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과 함께 미리 예약해 둔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잡은 테이블 보다 레스토랑 정원이 훨씬 예쁘게 보이는 창가 쪽으로 옮기고 싶어서 문의를 했으나 몇 주 전부터 예약된 좌석이라 옮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망이 좋은 좌석을 예약했다는 손님은 레스토랑이 마칠 시간이 되도록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예약을 해놓고 별도의 취소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행동, 즉 노쇼(no-show)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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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예약부도, 노쇼(NO-SHOW)라 한다.(출처=위클리공감) |
영화표
실제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예약부도율은 국내선 7.5%, 국제선은 4.5%였다. 국제선 승객 100명 중 4~5명이 항공권을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은 것인데 승객 수로 보면 하루 평균 2000명이 아무런 통보 없이 탑승하지 않은 것이다.
병원의 경우 중요한 수술이나 검사를 예약한 환자가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급한 진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병원에 끼치는 손해도 크다. 예를 들어 검사 조영제로 사용되는 동위원소의 경우 방사선물질로 반감기(방사능량이 반으로 걸리는 시간)가 매우 짧아 110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게 돼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검사 약품을 폐기해야하므로 병원과 약품을 제공하는 업체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출발시간이 임박해서 취소하는 열차표, 버스표도 반드시 필요했던 다른 누군가는 못 타게 된다.
지난해 국립휴양림 캠핑장에 예약 신청한 총 8만4881건 중 10.4%가 노쇼였고, 예약 시간을 30분에서 한 시간 앞두고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7.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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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쇼는 영세한 자영업자와 다른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출처=공정거래위원회) |
공공업무도 일종의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행정 기관을 이용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 지난 3년 간 약 91만 건이었고, 이 중 15만 건은 찾아가지 않았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공무원들이 자료를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낭비라 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높은 예약부도율을 보이는 곳은 음식점이다. 예약을 해놓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예약 시간 바로 직전에 취소를 하는 비율이 20%나 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조8천억 원 정도라고 한다.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는 손해는 물론 미리 준비한 재료와 만들어뒀던 음식들을 모두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노쇼 때문에 5대 주요 서비스 업종(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이 지난 한 해 입은 경제적 손실이 8조2700억 원에 이른다. 평균 예약 부도율은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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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와 현대 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15년 5대 서비스 업종 예약부도율. |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노쇼를 한 적이 있고 그 이유는 ‘번거롭고 취소사유를 설명하기 귀찮아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말 그대로 나 편하자고 하는 짓이다.
노쇼 고객 때문에 생기는 자영업자의 피해 사례가 늘자 이제는 바꿔보자는 노쇼 근절 캠페인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원 등과 함께 노쇼 근절을 위한 홍보 동영상과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를 시작했다. 홍보 동영상에는 요리 연구가 백종원, 이연복 셰프 등이 출연해 ‘노쇼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이며 고객이 예약한 그 순간부터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고객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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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쇼 근절 홍보 동영상 중 한 장면.(출처=공정거래위원회) |
이렇게 제작된 포스터는 음식점과 미용실, 병원 등에 붙이고, 동영상은 버스 정류장 전광판, 공연장, 체육시설 등에서 상영해 예약부도 근절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42만 개 식당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서울 시내 음식점을 시작으로 ‘노쇼는 노!’ 스티커와 냅킨을 제작해 배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업들도 노쇼 근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예약 부도 ZERO, 예약은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캠페인을 알렸고, 포스코 그룹은 ‘포스코와 45개 계열사 전 임직원 3만5000명은 노쇼는 물론 예약 시간이 임박해서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가 하면 사내 방송을 통해 노쇼의 사례와 그 폐해를 다룬 영상도 방영하기로 했다.
노쇼를 예방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찾는 경우도 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올해 1월부터 상습적인 노쇼 고객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전국 29개 국립자연휴양림의 객실과 캠핑장을 예약해놓고 연락 없이 예약을 두 번 깬 이용자에 대해 90일간 휴양림을 예약할 수 없게 하고, 한 번에 예약 대기를 할 수 있는 캠핑장 개수도 지금까지 최대 9곳이었던 것을 3곳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등 많은 항공사들이 국제선 노쇼 수수료로 10만 원을 부과하고 있고, 국내선의 경우도 8천 원에서 1만 원의 노쇼 수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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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약한 곳에 갈 수 없을 경우 전화 한 통이면 노쇼를 근절할 수 있다.(출처=공정거래위원회) |
하지만 정작 예약부도율이 가장 높은 음식점의 경우엔 예약 시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예약금제도’나 노쇼를 할 경우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해도 오히려 고객들의 항의 때문에 실질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고 한다.
노쇼로 인한 서비스 제공자의 피해는 결국 내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 조금만 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한 층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중하게 꼭 가야하는 곳을 예약하고 행여 사정이 생겨 가지 못하게 될 경우 미리 취소여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약은 서로간의 소중한 약속이므로 취소 시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소비자의 행동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신서연 backto1492@gmail.com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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