 좋은 ‘아리아리’, ‘지화자’ 등의 표현들이 탈락되었다는 것이다.
‘아자’의 유래와 어원도 논란거리이다. 감탄사 '아'와 '자'의 합성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어원과 유래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요즘 퍼지고 있는 ‘아싸’와 마찬가지로 ‘아자’도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는 ‘아자’의 어원을 ‘아작내다’라는 북쪽 사투리에서 찾고 있는데, 그 표현이 너무 과격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내’라는 표현 외에도 ‘집사람, 안사람, 부인, 마누라’ 등 여러 표현을 함께 쓰는 것처럼, ‘아자’라는 순화어와 함께 ‘아리아리’, ‘힘내자’, ‘영차’, ‘잘해라’, ‘지화자’, ‘얼씨구’,‘뛰어’, ‘가자’, ‘최고야’, ‘어기여차!’ 등의 멋진 우리말을 두루 쓰면 더욱 좋을 듯 하다.
특히 ‘아리아리’는 ‘아리랑’의 앞부분에서 따온 말로 ‘여러 사람이 길을 내고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참으로 ‘예술적이고 도덕적인 우리 민족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말이 없어서 외국어를 빌려다 쓰는 것이라면 문제 삼기 어렵지만, 분명 우리의 좋은 말을 숱하게 두고도 국적불명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디로 보나 주체적이지 못한 태도이다.
프랑스의 경우 쓸 수 있는 불어가 있음에도 영어를 쓰면 벌금까지 물리고 있다.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모국어’를 지켜내자는 줏대 있는 정책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한자나 영어 대신 우리 고유의 말을 살려 쓰자고 하면, ‘촌스럽다’, ‘평범하다’는 반응들을 보인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들 무의식 속에 ‘우리 것은 천하고 남의 것은 고상하다’는 사상이 도사리고 있다.
옛날에야 우리나라가 못 살고 가난했으니, 다시 말해 세계사의 뒷전에 머물러 있어야 했으니 외국 것이 좋아보였다고 하자.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세계사의 선봉에 서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직도 이런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계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번 한다면 해내고야 마는 대한민국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말을 바로 알고 바로 쓰기’에 모두들 앞장서야 하겠다. 그게 바로 나라사랑이고 겨레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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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응원 용어를 탄생시킨 것처럼, 이제는 경기장에서도 '파이팅'이라는 말 대신에 더 멋진 우리말이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전에 한 교육정보업체 설문조사에서 수능시험을 앞 둔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가장 해주고 싶은 말로 ‘넌, 할 수 있어’를 꼽았다고 한다.
앞으로는 ‘파이팅’이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 대신 멋진 우리말로 된 현수막으로 응원과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국정넷포터 김형태(riulkht@hanmail.net)
<김형태님>은 아호로 '리울'('유리와 거울'의 준말)을 사용하는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와 소설을 쓰는 문인이자, 제자들이 만들어 준 인터넷 카페 <리울 샘 모꼬지>운영자이기도 합니다. 글을 써서 생기는 수익금은 '해내장학회' 후원금으로 쓰고 있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과 서울방송 U포터뉴스 등 인터넷 매체에도 송고합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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