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 매해 똑같이 지나고 있는 6월의 시간을 2018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나섰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에 각기 다른 직업과 경험을 가진 정책기자단이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보내는 특별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드릴 텐데요. 이를 통해 보훈의 의미를 되새기고, 보훈의 과거, 현재, 미래를 기대하는 좀 더 색다른 보훈의 달로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정책기자단이 경험한 특별한 호국보훈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실까요?<편집자 주>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는 전쟁의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고 68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6.25 전쟁 68주년을 맞아, 학군단 장교후보생인 필자가 6.25 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를 직접 만나고 왔다. 6.25 당시 이야기를 들으며 호국보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참전용사 진용하(85) 옹은 옛날의 일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
“성숙하다는 것은 다가오는 모든 생생한 위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계 정신과 의사 프리츠 쿤켈은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50년 6월 25일, 당시 17살이던 진용하(85) 옹은 ‘지옥’을 경험했다. 중학생이었을 때 시작된 이 전쟁은 군인으로 끝났다. 진 옹은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Q.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살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A. 1950년에 저는 인천에 살고 있었어요. 당시 17살이었는데, 그 때는 중학교가 4학년까지 있었기 때문에 중학생이었죠. 그리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살았어요.
당시 어머니는 경찰서 주변의 음식점에서 음식을 파셨어요. 저는 중학교가 끝나면 밴드 동아리에서 친구들끼리 합주를 하면서 지내곤 했어요. 나름 즐거운 시절이었죠.
Q. 전쟁이 일어난 날 당시가 기억나시나요?
A. 막상 당일은 잘 기억이 안 나고, 2일 정도 지나서 우리 가게에 단골로 오던 경찰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요. “서울이 무너질 것 같다.(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3일 뒤, 서울 함락) 빨리 피난가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경찰서 주변에서 장사를 해서 그랬지, 북한군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내려올 줄은 몰랐을 겁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피난길에 올랐죠.
Q. 피난을 가는 길은 어땠나요?
A. 맨 처음 충격 받았던 건 대포소리였어요. ‘쾅’ 소리가 나는데, 정말 하늘을 찢는 줄 알았어요. 처음엔 멀리서 ‘쿠쿠쿵’ 거리고, 빛도 번쩍번쩍 하길래 천둥번개인 줄 알았어요. 근데 가까이서 그 소리를 들으니까 정말 무섭더라고요. 폭발 때 섬광은 또 얼마나 밝던지.
하루는 정처없이 피난을 가고 있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던 우리나라 공군기가 하늘을 날고 있는 거에요. 비행기 꼬리에 태극무늬가 있어서 알 수 있었죠. 근데 얼마 못 가서 그 비행기가 대공포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무엇인가에 맞아서 두 동강 나는 것도 봤어요.(실제로 안양 근교에서는 당시 T-6로 구성된 공군 편대가 북한군 기갑부대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상태였다)
두 동강 난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피고 파일럿 한 명이 낙하하는 것까지는 봤는데 그 사람이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것 말고도 제 뒤에서 북한군이 ‘따발총’(정식 명칭은 PPSH-41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소련이 사용한 이후로 공산권 국가에 널리 보급된 총이다)을 쏴댔는데, 운이 좋게 겨우 살아남은 적도 있고….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고 결국 충청도 아산 근처에서 피난 가는 것을 그만뒀어요.
이미 피난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어요. “어차피 더 남쪽으로 내려가도 인민군이 점령을 하고 있어서 갈 필요도 없다.”라고요. 그래서 결국 그곳에서 멈췄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들어서도 식지 않고 있다. |
Q. 피난 생활은 어땠나요?
A. 아무리 전쟁통이라지만 사람 사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지금에 와서 하게 돼요. 그곳에서도 친구를 사귀었는데, 다들 착한 친구들이었어요. 맥아더 장군에 의해 인천이 수복되고 나서 다시 인천으로 올라가게 됐는데, 그 때 사귀었던 친구들 중 한 명이 “너와 그래도 잘 지냈는데 딱히 선물해 줄 것은 없고, 머리나 깎아줄게.”라고 말해서 머리를 완전히 밀고 갔어요.
머리를 밀고 인천에 돌아와서 다시 만난 친구들이 저를 보고 하는 말이 “너 인민군 하다가 왔냐?” 라고 하는 거에요. 왜냐면 그때 인민군들은 머리를 완전히 밀고 전쟁에 참가했거든요. 그래서 그거 해명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 당시 충청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가끔 보고 싶어요.
Q. 군인으로 참전했다 들었는데요.
A. 군에 입대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음악 때문이었어요. 경찰에서 음악대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어 있는 거게요. 예전에 친구들과 밴드를 하던 때가 생각나 지원하게 됐고, 뽑히게 됐어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음악대 친구들은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심지어 평양에도 다녀왔죠. 그러다 경찰로 지리산 근처에서 인민군 잔당을 소탕하는 작전에 투입됐죠.
잔당 소탕작전 수행 중에, 공군에서 공고가 뜬 것을 봤어요. 공군 군악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죠. 여전히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저는 동기 경찰들과 같이 지원했어요. 전쟁 중인데다가 작전도 수행하던 터라 허가를 받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허가가 떨어지고 바로 공군 이등병으로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공군 군악대를 창설한 사람들 중 한 명이 됐죠.
공군 군악대 창설 멤버 중 한 명이자 한국전쟁의 영웅이기도 한 그였다. |
Q.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요?
A. 안 믿겼어요. 현역 군인이었기도 했거니와, 훨씬 전부터 휴전협정 한다는 말은 들었기 때문이죠. 근데 정말로 전쟁이 멈췄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는 표현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공허한 기분도 들고, 전쟁 동안에 죽은 친구들도 생각나고….
Q. 전쟁이 끝났을 때의 우리나라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실 것 같은데요.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A. 늙은 몸으로 산책을 나가면 가끔 감회가 새로워요. 전쟁이 끝났을 때는 온 국토가 황폐화됐으니까요. 거리에서 부모님을 잃고 울며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많이 봤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지금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내 젊음이 헛된 곳에 쓰이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가끔은, 우리와 같은 참전용사들의 노고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마무리에 접어들 때 진용하 옹은 미래에 장교가 될 기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진용하 옹은 미래에 장교가 될 필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매년 6.25를 맞이했지만, 이번 6월 25일은 여느 때와 달리, 조금은 마음 편하게 맞이한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평화의 기류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진용하 옹을 통해 68년전 당시 얘기를 들으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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