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펼치는 하얀 날개는 순수함의 상징이었다. 보들레르는 이 알바트로스를 신비주의의 표상으로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창공의 왕자도 때론 뱃사람들에게 잡힐 때가 있었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흰 날개를
노처럼 옆구리에 질질 끄는구나.
- 중 략 -
‘시인’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땅 위, 야유 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보들레르는 자신을 알바트로스에 비유했다. 그 또한 알바트로스처럼 폭풍 속을 넘나들고 싶었다. 폭풍은 시적 자유, 사상적 자유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의 시와 사상은 뱃사람들(지상의 무식한 대중)에 의해 이해받지 못하고 조롱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불행했으며 단 하나의 시집만 남기고 지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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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나는 경호와 앨리. |
영화는 두 명의 파탈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하나는 ‘옴므파탈’이며 또 하나는 ‘팜므파탈’이었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상대방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존재.
앨리(윤지민 분)가 존(김성수 분)과 경호(양동근 분)를 순수한 마음으로 유혹하는 파탈이라면, 존은 천진난만한 경호를 위험천만한 도박에 빠트린 독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런 독주와도 같은 존재를 경호와 앨리는 목숨을 걸면서 보호하고자 애쓴다. 그를 보호하면 할수록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치명적인 고통뿐임에도 말이다.
모노폴리는 mono와 poly의 합성어이다. mono는 작은 것, 단순한 것, 1회적인 것을 의미하며 poly는 많은 것, 전체적인 것, 모두를 의미한다. 언뜻 보면 반대되는 의미를 가진 두 단어는 하나로 합쳐졌을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된다. 독점, 전매라는 뜻의 monopoly가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을 모아 많게 만든다는 것. 그 작은 것들이 많이 모였을 때 독점이 된다는 것. 영화 <모노폴리>는 그 제목에서 벌써 영화의 내용을 비추고 있다.
카이스트 출신의 천재적인 해커, 나경호. 키덜트 문화에 빠져 있는 그는 유아적인 세계에 몰입해있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존이라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난다. ‘존’이라 불리는 그는 젊은 청년실업가이면서 1%클럽의 리더이다. 1%클럽이란 정·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지도자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거대한 독점자본을 형성하여 정치계와 경제계를 장악하는 혁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의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1%클럽은 존폐의 기로에 선다. 위기에 몰린 존은 그 균열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경호를 끌어들여 막대한 자금을 만들고자 한다. 바로 대한민국의 모든 은행 계좌에서 소액(100원, 1000원)을 빼내어 하나의 계좌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목표액은 40억 달러(4조 원).
존은 정부인 앨리를 경호에게 접근시켜 경호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자 한다. 앨리 역시 존의 마성에 깊이 빠져 있는 상태.
존의 계획은 경호의 치밀한 프로그래밍에 의해 차근차근 실행된다. 경호와 앨리는 존의 지시대로 모든 계획을 끝내고 공항으로 급히 달아난다. 세 명은 일이 끝난 후 공항에서 만나 이 지겨운 나라를 뜰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앨리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간 나경호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잡히고 만다. 도대체 존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왜 그가 신고를 했단 말인가.
영화의 첫 장면은 경호와 앨리가 국정원 조사실에서 구타에 시달리며 사건의 내막을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호는 무수한 구타를 당하면서도 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염을 포기하지 않고, 그를 끝까지 보호하고자 한다. 궁지에 빠진 국정원 직원들은 급기야 최면술사를 동원하여 그의 무의식세계를 열어보고자 한다. 최면에 걸린 채 존에 대해 털어놓는 경호. 존의 행방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세계 영화사 중에서 반전의 묘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스팅>일 것이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해던 절묘한 반전. 반전의 효과는 <낯설게 하기>이다. 여태껏 익숙했던 어떤 상황에 전혀 낯설은 상황이 끼어드는 것이다. 그 어색함과 충격이 관객에게 경탄과 절묘함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래서 반전의 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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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와 앨리의 재회. |
경호와 앨리는 동남아시아의 어느 소국에서 재회한다. 경호의 부탁을 받은 공항직원의 도움으로 앨리는 미국행 비행기에서 동남아행 비행기로 갈아탄 것이다. 존의 소지품을 안고 한강으로 뛰어 들었던 경호는 국정원에 의해 찾지 못한 시체로 등재되었다. 그의 바람대로 말이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경호였다. 그 모든 것이 나경호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움직인 것이었다. 단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는 창공의 왕자인 알바트로스였던 것이다. 숨죽인 채, 넓디 넓은 하늘을 날기 위해 잔뜩 웅크린 알바트로스였던 것이다. 씁쓸하게도 범죄라는 욕망의 하늘을 날기 위해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알바트로스였던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나경호가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최면술에 안 빠질 수 있었을까? 국정원은 나경호가 최면에 빠져 존과 앨리의 관계를 털어놓았다고 믿었으며, 그 진술에 따라 사건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그 자체가 나경호의 각본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조금은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영화는 지루하지 않았으며, 무척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짙게 드리운 헐리우드적 분위기는 작은 거부감을 안겨준다. 앞으로 한국적 소재를 발굴한 추리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캐스팅이 돋보인, 전체적으로 보아 우수한 영화였다.
┃국정넷포터 김대갑 ( kkim40@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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