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의 습격으로 부모님이 살해당한 뒤 고독하게 고담시를 지켜온 ‘배트맨’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은밀하게 착한 사람을 돕고 악한 사람을 골려주던 ‘아멜리에’를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복마전은 현실에서도 펼쳐지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일’하는 배트맨이나 아멜리에 같은 사람들의 쉼 없는 노력 덕분에 그래도 세상은 지탱되는 게 아닐까?
물론 배트맨처럼 실체 분명한 악을 구축한다든가 아멜리에처럼 일부러 숨어서 은밀하게 타인을 돕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그리고 사심 없이 타인을 돕던 분들의 선행을 발굴해 시상하는 자리가 있다. 바로,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의 ‘생활 속 작은 영웅’ 시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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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작은 영웅’ 수상자들. |
어느덧 3회째를 맞는 ‘생활 속 작은 영웅’ 시상식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S타워에서 열렸다. 올해의 작은 영웅은 정부기관과 시민단체의 추천이나 자천으로 응모한 108명의 후보자 중 2차례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44명이 선정됐다.
△서초 교대역에서 흉기를 들고 위협하던 범인을 손을 다치면서까지 제압한 용감한 시민 다섯 명(변재성, 송현명, 이동철, 오주희, 조경환) △17년 동안 지팡이 4천여 개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제공해 온 설재천 씨 △본인은 지하 월세방에 살면서도 12년 동안 급여 2억8천만 원을 기부해 독거노인을 돕는 정영찬 씨 △식당을 운영하면서 소년소녀 가장 장학금 기부와 독거노인 생일상 차려드리기 등의 나눔을 실천해 온 최필금 씨 △공업주사보로 근무하면서 퇴근 후엔 주민들의 보일러와 전기설비를 살피던 김동주 씨가 올해의 작은영웅들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수상자 중 한분인 김동주 주무관으로부터 생생한 봉사이야기를 직접 전해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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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맥가이버로 변신하는 김동주 주무관. |
Q. 부산구치소에서 보일러를 관리하는 공업주무관으로 근무하신다 들었습니다. 퇴근 후엔 ‘맥가이버’로 변신해 인근 주민들을 돕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맥가이버라뇨. 듣기 부끄럽습니다.(웃음)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주변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받은 만큼은 되돌려 드리자’는 마음으로 성당 지인들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알음알음 건네 듣고 돕던 중 정말 딱한 사정에 놓인 분을 알게 됐습니다.
90년대 초니까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네요. 남편과 사별한지 얼마 안 된 아주머니가 두 아들과 보일러 없이 한파를 나고 있었어요.
직접 방문해 보니, 무허가 건물이라 전기설비는 거의 안 돼 있었고 연탄보일러는 가스중독이 두려워 켤 엄두를 못내 전기장판에만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연가를 내서 전기설비에서 전기보일러, 부엌 싱크대 설치까지 일주일에 걸쳐 작업을 했습니다. 첫 보일러 설치 봉사였는데 겨울작업이라 더 힘들긴 했지만 보람이 컸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체계적으로 냉난방시설을 설치하는 ‘보냉가설 봉사단’에도 가입해 꾸준히 활동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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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김동주 주무관. |
Q. 사비를 들이는 건 기본이고 휴가까지 내서 봉사하시는데 정말 겸손하신 것 같아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이 있나요.
A. IMF금융위기 직후였는데, 사업실패로 가장이 자살해 시아버지를 모시고 딸과 셋이 사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전기가 끊겨 딸아이가 초를 켜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곧바로 한전에 연락해 지원방법을 묻고 밀린 일 년 치 전기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계량기 같은 전기설비 공사는 위험해서 자격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일을 계기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으로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은 무척 많은데 처음 보일러 공사를 했던 집의 두 아들과는 아직도 아버지의 입장에서 멘토 역할을 할 정도로 각별합니다. 사춘기 때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훌륭하게 잘 성장해 교사와 사회복지사가 됐어요. 이럴 때 가장 보람있고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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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주무관의 손길이 닿으면 고장난 가전기기에 새 생명이 돋는다. |
Q. 봉사를 위해 자격증까지 취득하시다니,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보일러 외에도 장판이나 도배, 싱크대, 물탱크, 가전제품 같은 생활 속 각종 설비에 손볼 곳이 많더라구요. 자격증은 그때그때 필요한 걸 따다보니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아직도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많고 취득해야 할 자격증도 많은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진 꾸준히 공부하면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힘들긴 해도, 작업을 마치고 나면 보람이 더 큽니다. 서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열심히 돕고 싶네요.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이들이 ‘영웅’적일 수 있던 건 실천하기 쉽지 않은 ‘순수하게 타인을 위하는 봉사’를 행해서다.
김동주 주무관과 인터뷰를 하면서 문득 미미 레더의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가 떠올랐다. 영화에서처럼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 세 명의 다른 누군가를 돕는다면, 선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봉사 행위보다 무언가를 받았을 때 보답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인간관계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생활 속 작은영웅’의 시상인원이 해매다 조금씩 늘고 있다는데 다음 해엔 얼마나 더 풍성한 미담으로 어떤 작은 영웅들이 발굴될지 궁금해진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김동주 주무관 덕에 직접 도움을 얻은 이웃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마음에도 온기가 전해졌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홍영의 nyrdagur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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