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땅의 번호’인 지번이 아닌 ‘도로 이름’과 ‘건물 번호’로 구성된 도로명주소만이 법적으로 유일한 주소로 인정된다. 외국처럼 ‘대로’(Avenue)나 ‘골목길’(Street) 중심의 체계로 바뀌는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2007년 4월 5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주소 표기 방법이다. 2010년 10월 10일부터 2013년 말까지는 혼란을 방지하기 차원으로 번지 주소와 병기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14년 1월 1일부터는 도로명주소만 쓸 수 있다. 본래 전면 시행은 2012년 1월 1일부터였지만, 급하게 기존주소 체계를 변경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에 따라 2014년 시행으로, 병기사용 기간이 2년 더 연장된 것.
흔히 ‘새주소’라고도 불리지만, 새주소라는 말 자체가 기존의 지번주소 체계가 새롭게 바뀐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일 뿐, 대한민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도로명주소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안전행정부는 새주소보다는 ‘도로명주소’라는 단어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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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교차로에는 이미 도로명 중심으로 이정표 설치가 완료가 됐다. |
안전행정부 주소정책과 조형선 사무관은 “전 세계 OECD 회원국 모두가 도로 방식 주소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16~18세기 당시 교통수단의 발달로 도로 방식 주소 제도가 자연스럽게 발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으로 지번체계의 주소를 100여 년간 사용하고 있었다.”며 “기존의 지번 체계가 21세기 물류, 정보화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도로명주소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정동과 법정동의 이원화로 상호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아 사용자에게 혼선을 초래(예를 들어 600번지 옆에 1200번지가 존재하는 등)한다는 점과 도시화로 인한 지번의 연속성 결여 등이 도로명주소 등장에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지점을 표현하기 곤란해 인근의 도로 사항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경로 안내와 위치 안내에 적합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현재 주민등록, 건축물대장, 사업자등록증 등 7대 핵심 공적장부 등이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는 도로명주소가 전면 사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도로명주소 전면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기존 주소 체계의 전면 개편에 대한 우려가 식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주소체계 사용에 익숙한 유통·물류 관련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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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명 표기 방법은 도로의 좌우로 홀짝으로 번지가 구성이 되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
“주소체계도 바뀌면 유통, 물류 담당기사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합니다.”
종합식품 D회사의 물류담당 박윤성(30) 씨는 위와 같은 의견을 밝히며, 도로명주소로 주소 체계가 변경되면 유통,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들이 담당하는 지역의 지번주소를 외우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하루 여러 곳을 방문해 물류를 이송하는 기사들의 입장에서는 신속하면서 정확함이 필수인데 도로명주소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더욱이 구와 동을 중심으로 배송 범위가 분담된 기사들에게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혼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개 이상의 구나 동이 걸쳐 있는 대로변의 경우 배송처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서울 송파구에서 성동구까지 걸친 천호대로에서 배송처 구역을 어떻게 분담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
또한, 도로명이 새롭게 재정되는 곳은 명칭 선정에 있어서도 지역 주민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데 그 의미조차 생소한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전에 필자가 거주하던 동탄신도시에서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한 주민이 공원 명칭과 도로 명칭에 대한 불만어린 글을 작성해 논쟁이 일기도 했다. 해당 글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새롭게 조성된 신도시에 공원 명칭이 왜 ‘육탄10용사 공원(탄요공원)’인가요? 그리고 도로 명칭도 ‘10용사로’라고 하나요? 깔끔한 도시 이미지와 다르게 너무 어둡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 같네요.’
순간 필자 역시 궁금했다. 왜 그런 명칭이 부여됐고,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알아보니 이 지역은 3명의 영웅이 배출된 지역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공원을 조성하면서 인근 도로에 해당 명칭을 부여한 것이었다. 새로운 도로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명할 수 있는 공청회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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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탄신도시의 육탄10용사 기념 동상. 동탄신도시의 도로명 ‘육탄10용사로’ 같은 경우와 같이 도로명이 생소한 경우도 있다. |
심지어 도로명주소 전환에 이어 6자리인 기존 우편번호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기초 구역번호 체계를 적용하면서 5자리로 바뀐다. 미국의 집(ZIP) 코드와 같은 개념인 기초구역번호는 지형과 인구, 생활권, 도시계획 등에 따라 나눠 전국을 3만4,140개 단위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우편번호 전환 시기는 2015년 7월 전후다.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집배원 1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새 체계를 교육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아 보인다.
도로명주소에 적응하면 또 다시 기초구역번호를 익혀야 해 일선 택배 대리점 등은 걱정이 앞선다. 물류·유통업계는 최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의 전환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유일한 공법상 주소로 사용되는 도로명주소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도로명주소의 표기방식이 기존과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옛 주소 표기 방식과 도로명주소의 표기방식을 비교해면 다음과 같다.
☞ 번지를 이용한 주소 표기 방법
‘시/도 + 시/군/구 + 읍/면 + 동/리 지번 + 공동주택명 동/층/호’의 순서로 표기
(예)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1번지 과천정부청사 5동 법무부
☞ 도로명주소를 이용한 표기방법
‘시/도 + 시/군/구 + 읍/면 + 도로명 + 건물번호 + 동/층/호’의 순서로 표기
(예)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88 과천정부청사 5동 법무부
한편, 앞으로 일상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동통신 요금고지서, 은행 예금안내서, 보험안내서, 도시가스 요금고지서 등이 도로명주소로 배달돼 도로명주소가 생활 주소로 안착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통신사 SKT은 올 8월부터 이동통신 요금고지서에 도로명주소를 전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KT는 작년 말부터 일부 우편물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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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사를 비롯해 금융권에서도 도로명주소 체계가 이뤄졌다. |
또한,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등 6개(한국수출입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은행의 예금안내서, KB생명보험 등 3개(B생명보험, 그린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보험사의 보험안내서를 비롯해 코원에너지 서비스 등 24개 도시가스사의 요금고지서 등에도 도로명 주소가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와 카드사 대부분이 올해 말까지 고객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롯데닷컴과 신세계몰 등 인터넷 쇼핑에서도 도로명주소의 시범적용 등을 거쳐 전면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종합식품회사인 ‘D’사의 정보시스템을 구축 운영담당하고 있는 고문종 과장은 “거래처 관련 정보를 사내 경영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에 있어 주소 체계 변경은 커다란 이슈”라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입장에서 거래처 주소 정보는 기존에 사업자등록증에 적힌 주소를 기반으로 하는데, 공문서가 지번주소에서 도로명주소로 변환된 것을 기존 시스템으로는 반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는 지번체계와 도로명주소 체계를 혼용해 사용하는 중”이라며 “전면 시행되는 2014년 이전까지 도로명주소 체계를 변경하기 위한 작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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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기업에서 사용하는 사내 인트라넷에 사용되고 있는 도로명주소 |
그러면서 그는 “도로명 주소 변환에 있어 시스템을 아무리 잘 구축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잘 사용하는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지번체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도로명주소 체계에 대해 이해를 못한다면 지금까지 구축해 놓은 데이터베이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데이터베이스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거래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중복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 402’에 위치한 A사에 대한 정보와 ‘경기도 의정부시 범골로 62’의 A사는 동일한 회사이지만 사용자가 같은 회사로 인식하지 못하면 시스템 상에서 두 개의 회사로 관리돼 회계상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시스템에서 걸러낼 수 있지만 방대한 자료를 관리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누락될 염려가 크다.
고 과장은 또 “도로가 중심이다보니 동일한 우편번호를 갖는 경우가 다수여서 상호 변환(Mapping)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지번체계에서는 우편번호-주소로 이뤄진 데이터베이스가 1만여 건인 데 반해, 도로명 주소 체계에서는 80만 건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사내에서 운영하는 모든 시스템을 변경하고, 사용자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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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유통회사인 D사의 시스템 화면. 아직은 주소 변환 작업이 어려워 사용자들이 임시로 도로명주소를 입력할 수 있도록 구현하고 있다. |
도로명주소 체계나 관련 정보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정부는 도로명주소의 사용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금융, 쇼핑, 물류, 법률, 방송 등 36개 중앙행정기관, 457개 협회로 구성된 민관 협의회를 통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 추석에는 국군장병들이 도로명주소를 이용해 가족·친지 등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도로명주소 엽서’ 1만2,000매를 군 장병에게 전달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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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행정부는 전통시장, 주요 역사 등에서 도로명주소를 알리기 위한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안전행정부) |
지자체별로도 아이디어를 내 홍보를 하고 있는데, 과천시의 경우 전화 통화 대기시간에 도로명주소 통화 연결음(컬러링)을 제공해 시에 전화를 건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안내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부응해 국민 모두가 도로명주소에 관심을 갖고 익숙해져서, 전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혼선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책기자 박종근(직장인) ewpwise@hanmail.net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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