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글은 대한민국 헌법 조항으로 대통령이 취임식에 하는 선서이다. 필자는 위 문항을 이번 대통령기록전시관에 가서야 알게됐다.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에서 세종시로 이전한지 약 두 달이 지난 현재, 대통령기록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새를 담는 함을 본뜬 대통령기록관 외관.(출처=대통령기록전시관) |
기록관의 외관은 유리큐브 형태로 이는 국새를 담는 함을 본 뜬 형상이다. 총 2만7998㎡의 부지에 연면적 2만5000㎡, 지상 4층, 지하 2층으로 구성된 건물로 이런 건축양식은 국내 처음이다. 이 안에는 약 2천여만 건의 역대 대통령 기록물들이 보관돼 있다. 이 중 4백여 점만 전시관에 공개돼 있고 나머지는 지하 서고에 소장돼 있다.
먼저 건물안에 들어서면 검은색 차 한 대가 눈에 띈다. ‘이게 뭐지? 어떻게 차가 이 안에 있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가까이 가보니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5명의 의전에 사용된 차량이었다. 관람객들도 차량 오른쪽에 설치된 영상 설명서를 보며 신기해했다.
어린이들이 의전차량을 설명한 스크린을 보고 있다. |
대통령 역사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만나다
필자는 좀 다르게 1층부터 보지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 지위 등을 살펴보고 대통령의 다짐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복도를 따라 중앙으로 나가면 대형 스크린이 보인다. RFID(무선인식) 카드를 꽂으면 해당 대통령의 통일에 관한 의견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직접 스크린에 자신의 공약을 저장해 띄울 수 있다. |
또한 역대 대통령의 후보시절 포스터가 전시돼 있으며 관람객들이 직접 후보자가 돼 공약을 걸고 포스터를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놨다.
찰칵! 포스터 사진촬영관이 준비돼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대통령 후보가 되는 체험을 한다. |
대통령 체험관: 대통령의 열정을 만나다
대통령 후보가 돼봤다면 당선 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삶은 어땠는지 봐야 하지 않을까. 3층은 직접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엔 접견실, 집무실, 춘추관, 영빈관 등을 축소해 놓은 미니 공간으로 관람객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놨다. 많은 관람객들이 모여들어 너도나도 대통령이 된 기분을 잠시나마 느끼고 있었다. 필자도 슬쩍 집무실 의자에 앉아봤다.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들이 춘추관 체험관에서 브리핑체험을 하고 있다. |
특히 청와대 접견실 코너에는 AF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대통령기록관 어플을 다운받은 후 접견실 의자에 놓여 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 독일 메르켈 총리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한 관람객이 집무실 체험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춘추관 옆 칸으로 넘어가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역대 대통령들의 선물이 전시돼 있다. 인도에서 받은 간디 동상, 미국에서 받은 백마 인형 등 다양한 선물들이 고운 자태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세계 정상들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들이 전시돼 있다. |
대통령 자료관: 대통령의 기록을 만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대통령이 만난 사람들’이란 테마로 역대 대통령이 만났던 사람들의 사진이 한쪽 벽면에 걸려 있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인사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 마주보며 웃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만난 사람들의 사진이 2층 한쪽 벽면에 걸려있다. |
사진을 둘러본 뒤 기록관 프로세스라는 공간으로 들어오면 대통령 기록물이란 무엇인지, 기록관이 하고 있는 일은 뭔지에 대해 설명을 볼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에선 대통령 기록물의 수집 -> 등록 및 정리 -> 평가 및 기술 -> 보존 -> 서비스 제공 등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
대통령 상징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나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부터 퇴임까지 주요활동을 소개한 1층에는 대통령들의 얼굴 사진을 텍스트 아트 기법으로 연출해놨다. 총 8장의 유리에 각 대통령이 재임시절 자주 쓰던 말을 불규칙하게 나열해 이 유리들을 합하면 대통령의 얼굴이 된다. 이 기법은 특허로도 출원된 상태다.
1층에 마련된 텍스트 유리사진관에서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다. |
1층엔 영상관이 있어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에 한해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10시, 오후2시, 4시 3차례만 상영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엔 상영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록관을 돌아본 뒤 느낀 점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직접 대통령 후보가 돼 공약을 걸고 포스터를 찍는다. 대통령이 되면 집무실에 들어가 결재를 하고 접견실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춘추관에서 인터뷰를 한다.
참으로 뭔가 많은 체험들을 해 볼 수가 있다. 이곳은 단순히 나열된 전시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란 단어가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곳곳에 즐거운 장치들이 숨어있어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제 또 하나의 재밋거리가 생길 것이다. 총 넓이 126㎡ 규모의 무궁화 담장과 정원이 지난 2월에 완공됐다. 대통령기록관 외곽을 따라 약 300m 구간에 최우수 품종의 무궁화 650그루를 심어 무궁화 담장을 조성했다. 다만 무궁화 꽃은 8월이 되야 활짝 피기 때문에 아직은 무궁화에 에워싸인 기록관을 볼 수가 없다.
요즘 봄철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에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럴 때 그냥 집에 있지 말고 가족과 함께,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통령기록전시관에서 멋진 추억 하나 만드는 게 어떨까. 내가 뽑은 대통령이 어떤 역사인식을 가지고 어떻게 국정운영을 했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기자 김혜인(프리랜서) kimhi10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