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두 번째 꽃망울이 맺혔다. 긴 겨울을 나며 잎이 떨어졌어도 그보다 많은 새순이 삐죽삐죽 돋아나는 모습이 여간 신기하고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다. 내 꿈과 함께 커가자는 의미로 ‘꿈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그저 하나의 화분이 아니었다. 마치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말하듯 명명(命名)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한 것이었다.
최근 들어 ‘반려식물’이란 단어가 뜨고 있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말이다. 반려동물이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서 가족의 일원을 뜻하듯 반려식물도 집에서 가꾸는 화분이란 의미를 넘어서 함께 지내며 벗이 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어차피 집에서 돌보는 식물인데 ‘반려’ 글자가 더 붙었다고, 화분에 이름 하나 붙였다고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겠지만 생각보다 변화가 컸다.
필자는 작년 늦가을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하는 팸투어에 참여하여 농촌에듀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농원을 방문하여 반려식물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가장 처음 주어진 과제는 화분에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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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김포시 이화농원에서 반려식물 교육을 받고 있는 정책기자단의 모습. 반려식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교육은 시작했다. |
참가자들은 처음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각자 바람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화분에 이름을 쓰고 예쁘게 웃는 얼굴도 그려 넣었다. 강사는 “물주는 날 잊지 말고 물을 주면서 화분을 한번씩 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화분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세요.”라고 알려줬다. 난 화분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강의도 이어졌다.
그렇게 새로 생긴 난 화분을 갖고 집으로 돌아온 지 어언 5개월이 흘렀다. 가을의 끝자락에 내 방으로 온 온전한 나만의 화분은 긴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했다. 화분을 키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반려식물 교육 이전에도 식물에 관심이 많아 방에서 여러 차례 키우다 죽이길 몇 번, 그러고 나서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는데 다시금 생명에의 책임이 주어졌다.
물 주는 날은 꼭 기억했고, 쑥스럽지만 오래 곁에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한 마디씩 되뇌며 물을 주었다. 마치 그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 조그만 화분 어디에 생명이 그리 숨어있었는지 밤사이 안 보이던 새순이 계속 돋고 꽃망울이 맺혔다.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함께 반려식물 교육을 받았던 기자들은 이후 꽃이 핀 화분 사진을 인사처럼 보여주었다.
방에 녹색식물이 있으니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이 들었지만 정서적인 휴식은 훨씬 큰 것이었다. 하루에 몇 분씩은 책상 위의 화분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반려식물을 키우며 얻는 심리적 치유효과는 매우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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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필자의 반려식물. 새순이 돋는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반려식물을 돌보며 얻는 정서적 치유효과을 일상에서 얻고 있다. |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도 반려식물 교육을 포함해 식물을 이용한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북구청은 다방면의 식물활용 감성정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반려식물을 키우며 얻을 수 있는 정서적 효과에 주안점을 두고 자살예방센터 및 마음돌보미와 연계하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분양과 원예치료를 시행했다. 원예치료는 정원 가꾸기, 식물 재배하기, 꽃을 이용한 작품 활동 등을 통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증진시키며 꽃이나 식물 등의 향기를 맡음으로써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치료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고독, 우울로 자살하는 사례는 인구 10만 명당 26.5명에 이른다고 한다. 성북구의 홀몸 노인은 1만3천여 명을 웃돈다. 노인, 특히 홀몸 노인의 증가세를 파악한 식물활용 정책이었다.
성북구는 지난해 8월과 9월 장위3동주민센터에서 관내 어르신 60여 명을 대상으로 노인성 질환치료와 우울증 예방을 위한 원예치료교육을 실시했다.(제공=성북구청)
강습에 참여한 어르신은 “아이들이 각자 다 바쁘고 혼자 집에서 우울한 시간에 원예치료를 받고 마음이 안정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어르신 원예치료 이외에도 2012년부터 골목텃밭을 가꾸어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장위3동에 희망가구 앞 상자 및 화분형 텃밭 200세트를 배치했다. 2012년도 조성 후 주민들이 스스로 골목 텃밭을 가꾸고 있다. 구청에서는 상·하반기 정비를 통해 흙과 퇴비, 모종, 씨앗 등을 지원하며 현장교육과 지속적인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성북구청 홍보전산과 정진식 주무관은 “구내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 인구가 많다. 골목 텃밭을 조성한 동네에선 어르신들이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느끼시는 것 외에도 집 밖으로 식물을 가꾸러 나오시면서 이웃과 가깝게 교류하며 지낸다. 골목 텃밭이 조성된 이후 낙후지역에 속했던 동네는 밝아지고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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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처음으로 조성된 성북구 장위3동의 골목텃밭 전경. 골목텃밭을 통해 노인 및 주민들의 심신 건강과 더불어 마을 환경개선 및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제공=성북구청) |
골목텃밭은 집밖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어르신이 골목텃밭을 가꾸는 동안 이웃들과 소통하고 자연스레 어르신의 안녕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골목 배출 쓰레기양이 줄어드는 기대 밖 효과도 덤으로 생겨났다.
성북구청은 텃밭강사, 텃밭관리원, 텃밭보급원 등 관련 분야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일자리 창출을 꾀할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인 마을기업의 활용도 모색하는 등 식물과 연계한 다양한 정책을 성공리에 이끌고 있다.
성북구청은 이외에도 도시농부 어린이 생태교육을 위한 ‘꼬마농부’ 프로그램을 운영중인데 구청사 옥상에 조성한 텃밭과 성북천변의 텃밭을 체험하는 어린이 도시농업 체험로드는 인기가 높다.(제공=성북구청)
식물관련 정책은 ‘식물’하면 쉽게 떠오르는 기대효과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단순한 환경개선 효과를 넘어서 주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서 나아가 일자리 창출까지 셈할 수 없는 이익은 대단히 컸다.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식목일, 나무 심을 곳 없는 콘크리트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고 무념하게 지나치지 말고 화분 하나 방에 들여놔 보는 것은 어떨까? 이왕이면 화분에 이름 하나 붙여 본다면 더욱 좋다. 사소하지만 화분에 내가 지은 ‘이름’ 하나를 붙여 놓는 것만으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이름이 생겨난 화분은 우리가 주는 것보다 분명 더 큰 메아리를 선사해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쉬어가게 해 줄, 한결같은 벗 하나가 생겨날테니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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