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지은 jesther921@naver.com
“이봐요,
안 올라가고 뭐해요. 뒤에 사람들 기다리는 거 안 보여요? 안 올라갈 거면 옆으로
비켜서던지!”
평소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대학생 최윤영씨(22·여).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 있다가 뒤에 있는 사람의 타박에 당황했다.
“네? 아, 저……두 줄 서기라고 하기에. 죄송합니다.”
사과하며
비켜주긴 했지만, 기분이 나빴다. ‘어라, 에스컬레이터 위에선 걷지
말라던데…….’ 머리를 긁적이며 혼잣말을 해보지만 누가 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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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아직 대부분의 시민들이 한 줄 서기를 하고 있다. |
우리는 지하철 곳곳에서 “에스컬레이터는 러닝머신이 아닙니다”와
같은 ‘두 줄 서기’ 안내문을 만난다. 그러나 정작 시민 대부분은 여전히 ‘한
줄 서기’를 하며 여전히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음을 재촉한다. ‘두 줄 서기’가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지하철이 도착했다는
신호가 울리면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사람도 있다.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에스컬레이터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우리
에스컬레이터는
경사진 곳을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돕는 기계장치다. 계단을 오르기 부담스러울
때도 에스컬레이터만 있다면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편리한 에스컬레이터도
잘못 사용하면 위험하다.
에스컬레이터
디딤판의 높이는 약 20㎝로 보통 15㎝ 정도인 일반 건축물 계단보다 높다. 이에 어린이나
노약자가 걷거나 뛸 경우 걸려 넘어질 위험이 크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중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89%를
차지한다. 그만큼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이동하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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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컬레이터 곳곳에 붙어있는 안전규칙 안내문. 걷거나 뛰지 말고 핸드레일을 잡으라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승강기 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운용요령’ 중 이용자 준수사항에 따르면 이용자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즉 핸드레일을 잡고 있어야 하며 디딤판 위에서 뛰거나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선
이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한 쪽으로만 뛰어 내려오면 발판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고장 날
위험이 크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뛸 경우 디딤판에 가해지는 충격은 서 있을 때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 같은 충격이 반복되면 발판을 연결하는 부분이
고장 나고 체인도 늘어나기 쉽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가 자칫 고장이라도 난다면, 몸이 불편한 이용자 등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위험한 한 줄 서기, 이제 그만
아직도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것은 1998년 한 단체가
주도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운동’의 영향이 크다. 바쁜 사람이 먼저 갈 수 있도록 한
줄을 비워두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한 줄 서기는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크게 확산됐다.
그러나
2007년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는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이동하다 넘어져 다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고 손잡이를
잡고 이용하라는 안전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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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 핸드레일을 꽉 잡은 어르신의 모습이 든든해 보인다. |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은 두 줄 서기를 잘 모른다.
대학생 최윤영씨는 “사실 두 줄 서기를 하려고
해도 뒤에서 왜 걸어 올라가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걸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의 이동이
안전사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두 줄 서기가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두 줄 서기 시행 이후 안전사고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출입구에 노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도우미를 배치해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 계속돼야
한편 얼마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의
올바른 이용방법이 실렸다. 승강기 안전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주도한 것이다.
교과서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타기 ▲에스컬레이터 안전선 안에 바로서기 ▲에스컬레이터에 물건
올려놓지 않기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6가지의 올바른 승강기 이용방법이 실렸다.
또 어린이 스스로 승강기를 올바르게 이용하는지 점검하는 실천학습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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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 ‘승강기 이용의 안전한 방법’이 실렸다. 이로써 승강기 안전의식 개선에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 실제 교과서에 실린 내용의 일부이다. <자료=행정안전부> |
위
내용을 담은 교과서는 현재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경남 진주교대부설초등학교 ▲전북 관촌초등학교
▲광주 상무초등학교 ▲강원도 홍천 남산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행안부 등은
올해 5개 초등학교에서 시범운영한
뒤 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바른 승강기
이용방법에 대한 조기교육으로 어린이 안전사고 감소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용자
과실사고 예방 및 안전 문화정착에도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민
나선욱씨(42)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대한 조기 안전교육이 빠른 시일 내에 정착했으면 좋겠다”며
“에스컬레이터 안전의식을 개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과거 10년에 걸쳐 정착된 한 줄 서기 문화를 한 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노력이 많아지고 에스컬레이터 안전의식 개선에 대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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