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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다운 특징을 가장 대구답게 되살려놓은 곳

도시 재생 우수 사례 대구 ‘근대문화골목’…역사자원 활용 의미있는 변모

2013.09.26 정책기자 최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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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확실히 몇 년 새에 확 달라져 있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가르키는 목재 데크 안내판, 그리고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된 쉼터까지. 어느 동네를 가도 볼 수 있는 그런 도시의 풍경이 아닌 대구다운 특징을 가장 대구답게 되살려놓은 곳. 몇 년만에 다시 방문한 대구의 첫 느낌이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학계,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도시재생네트워크’가 개최한 전국 도시재생 우수 사례 발표회에서 많은 전문가들의 호평과 함께 우수작으로 선정된 대구시 중구의 도시재생 사례를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도시 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 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한 도시를 지역 자원을 이용해 활성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쇠퇴한 주거지나 상업지를 전면 철거하고, 아파트나 건물을 신축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달리, 주민들이 살아가는 생활 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쇠퇴한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해 점진적인 개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 도시재생의 비교 사진 (자료=대구시 중구청)
도시재생 전후의 달라진 모습. (사진=대구 중구청)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도 추진 중인 도시 재생 사업은 지난 6월, 주민 참여 중심의 도시 재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청주, 대구 등 일부 도시에서 쇠퇴한 도심을 살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도시 재생을 힘겹게 추진해 왔다면, 이제는 법에 근거해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나 지자체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것.

이런 도시 재생이 실제로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도시 재생사업 지역 중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대구 중구의 ‘근대문화골목’을 방문했다. 근대문화골목은 동산선교사주택,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3.1 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제일교회,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영남대로, 종로, 진골목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한국 근대사의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3.1운동길의 모습.
대구 근대문화골목의 3.1운동길. 대구만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정책화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구 근대路(로)를 걷다 보면, 과거 대구의 변화를 담은 사진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대구 근대로를 걷다보면, 과거 대구의 변화를 담은 사진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3.1운동길에 조성된 갤러리. 도시를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자원들을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에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그 중 대구 3.1운동길은 1919년 일어난 3.1운동이 대구로까지 이어지면서, 당시 대구의 학생들이 일본경찰을 피해 은신했던 곳이다. 현재 이곳 3.1운동 계단 옆에는 1900년대 초 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3.1운동 당시 사진들이 함께 전시돼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자가 몇 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곳은 3.1운동 계단이라는 표시만 있었을 뿐 여느 계단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장소였지만, 3.1운동이라는 ‘이야기’가 더해진 도시 재생사업의 시행으로 ‘역사성’과 ‘가치’를 지닌 특색있는 장소로 변모했다.

대구 3.1운동길을 지나면 한눈에 들어오는 두 번째 코스는 계산성당. 계산성당은 1899년 처음에는 로베르 신부에 의해 한옥으로 지어졌다가 1901년에 전소되고, 1902년에 프와넬 신부에 의해 설계돼 지금의 건물로 남아있다. 100년이라는 긴 전통 덕분에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290호로 지정된 곳으로 ‘근대문화골목’이라는 이곳 도시 재생의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사적 제 290호로 지정된 계산성당의 모습.
사적 제290호로 지정된 계산성당.
 
이처럼 대구 중구 계산동에 다양한 근대화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과거 한양을 오가던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계산동은 조선 중기 명나라에서 귀화한 장수 두시충 일가의 세거지로, 이웃한 남문 밖에서는 시장이 열리기도 했는데, 1898년 전후한 시기 서양 선교사들이 이 일대에 자리를 잡으면서 근대 서양 문물이 급속히 뿌리를 내렸고, 그 결과 현재 계산성당(사적 제290호), 대구 제일교회(대구유형문화재 제 30호), 시인 이상화 고택, 국채보상운동을 발의했던 서상돈 고택 등 근대 문화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계산성당 바로 뒤쪽으로는 이상화, 서상돈 고택이 이어진다. 이상화는 대표적인 항일 시인으로, 이상화의 고택은 그가 1939년부터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고,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 회복을 꿈꿨던 서상돈의 고택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구시는 당시 이상화 선생의 과거 생가 모습을 완전히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있었던 감나무와 장독대도 모두 보존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중구청)
사진은 이상화 선생의 과거 생가 모습. 대구시는 당시 있었던 나무들까지도 훼손없이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중구청)
 
이상화 고택은 단층 목조건물로 당초 대구 중구청의 소방도로 개설 방침에 따라 헐릴 위기에 놓였지만, 1999년부터 고택을 보존하자는 시민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08년 12월, 1940년대 당시 모습대로 복원을 끝내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상화, 서상돈 고택 옆쪽에는 ‘계산예가’라는 이름의 근대문화체험 전시관도 함께 있다. 이곳에서는 근대 문화에 대한 영상물과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데, 특히 영상관에서는 계산동에 머물렀던 예술가들의 삶과 계산동과 함께 했던 그들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대한제국시대,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시기 이후로 시대를 나눠 각각 그 시대사를 영상과 연표로 제공하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영상관과 전시관뿐만 아니라 한옥 전시실과 편의시설들도 마련돼 있어 골목투어를 하다가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대구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게 근대 체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관람객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도록 근대 체험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 중구청 이종옥 도시디자인 담당자는 “도심 외곽 개발로 인해 도심 정체가 일어나면서 근대 건축물과 역사 자원이 방치돼 있었는데 근대 골목을 출발점으로 도시 재생 사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며 “도시 재생 사업의 이름은 ‘골목길로 떠나는 근대로의 여행’으로, 2007년 7월 시작해 2014년 12월 종료 시까지 총 80억 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근대문화골목 디자인 개선 및 종로, 진골목 가로환경 개선 사업을 종료했고, 현재 근대문화골목 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의 도시재생 주요 사업은 크게 근대 역사 스토리텔링, 근대 이미지 재현, 보행환경 개선 사업, 친환경 디자인 네 가지로 나눠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에서 조성한 근대 이미지 재현 사업의 일부 모습
계산성당에서 이상화, 서상돈 고택으로 이어지는 골목. 벽면에 근대화의 느낌이 나는 그림들을 그려넣은 점이 눈에 띈다.

3.1운동길 갤러리 조성, 이상화·서상돈 고택 특화 사업 등을 통해 근대 역사 스토리텔링을 활용했고, 영남대로 이미지 조성을 통해 근대 이미지를 재현했다. 종로는 차도폭을 11m에서 7m로 축소하고, 진골목 입면 및 벽면 정비를 통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안내 표지판을 친환경 디자인으로 바꿨다.

대구시 도시 재생 사업에서 조성한 근대로는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연상시켰다. 화살표에 표시된 예상거리를 따라 길을 걷다보니 도심 곳곳에서 주요 명소의 소개판을 발견할 수 있었고, 테마가 있는 길이 이어졌다. 특히, 표지판의 안내가 비교적 정확해서 큰 어려움 없이 혼자서도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도 도보 여행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도보 여행 중 벤치에서 쉬고 있던 한 어르신은 “대구 곳곳에 과거의 유적지가 꽤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리가 잘 안돼 흉물 취급을 받았고, 쓰레기도 아무렇게 버려져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아 주민들조차도 불만이 많았다.”며 “도시 재생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깔끔하게 표지판을 세우고 주변 경관을 정리한 덕분에 요즘에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많아지고, 주변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어서 주민들도 만족해한다.”고 설명했다.  

대구도시재생사업의 현장에는 위와 같은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있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대구 도시 재생 사업 현장에는 위와 같은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길찾기가 편리하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내년 말 완료를 앞둔 대구시의 도시 재생 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의 경우, 방문한 관광객이 2010년 7,000명으로 시작해 2011년 3만 명, 2012년 10만 명에 달했고, 2013년에는 2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대구시의 도시 재생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2년 한국관광의 별’ 한국인이 가봐야 할 곳 99곳에 선정된 데 이어, 201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도시 재생 사업의 파급 효과는 단순히 관광객수 증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에 따라 인근 상가 매출과 아파트 분양율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는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골목투어문화 해설사 약 936명, 골목창업프로젝트 17명(연 매출액 334백만원)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주민들이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설립한 마을기업은 연 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인근 상가 매출액 3배 신장, 도심 정비로 인한 아파트 분양율 25% 향상, 지방 세입 전년 대비 9.5% 증가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대구시의 성과를 보기 위해 다녀간 기관만 해도 부산 낙동강사업본부 등 66개 지자체, 1,740개 공공기관을 비롯해 민간기관 402곳에 달한다.  

대구세계육상대회를 떠올릴 수 있게 조성된 길.
‘대구세계육상대회’를 연상시키는 대구시의 도보. 기존의 도시 특성을 활용해 새롭게 재생하는 도시 재생의 특성을 잘 반영한 모습이다.

대구시 중구청 이종옥 도시디자인 담당자는 “근대역사문화벨트 연결 보행로 조성으로 투어코스 시발점을 조성하고, 지역의 다양한 참여 주체를 활용해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구도심권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 창조적인 도시 재생을 계속해서 구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대구 중구의 사례와 같은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과 확산을 위해 오는 12월 5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본격 시행에 맞춰 체계적인 도시 재생 활성화 지원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자체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이 추진하는 다양한 도시 재생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사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보조 또는 융자하고, 조세 부담금 감면, 건폐율·용적률·높이제한 등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대구시의 도시재생 사업결과 보행자를 위한 편안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도시재생활성화를 위해 법률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대구시의 도시 재생 사업의 결과, 보행자를 위한 편안한 환경이 조성됐다.

아울러 성공적인 한국형 도시 재생 모델의 정립을 위한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을 수립, 향후 10년간의 도시 재생의 목표와 추진 계획을 오는 12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2014년부터는 성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도시 재생 선도지역을 지정하고, 계획 수립비와 사업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구 중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 재생 사업은 적은 돈으로도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높아, 국민들의 정책 만족도가 매우 높은 사업이다. 도시 재생 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함께하는 희망’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 대구 중구 근대골목 사진 더 보기 : 공감포토  

정책기자 최주혜(대학생) jewelelryj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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