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7시. 국립국악당 예악당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어린이 100여 명의 걸쭉한 판소리 공연과 풍물놀이가 펼쳐졌다. 어깨춤이 들썩일 정도로 신명나는 공연에 객석에서는 연신 ‘얼쑤’, ‘좋다’는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지난 4개월 간 전국에서 실시했던 ‘2012년 꿈의 오케스트라-한국형 엘 시스테마 활성화’ 사업의 성과 발표회 현장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의 작곡가 겸 지휘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이끌어온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으로 폭력과 마약 대신 음악을 통해 베네수엘라 빈민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기적의 오케스트라로 유명하다. 현재까지 세계 약 150만 명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았으며,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 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 음악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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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7시. 국립국악당 예악당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어린이 100여 명의 걸쭉한 판소리 공연과 풍물놀이가 펼쳐졌다. 사진은 남원민속국악원 어린이 창극단이 ‘흥부전’의 박타는 대목을 공연하는 모습.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부터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19개 거점기관과 4개 국립국악원에서 현악기와 국악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올해 처음 시작된 ‘한국형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음악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엘 시스테마의 기본 정신에 우리 국악만이 가진 ‘흥’을 접목하기 위해 시작됐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관계자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는 엘 시스테마의 철학과 가치를 국악에 접목시켜 단순한 음악교육이 아닌 협동심과 사회성·예술성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단순히 악기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음악, 연희, 성악과 같은 다양한 한국의 전통예술을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범 사업으로 시작된 만큼 전국 4개 국악원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4개월간(매주 4시간 이상)의 전통예술교육이 진행됐다. 서울에서는 전통악기 교육을 위한 기본 소양교육으로 성악과 타악을, ‘국악 1번지’로 불리는 전북 남원민속국악원에서는 판소리를 활용한 창극 수업이 진행됐다. 아울러 부산과 진도국악원에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부산 농악과 진도 북춤을 교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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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도국악원 어린이 북 놀이단이 1987년 전남 제18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 북춤’을 선보이고 있다. 진도 북춤은 농악에서 북놀이만을 따로 독립시켜 별도의 춤으로 승화시킨 전통예술이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교육에 참가한 아이들 중 60%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국악기와 판소리를 접하기 힘든 여건의 아이들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관계자는 “처음에는 국악을 접해본 아이들이 많지 않아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4개월간의 단기 교육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국악에 흥미를 느끼고, 급기야 판소리 인간문화재를 꿈꾸며 세계 일주를 꿈꾸는 학생까지 생겼다.”고 귀띔했다.
“시리렁 시리렁 톱질이야~!”
종소리와 함께 남원민속국악원이 준비한 어린이 창극단의 공연이 시작됐다. 형제의 우애가 담긴 전통 판소리 ‘흥부전’ 가운데 놀부 박타는 대목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각색했다. 곱게 한복으로 차려입은 10여명의 아이들이 몰려 나와 구슬픈 목소리로 함께 박을 타기도 하고, 반성하지 못하는 놀부 앞에서 각설이 춤을 추는가 하면, 중간 중간 가수 싸이의 말춤을 활용하며 흥을 돋웠다. 20분간 이어진 공연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진행됐다.
“두두두두두두둥~ 얼쑤 좋구나~”
이어 남도국악원의 어린이 북놀이단이 ‘진도 북춤’을 선보였다. 농악에서 북 놀이만을 따로 독립시켜 별도의 춤으로 승화시킨 진도 북춤은 1987년 전남 ‘제18호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운동장만 한 무대를 버선발로 뛰어다니며 양 손에 북채를 쥐고 다양한 몸짓으로 장단을 맞추는 아이들의 모습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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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악원 가남초등학교 풍물단은 ‘부산농악’을 선보였다. 부산국악원 어린이가 신명나는 장구 장단에 맞춰 상모를 돌리고 있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북천이 맑다커늘 우자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이윽고 국립국악원의 꿈나무 합주단이 ‘북천이 맑다커늘’ 시조와 함께 ‘삼도성잘고가락’을 선보였다. 삼도설장고가락은 과거 경기·충청도의 중부지방과 호남, 그리고 영남지방 등 삼도(三道)에서 명성을 날리던 장고의 명인들의 가락을 모아 사물놀이로 정리해 놓은 것을 말한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휘모리장단을 연주하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덩더더더덩더더덩~~’
마지막 무대는 부산국악원의 가남초등학교 풍물단이 ‘부산 농악’을 선보였다. 부산 농악은 1980년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됐으며, 강임함과 부드러움 춤이 가미돼 있어 춤사위가 다양했다. 배운 지 4개월도 안 된 아이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상모를 돌리는가하면, 10여 명의 학생들은 북을 치며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신명나는 장단을 펼쳐보여 흥겨움의 절정을 찍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라 공연은 관객과 어린이들이 하나가 돼 한 편의 국악뮤지컬을 보는 듯 했다. 몇 십 년 동안 무대에 선 전통예술가 못지않은 농익은 연기와 익살 넘치는 몸짓을 선보인 아이들을 향해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객석에서 ‘앵콜’을 외치자 출연한 100여 명의 아이들이 나와 ‘진도 아리랑’을 합창하기도 했다. 무대를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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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농악은 1980년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제 제6호로 지정됐으며, 강임함과 부드러움 춤이 가미돼 있어 춤사위가 다양했다.(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국악은 악기마다 소리도 다르고, 화합을 이뤄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거든요. 그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슬프고 기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풍물놀이 전문가를 꿈꾸는 길혜주(11·부산국악원)양이 이 같이 말했다. 길 양은 “다른 악기는 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운데, 장구는 흐름에 맞춰 리듬을 따라갈 수 있어 재미있다.”며 “장구를 메고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감각도 중요하고, 배워야 할 장단도 많지만 어려운 과정들을 하나씩 익혀갈 때마다 성취감도 크다.”며 북채를 들고, 신명나는 장단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이번 무대를 통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한 아이도 있었다. 남들 앞에서 서서 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다는 김희향(13·남도국악원) 양은 “북 놀이를 배우면서 무대에 자꾸 오르고, 친구들이 격려해주니 그런 두려움이 조금씩 줄었다.”며 “이렇게 큰 무대에서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으니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며 뿌듯해했다.
서양악기는 배울 곳이 많지만 국악은 배워보고 싶어도 그럴 공간이 없어 늘 아쉬웠다는 김지윤(12·서울국립국악원 )양은 “이번 교육을 통해 평소 배우고 싶었던 장구와 시조를 마음껏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며 “‘둥둥’하며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장구가 제일 좋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장구 소리를 들려줄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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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처음 시작된 ‘한국형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음악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고,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엘 시스테마의 기본 정신에 우리 국악만의 ‘흥’을 접목하기 위해 시작됐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아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세 시간을 달려온 주부 김 모(48)씨는 “나이든 어르신들이나 표현할 법한 설움과 해학들을 아이들이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아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깨춤이 절로 날 정도로 흥겨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문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공연은 한국의 사회적 특성에 맞는 공동체 교육과 국악 대중화를 위한 고민과 노력이 담긴 무대였다.”며 “전국 4개의 국악원에서 참여한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청소년들의 문화적 감수성 함양과 공동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적 상황에 맞는 오케스트라 교육법을 찾기 위해 ‘한국형 꿈의 오케스트라’ 같은 특성화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정책기자 박하나(직장인) ladyhana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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