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안녕하십니까? OO당 기호 O번 OOO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6.4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OO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했습니다.”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드는 선거 문자. 문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떻게 내 정보를 알아냈지?’, ‘이렇게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는 것은 불법 아닐까?’ 길거리의 판촉물은 받지 않으면 그만이고, 홍보방송은 안 들으면 그만이지만 휴대전화는 다르다. 받고 싶지 않아도 착착 쌓여만가는 선거 관련 문자메시지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필자는 ‘불법 선거운동을 처단하겠다’는 마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을 통해 신고방법을 문의했다. 그러나 전자통신을 통한 선거운동이 모두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후보등록이 끝난 22일부터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속에서 불법과 합법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수정(27) 씨는 최근 7명의 예비후보자들에게 폭탄문자를 받았다.
선거운동 문자는 불법이다 vs. 합법이다
이수정(27·인천) 씨는 최근 7명의 예비후보자들로부터 폭탄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어떤 예비후보자는 자신의 주소와 함께 ‘차나 한잔 마시자’는 문자까지 보내왔다. 아무리 봐도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은 불법 선거운동인 것 같다. 선거운동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불법일까, 합법일까?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는 것은 합법이다. 공직선거법상 문자(문자 외의 음성·화상·동영상 등은 제외)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은 합법적인 선거운동으로 본다. 단, 후보자가 예비후보자로 전송한 횟수를 포함해 5회 이상 전송하거나 2개 이상의 전화번호로 전송할 경우 위반이다. 반면, 후보자가 아닌 사람이 전화기 자체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무료전송 서비스를 이용해 20인 이하에게 문자를 보냈다면 위반이 아니다.
수신거부를 설정하는 것은 의무다 vs. 선택이다
한 유명 작가는 최근 SNS을 통해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의 선거운동 문자가 자꾸 날아와서 골치가 아프다고 밝혔다. 선거운동 문자를 그만 받고싶다고 통보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는 상황. 이처럼 선거 문자의 수신거부를 해도, 없는 번호라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거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후보자의 수신거부 기능 설정은 의무일까, 선택일까?
최근 한 유명작가는 원치 않은 선거문자를 받고 수신거부를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출처=해당 작가 페이스북) |
수신거부 설정은 의무이다. 문자를 보내는 후보자는 유권자가 문자를 거부할 경우를 고려해 수신거부가 가능한 연락처나 방법을 기재해야 한다. 또한 수신거부를 할 때 금전적 비용이 발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 후보자가 아닌 사람이 선거운동정보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때는 선거운동정보 제목 표시와 수신거부 표시 의무가 없다. 이 점에 유의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메시지가 온다면 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수신자는 그 내용을 저장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홍보는 가능하다 vs. 불가능하다
필자는 최근 한 통의 여론조사 문자를 받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OO후보가 시에서 주최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신빙성도 없는 정보 같은데 여론조사 결과를 홍보해도 괜찮은 걸까?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할 경우 조사방법, 응답률, 표본오차 등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
홍보할 수 있다. 단, 문자를 통해 사전 여론조사 내용을 제공할 때 상세한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이미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라 하더라도 문자메시지나 전자우편 등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송할 경우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크기의 오차를 보정한 방법 등을 함께 전송해야 한다.
또 선거일 전 6일부터 전송되는 여론조사는 내용이 적절하더라도 홍보할 수 없다. 선거일 전 6일부터 투표마감 시각까지(2014년 5월29~6월4일 오후 6시)는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의 경위·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SNS 선거운동 5회 이상은 불법이다 vs. 합법이다
김OO씨는 카카오톡에 수시로 날아오는 선거운동 문구에 의문이 생겼다.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달리 제재가 없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카카오톡, 라인 등 SNS를 활용한 선거 활동은 합법이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전자우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자우편이란 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문자·음성·화상 또는 동영상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시스템을 말한다. 비용의 유무, 송수신자간 접근성과 수용성의 차이, 매체의 기술적 본질 등 별도의 규정이 있는 문자메시지와 성격이 다르다.
SNS을 통한 선거운동은 불법이 아니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신고할 수 있다. (출처=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
따라서 선거일 외에 선거기간 중 제약없이 SNS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단, 후보자 외의 사람이 전송대행업체에 위탁해 선거운동을 통한 전자우편을 발송할 수 없으며, 선거일에 후보자가 전자우편으로 선거운동 내용을 전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선거일에 후보자나 후보자 지인이 개인 트위터에 “오늘은 선거일입니다. OO후보자를 지지해주세요” 같은 말을 올릴 수 없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해 ‘SNS 활동은 문자와 성격이 다르다.’고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제93조제1항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선관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전자우편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문자메시지는 여전히 관련 규정에 따라 제한한다.
개인정보 수집출처 고지의무 없다 vs. 있다
김OO(52·경상도)씨는 2년 전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이사왔다. 그런데 최근 충청도 교육감 후보로부터 선거운동 문자가 와서 당황스럽다. 그는 “문자나 SNS 선거운동은 합법이라고 해도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문자 및 전자우편을 이용한 선거운동 시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고지할 의무가 없다. 문자를 받은 사람이 출처가 어디냐고 물었을 때만 답하면 될 뿐이다. 문자를 받는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개인정보 안전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문자 및 전자우편 불법선거운동 신고하기
선관위에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부정 홍보 및 법령 위반 발견 시 신고 할 수 있으며, 신고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다.
선관위에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법선거운동을 신고할 수 있다. |
일반전화, 기관방문 또는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전국 국번없이 1390을 누르고 상담하거나 지역별 선관위를 방문하면 된다. 인터넷으로는 선관위 홈페이지(http://www.nec.go.kr)의 국민참여소통> 질의·신고 > 정치관계법 위반행위신고 게시판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신고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문의했지만 선거사무소가 거부할 때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http://privacy.kisa.or.kr)에 통화 내용과 녹취 내용을 첨부해 신고하면 된다.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개인정보시행령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라 최고 1,000만 원이 부과된다.
선관위 홈페이지 국민참여소통> 질의·신고 > 정치관계법 위반행위신고 게시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출처=선관위 홈페이지) |
소리 없는 아우성과도 같은 폭탄문자 속에서 유권자들의 휴대전화가 매일 울고 있다. 이수정 씨는 “이번 선거기간 중 무려 7명의 후보자로부터 폭탄문자를 받았다.”며 “문자를 보낸 후보자를 찍고싶은 마음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치 않는 문자 한 통에 유권자들의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말만 앞선 문자보다 진실된 공약을 기다리고 있다. 신고제도도 중요하지만 깨끗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정책기자 김혜수(직장인) santaro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