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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후원에서 책 읽는 가을

창덕궁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 참가기… 11월 15일까지

2016.10.11 정책기자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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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파랗다. 선선한 바람이 가을임을 더 느끼게 한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옆에 끼고 조용한 곳에 가 맘껏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독서와 계절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선의 임금들이 자연을 감상하며 시를 짓고 심신을 수련하던 창덕궁 후원에서 개최되는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가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창덕궁은 시, 수필, 어린이 도서 등 다양한 책이 비치된 후원의 정자에 앉아 휴식과 독서를 같이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필자는 평일 오후에 창덕궁을 찾았다. 한복을 입은 관람객들이 제법 많았다. 1회 입장 인원을 창덕궁 누리집을 통해 사전예약 인원 50명과 현장 예매 인원 150명으로 관람 수요를 조정하고 있다. 이 기간에만 1회 입장 100명에서 두 배인 200명으로 현장 예매가 늘었다.

표를 구매하여 정해진 시간에 입장하면 된다. 후원 관람은 문화해설사의 인솔하에 제한된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었는데 행사 기간에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해설을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안내 해설 서비스도 회차를 늘려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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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의 중심 정원 부용지는 임금과 신하의 화합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후원의 중심 정원 부용지는 임금과 신하의 화합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창덕궁은 아름답고 넓은 후원 덕분에 다른 궁궐보다 왕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짜기마다 정원을 만들었다. 4개의 골짜기에는 각각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영역이 펼쳐진다. 그곳 연못에 아담한 규모의 정자들을 세워 자연을 더 아름답게 완성한 것이 창덕궁의 후원이다. 후원은 왕과 왕실 가족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왕이 주관한 여러 야외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후원 입구에서 걸어 들어간 후 만난 곳은 후원의 첫 번째 중심 정원 부용지였다. 이곳은 휴식 뿐만 아니라 학문과 교육을 하던 비교적 공개된 장소였다. 사각형 연못인 부용지를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지어졌다. 주합류 일원의 규장각과 서향각 등은 왕실 도서관 용도로 사용됐다.

부용지에서 왕과 신하가 낚시를 하거나 비단으로 만든 배를 띄우기도 하고 꽃구경을 했다고도 한다. 영화당은 동쪽으로 춘망대 마당을, 서쪽으로 부용지를 마주하며 앞뒤에 툇마루를 둔 특이한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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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당에서는 왕이 입회하는 특별한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던 곳으로 독서 장소로 개방하고 있다.

영화당에서는 왕이 입회하는 특별한 과거시험을 치르기도 했던 곳으로 독서 장소로 개방하고 있다.

춘망대 마당에서는 군사훈련이 자주 시행되기도 하고 활쏘기 행사, 과거 시험 중 갖가지 야외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왕이 참관했다는 말처럼 툇마루에 올라서니 앞마당의 전경과 쪽빛 가을 하늘까지 한눈에 들어찼다.

내부도 꽤 넓어서 비좁다는 느낌 없이 환한 곳에서 책을 읽기 편안한 곳이었다. 독서를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부용지와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멋진 경치를 연출에 눈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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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덕정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의두합은 효명세자와 관련된 곳으로 ‘기오헌(奇傲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존덕정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의두합은 효명세자와 관련된 곳으로 ‘기오헌(奇傲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두 번째 독서 장소인 존덕정으로 가는 길에 만난 애련지와 의두합이 눈길을 끌었다. 애련지 가운데에 섬을 쌓고 정자를 지었다는데 섬은 없고 애련정만 연못 북쪽 끝에 걸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 공사 중이라 애련정은 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애련지 남쪽에 효명세자의 독서처였다는 의두합에 관심이 갔다. 현재 ‘기오헌(奇傲軒)’이라는 현판이 붙은 의두합은 8칸의 단출한 서재로, 단청도 없는 매우 소박한 건물이었다.

효명세자에 대한 드라마가 방영 중이라 그와 관련된 곳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22살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 갔지만, 3년 3개월 대리청정 기간 동안 남긴 많은 글을 보면 학문과 문학적 소양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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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형의 호수에 두 발을 걸치고 있는 것 같은 관람정의 모습이 밤나무가지 사이로 보이고 있다.

곡선형의 호수에 두 발을 걸치고 있는 것 같은 관람정의 모습이 밤나무가지 사이로 보이고 있다.

다음 골짜기를 지나 만나는 것은 두 번째 독서 개방 장소인 존덕정이 있는 관람지였다. 이곳은 후원 가운데 가장 늦게 갖춰진 곳으로 원래 모습은 네모나거나 둥근 3개의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1900년대 이후 하나의 곡선형으로 바뀌었다. 밤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정자들이 한편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부채꼴 형태의 관람정 현판은 신선이 가지고 다닌다는 파초 모양을 본뜬 것이라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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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덕정과 이어지는 다리 남쪽에는 시간을 재는 일영대가 있었다고 한다.

존덕정과 이어지는 다리 남쪽에는 시간을 재는 일영대가 있었다고 한다.

 

책 읽기 좋게 아늑하고 편안한 존덕정은 정조가 펼치고자 했던  왕권 강화와 개혁정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책 읽기 좋게 아늑하고 편안한 존덕정은 정조가 펼치고자 했던 왕권 강화와 개혁정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관람정 맞은편에는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승재정이 있다. 숲 속에 자리 잡은 승재정은 높은 곳에 있어 창경궁의 모습과 후원의 전경까지 두루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쪽 언덕 위에 위치한 길쭉한 맞배지붕의 폄우사는 ‘어리석음을 고친다’라는 뜻이 있다. 왕세자가 독서 하며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었다.

존덕정은 1644년에 세워진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육면정이라 부르다가 존덕정으로 바뀌었다 한다. 기둥이 두 개인 존덕정은 본 건물을 짓고 그 처마를 잇대어 지붕을 따로 만들었다.

천정 중앙에는 쌍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그림이 있는데 왕권의 지엄함을 상징한다. 내부 북쪽 지붕 아래에는 하얀 글씨가 쓰인 나무현판이 있다. 정조의 글씨로 ‘만천명월주인옹(세상의 모든 시냇물이 품고 있는 밝은 달의 주인공)’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어 부르고 그 서문을 새긴 것이라고 한다.

신하들에게 강력하게 충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왕권 강화와 개혁정치를 펼쳤던 정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글이다. 평상시에는 개방되지 않은 곳이나 이번 행사에 특별히 개방된 곳으로 연못을 지척에 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다른 곳보다 아늑한 느낌이 들어 자리를 뜨기가 싫었다.  

다른 두 곳의 독서 장소를 가 보기 위해 미련이 남은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곳은 100m 정도 올라가서 만난 취규정으로 세 번째 독서 장소다. 휴식과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학자들이 모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취규정에 마련된 독서대는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푸른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아 숲의 나뭇잎들은 초록을 자랑하고 있지만, 단풍으로 물든다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 줄 것이다.

농산정이 있는 옥류천은 다양한 각도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요암에 새겨진 숙종의 시와 벼 베기가 끝난 청의정의 모습이다.
농산정이 있는 옥류천은 다양한 각도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소요암에 새겨진 숙종의 시와 벼 베기가 끝난 청의정의 모습이다.
 
네 번째 독서 장소가 있는 농산정은 옥류천 일대에 있다. 옥류천은 후원의 북쪽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흐른다. 1636년에 거대한 바위인 소유암을 깎아내고,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여 작은 폭포를 만들었다.

곡선형의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을 벌이기로 했던 곳이다. 바위에 새겨진 ‘옥류천’ 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고 오언절구 시는 일대의 경치를 읊은 숙종의 작품이다.

소여정, 태극정, 농산정, 취한정, 청의정 등 작은 규모의 정자를 곳곳에 세워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는 정원을 이루고 있다.

작은 논을 끼고 있는 청의정은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초가이다. 청의정 논은 호수를 논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이곳에는 벼 베기를 끝낸 벼들이 세워져 있었다. 청의정 지붕에 얹은 볏짚은 벼 베기 행사에서 나오는 볏짚을 사용한다고 한다.

인조 때 세워졌으며 임금이 옥류천 주변으로 거동했을 때 다과상 등을 마련하던 정자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조는 화성으로 행차를 준비할 때 후원에서 혜경궁이 타고 갈 가마를 메는 연습 등을 한 후 농산정에서 신하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다고 한다.

창덕궁 후원 정자 중 책이 비치된 곳은 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 네 곳으로 관람객들의 휴식과 독서를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경치가 빼어난 곳을 개방했다고 한다. 지난해의 2주간 행사 기간을 6주간으로 대폭 확대해 아름다운 단풍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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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동에서 온 김명순(55세)씨 모녀는 존덕정이 책이 읽기 가장 편한 곳 같다고 했다.

명륜동에서 온 김명순(55세) 씨 모녀는 존덕정이 책이 읽기 가장 편한 곳 같다고 했다.

명륜동에서 왔다는 김명순( 55세) 씨는 “너무나 여유로워 힐링이 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행한 딸 박은미(26세) 씨는 “궁궐을 좋아해서 자주 갔지만, 후원은 처음 왔다. 빌딩이 전혀 보이지 않고 하늘과 나무들만 보여서 서울이 아닌 것 같다. 공기가 맑아 기분이 좋고 정자 안에 방석도 준비돼 있어 독서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강은경 문화해설사는 “정자는 안에서 감상하기 위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일반분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황실의 공간에 머물며 독서로 마음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은 독서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후원의 정자를 무료로 빌려줘 독서 토론회를 열 수 있게 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해당 인원은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월 21일 오후 2시에는 후원 연경당에서 박홍순 작가와 함께 하는 ‘후원에서 만나는 인문학 강연’을 개최한다. 창덕궁 누리집을 통한 사전예약과 당일 창덕궁 후원 관람객에 한하여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다고 한다.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를 통해 필자가 체험한 후원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독서의 여유로움까지 느껴보기를 바란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 특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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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현장에서 느껴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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