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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 원수같던 한 살 밑 동생, 군대 가니 보고싶네

[5월 가족사랑의 달|가족이라서 고마워 ④] 연년생 형제의 좌충우돌 성장기

2015.05.15 정책기자 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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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連年生), 한 살 터울인 형제, 자매, 남매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연년생 형제 또는 자매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알 것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을. 우리 형제가 그랬다. 우리는 정말 ‘싸움의 끝판왕’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도 싸웠다.

사소한 것 하나 거슬려도 시비를 걸고, 서로 약점을 잡고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한다. 이쯤되면 형제로 태어난 게 참 기구한 운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툼 뒤에 오는 애틋한 정이 오히려 그런 다툼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고마워하게 만들어주니 형제지간은 참으로 묘하다.

나도 연년생이다. 아래로 빠른 95년생 남동생이 하나 있다. 예상하듯 남자 형제를 둔 우리 집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시끄러웠다. 인내심의 한계에 이른 부모님은 저러다 정말 돌부처가 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형제는 서로 욕심도 많고 각자의 생각도 뚜렷한 데다 성격도 극과 극으로 갈리다 보니 더더욱 다툼이 끊일 날이 없었다.

형인 나는 온순한 편에, 말 그대로 순둥이였다면 동생은 눈치 빠른 꾀돌이였다. 그러다 보니 한 쪽은 늘 먼저 한 발 물러서는 편이고, 다른 한 쪽은 늘 우기고 우겨서 이기고야 마는 성격이다. 한 살 터울이지만 매번 형이라는 이유로 먼저 물러서려니 억울하고 답답할 때도 많았다. 조금 크면 이런 다툼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크면 클수록 싸움의 강도가 커지면 커졌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사진기 앞에선 한 없이 착한 양이 되는 우리 형제
싸울 땐 싸우더라도 사진기 앞에선 한없이 착한 양이 되는 우리 형제
  
늘 당하는 내가 동생보다 앞서는 게 있다면 학습 능력이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생각하려고 하는 나와는 달리 동생은 반항끼가 많아 뭘 가르쳐줘도 밀어내려고만 했다. 그러니 뭘 해도 성취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다. 의도치 않게 비교를 당하고,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질수록 동생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원래도 툴툴거렸던 동생이니 말끝이 고울 리 없었고, 급기야 나에 대한 분노가 부모님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사춘기가 일찍 왔던 동생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점차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동생의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나는 동생이 한없이 미웠다. ‘왜 저렇게 모나게 굴어서 부모님을 힘들게 할까’, ‘그냥 부모님 말씀 잘 따르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도 힘들까’, 집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동생을 잘 타이르려고 해도 동생은 그저 자기 편이 돼주지 못하는 한 사람의 잔소리로만 들으려 했다.

그러던 중 동생이 본의 아니게 ‘가출’을 하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멋대로인 동생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엄마가 동생에게 그럴 거면 집에서 나가라며 으름장을 놓으신 것. 그 말에 머뭇거리던 동생은 내가 미처 잡을 새도 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성숙한 형이라면 중재를 했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동생이 집을 나간 뒤 한참이 지나서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동생을 찾아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져서야 동생은 가까스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왔다. 집 주변을 맴돌던 동생이 더 이상 머물 곳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우리집 위층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시던 아버지가 인기척에 동생을 발견하고는 데리고 나가서 국밥 한 그릇을 먹이고 들어오신 것이다. 형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나는 방에 앉아 시무룩해하던 동생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얄밉고, 철천지 원수같이 느껴지는 동생이었지만 그런 상황에서 형으로서 동생을 먼저 다독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밖에 나가있는 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동생이 더 나쁜 생각을 했다면 어떻께 됐을까.
‘형’이라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것도 아마 그 무렵부터인 것 같다.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은 늘 한결같은데 왜 동생만 보면 화부터 내는지, 그런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휴가 복귀하기 전 한 장 찍자는 말에 두 말 없이 승낙한 동생, 닮았다.
휴가 복귀하기 전 한 장 찍자는 말에 두 말 없이 승낙한 동생(오른쪽), 닮았다.
 
그랬던 동생이 재작년 군에 입대했다. 옆에 있을 땐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는 사이였지만, 난 자리는 티가 나듯 늘 옆에 있던 사람이 없으니 갑자기 동생 얼굴이 떠오르면서 자꾸 그동안 못해준 것들만 생각이 났다. 떠올려보니 동생이랑은 늘 얼굴 붉히며 싸운 기억밖에 없다. 난생 처음으로 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동생은 요즘 유난히 휴가를 자주 나온다. 휴가를 나오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와 가족부터 챙긴다. 11월 제대를 앞둔 동생은 요즘 거의 매달 한 번꼴로 휴가를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김없이 노래방으로 간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턴가 우리는 그렇게 마음이 통하고 있었다. 하도 많이 싸워서 같이 노는 것조차 쑥스러워하던 게 언제였냐는 듯 둘이 함께 앉아 열창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우리 형제. 동생의 툴툴거리는 말투는 여전하지만 이젠 그 말투조차 사랑스럽게 들리니 우리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형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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