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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못 사드려도, 금강산은 보내드릴 수 있길

2003년 금강산 여행 정책기자가 2018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2018.04.23 정책기자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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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진, 중단된 여행

“엄마, 이번에 나 먼저 갔다 오고 나면, 그 다음엔 엄마 꼭 보내드릴게.”
“결혼할 때 엄마 그랜저 사주고 결혼한다더니~ 두 번 안 속는다.”

엄마한테 어린 딸을 맡기며 미안한 마음을 안고 떠난 금강산 여행이었다. 1998년 11월 18일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남한의 민간인들이 북한을 여행하는, 남북 분단 50년 만에 불어온 훈풍이었다. 그리고 2003년 11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육로를 통해 나도 휴전선을 넘었다.

단절된 시간만큼 통제된 사항은 많았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녹음기 반입이 안 되고 배율 높은 카메라나 망원경, 온도계와 지도, 나침반도 가져가면 안 됐다. 정치색을 띤 책이나 유인물도 안됐다. 목에 늘 걸고 다녀야 했던 관광증이 물에 젖거나 훼손되면 10달러의 벌금도 내야 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처음으로 밟게된 북한 땅 ‘온정각’. 뒤로 보이는 게 금강산이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처음으로 밟게된 북한 땅 ‘온정각’. 뒤로 보이는 게 금강산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은 2박 3일로 짜였다. 첫째 날은 휴전선을 넘어 숙소인 호텔 해금강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났다. 둘째 날엔 구룡폭포에 오른 뒤 온천을 했고, 여행의 마지막 날 만물상을 오르고 삼일포를 둘러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휴전선을 넘어왔다.   

관광도 관광이었지만, 버스 차창 밖으로 내다본 북한의 모습들이 지금껏 더 기억에 남는다. 추운 겨울철인데도 치마를 둥둥 걷어붙이고 맨발로 넓은 강을 건너던 여자, 예쁘게 모여 앉은 초가집과 소달구지, 흙벽돌로 지어진 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붉은 황토 빛깔의 흙길… 이동 중 촬영 금지라는 통제 때문에 오히려 눈 속에, 기억 속에 이 모든 것들을 꼭꼭 넣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는 실정이야 어떻든 그 풍경들은 정겨웠고, 그래서 찡했다. 그러면서도 중간에 한 번씩 버스에 올라타 검문하는 북한군은 괜히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을 담은 구룡연.


하늘도, 물도 옥빛이었던 구룡폭포 가는 길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너무 부러웠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통일이 되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만은 그대로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경치 좋은 곳마다 바위에 새겨진 붉은 글씨의 체제 찬양 문구는 또 왜 그렇게 가슴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지.

지금처럼 사람들이 너도나도 등산복을 입던 시절은 아니었던 시절. 나는 그때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었다. 만물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북한 안내원이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거, 멀쩡한 바지 하나 사 입을 형편이 안 되는 겁니까?” 해서 일행 모두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흑돼지 요리로 유명한 금강원에서는 열악한 전기 사정으로 저녁 식사 도중에 전기가 끊겨 어둠 속에서 고기를 굽기도 했다.

금강산 외금강 지역의 ‘만물상’.
금강산 외금강 지역의 ‘만물상’.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을 위해 금강산으로 떠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한민족이면서도 다른 어떤 여행지보다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정을 거쳐야 할 만큼 우린 너무 오래 갈라서 있었다. 그것도 휴전 상황이라는 냉엄한 현실 속에.

금강산에 보내드리겠다는 엄마와의 약속이 또 흐지부지된 사이, 2008년 7월 11일 한 관광객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그리고 난 금강산 관광 이용권만 남기고 모든 사진을 잃어버렸다. 위에 소개한 사진은 모두 같이 간 직장동료들을 통해 그나마 몇 장 건진 것들이다. 잃어버린 사진과 함께 금강산 관광은 10여 년 동안 끊겨버렸다.

2003년 여행한 금강산의 사진은 모두 잃어버리고 금강산관광 이용권만 남았다.
2003년 여행한 금강산의 사진은 모두 잃어버리고 금강산 관광 이용권만 남았다.
 

마지막 날 본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 끝자락에 흘러나온 노랫말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라던 그 노랫말, 나는 금강산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추억을 다시 찍을 수 있게 될까.

옥류관에서는 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옥류관에서는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평화, 새로운 시작. 금강산에 다시 봄이 올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도 될지 걱정할 만큼 긴박했던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날짜가 4월 27일로 확정된 것이다.

역사상 세 번째로,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1월 9일, 2년여 만에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이 회담에서 남북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공동 입장,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 선수단·응원단뿐만 아니라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고위급 대표단도 방문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왔고,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특별사절단을 답방 형식으로 평양에 보냈고, 4월의 ‘남북정상회담’을 만들어 냈다. 평창이 평화를 불러왔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출처=뉴스1)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출처=뉴스1)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내외신을 대상으로 판문점을 사전 취재할 수 있는 프레스투어를 마련했다. 모두 14개국 76개 매체의 기자들이 참여할 정도로 전 세계는 지금 판문점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에 쏠려 있다. 나 또한 설렌다.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http://www.koreasummit.kr/)에 마련된 SNS 해시태그 이벤트.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http://www.koreasummit.kr/)에 마련된 SNS 해시태그 이벤트.
 

그 마음을 담아 남북정상회담 온라인 플랫폼(http://www.koreasummit.kr/)의 ‘국민의 바람’ 코너에 마련된 SNS 해시태그 이벤트 참여도 했는데 기분 좋게 메인에 걸리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엔 아마 전 국민이 즐거워할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오지 않을까. 한반도의 진정한 봄이 시작될 거라 굳게 믿는다.

엄마에게 그랜저는 못 사드려도, 적어도 금강산 여행은 꼭 보내드릴 수 있기를, 그 오래된 약속을 꼭 지킬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최지연
정책기자단|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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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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