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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과 교사들이 말하는 ‘스쿨 미투’

공론화하기 어려운 주제…일부 용기보다 사회적 관심 높여야

2018.12.04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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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시절, 우리들은 수학시간을 부담스러워했다. 수학 선생님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우리들과 어깨를 가까이 밀착하고, 더러는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까이 붙어 문제풀이를 설명하곤 했다. 그 시절 담임선생님의 별명은 변태였다. 이름표를 깜박한 아이들에게 지휘봉으로 이름표 자리를 툭툭 누르며 주의를 주는 선생님도 있었다.  

꼭 물리적인 접촉이 아니어도 언어적인 폭력은 허다했다. ‘너희들 시집 잘 가려고 공부하냐.’ 정도는 화가 나지만 다른 말들에 비해 듣기 껄끄러운 수준조차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에 무색하게 여전히 교내에서 학생들은 물리적, 언어적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  

올해 광풍처럼 ‘스쿨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그동안 분출되지 못했던 학교 성폭력의 실상은, 그 누구보다 보호돼야 마땅한 아이들에 의해 하나둘씩 고통스런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8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매년 11월 25일~12월 1일)을 맞이해, ‘무관심으로 키우는 폭력, 관심으로 지키는 안전’이라는 주제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2018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매년 11월 25일~12월 1일)을 맞이해, '평등을 향한 외침, 스쿨 미투에 응답한다'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가 11월 27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학창시절 입시 열기가 지나치게 뜨거웠던 비평준 고등학교를 다녔고, 수업과 입시에 관한 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항의나 개선 요구는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부단히도 계속됐다. 그러나 수업에서 받았던 부당한 물리적, 언어적 성폭력이 수면 위로 공론화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10대 청소년들이었던 우리에게 이 주제는 공론화하기에 너무나 어렵고 껄끄러운 주제였다.  

그러나 여기 용감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쿨 미투의 피해자들, 아니 교내 성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행동하는 청소년들을 지난 1127, ‘2018년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정책세미나 평등을 향한 외침, 스쿨 미투에 응답한다에서 만나고 왔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박하은 위원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박하은 위원(왼쪽)이 용화여고의 스쿨 미투 과정에 대해 발언했다.  

이날 패널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박하은 위원이 스쿨 미투, 나는 이렇게 참여하였다라는 주제로 토론에 참가했다. 박 위원은 현재 대학생으로 2014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특정 교사들의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올해 스쿨 미투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3, 2014년도 졸업생들을 시작으로 메신저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를 취합해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이후 언론 보도 후 재학생들이 창문에 포스트잇을 통해 지지와 응원을 보냈고 재학생들이 만든 온라인 오픈 대화방을 통해 500여 명이 넘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모여 그간의 경험을 나눴다.

 

교육청의 안내에 따라 졸업생 3명이 노원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으며, 변호사가 선임되는 해바라기센터와 연계해 재진술이 이뤄졌다.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해 365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 지원을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며, 여성경찰관과 상담사가 상주하는 지원시설이다.)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홍보 중인 서울해바라기센터. 전국에 위치한 해바라기 센터는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하여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 지원을 원스톱(on-stop)으로 제공하며, 여성경찰관과 상담사가 상주하는 지원시설이다.)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홍보 중인 서울해바라기센터. 전국에 위치한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여성경찰관과 상담사가 상주하며,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 지원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출처=서울해바라기센터)

  

졸업생들이 꾸린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설문조사를 통해 피해는 최소 1993년부터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2003년 당시 교감의 A학생 성추행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를 신고한 B학생은 다른 이유를 들어 퇴학을 당했고 이 학생을 옹호했던 교사마저 퇴직 당했다.

 

이 자리에선 현직 교사의 통렬한 자기반성도 이어졌다. 용화여고 진웅용 교사는 교사로서 바라본 스쿨 미투를 주제로 발표하며 보복 파면과 복직의 과정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용기 있는 고발에도 왜 문제가 시정되기 어려운지 참담한 학교의 민낯이 이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사립학교의 경우 현실은 더욱 높았다. 입시에 유능하다는 이유로 성추행 교사를 묵인하는 암담한 일도 교육현장에선 일어나고 있었고, 비정규직인 계약직 교사들은 피해자를 돕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재단에 구속되는 사립학교는 물론 교장을 위시한 철저한 위계구조 속에서 공립학교 교사들 역시 스쿨 미투에 적극적일 수 없었다.

용화여고 스쿨 미투 문화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스쿨 미투 운동에 힘을 보탰다. (출처=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용화여고 스쿨 미투 문화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스쿨 미투 운동에 힘을 보탰다. (출처=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현실의 높은 벽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해답을 찾아 나갔다 . 용화여고 학생들은 마을 내 시민들의 연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언론과 학교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을 망설이던 아이들을 대신해 마을 주민회에서 교육청의 징계 결과를 따를 것을 촉구하는 교문 앞 1인 시위에 나서줬다 

 

재학생·졸업생으로 이뤄진 위원회에서 스쿨 미투 문화제를 기획했을 때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도움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귀결이 결코 쉽지 않음을 현장의 목소리로 또한 알 수 있었다.

졸업생과 재학생, 지역 주민의 연대로 스쿨 미투를 해결해 나간 용화여고.
졸업생과 재학생, 지역 주민의 연대로 스쿨 미투를 해결해 나간 용화여고. (출처=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학생들은 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도리어 스쿨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노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 중 고등학교 3학년 박보연 학생은 학생들이 용기를 내어 스쿨 미투에 참여했지만 경과가 지지부진했다. 학생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많았다. 입시에 열중할 것만 강조하지 말고 부모님들이 제발 함께 동참해주길 희망한다.”며 준비해온 성명서를 낭독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박보연 학생에게 도움을 주려는 시민단체, 교육청 관계자 등 참가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흔히 청소년은 미래의 꿈나무라 부른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왜 보호 받아 마땅한 학교에서부터 고통 받아야 하는가? 명명백백한 잘못만 문제가 아니다. 무의식적인 성희롱·성폭력을 가하고, 입시라는 굴레 속에 침묵하길 종용하고, 묵인한 어른들 모두의 잘못이다.

2018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 표어. 현장의 패널 중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무원조차 학창시절 교내 성희롱·성폭력의 피해자였다는 말로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2018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은 '무관심으로 키우는 폭력, 관심으로 지키는 안전'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2017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 입학 이후 교사에 의해 성희롱 행위를 경험한 비율은 27.7%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관심만이 성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이날 용기 있는 학생들의 발언을 들으며, 학교가 온전히 아이들을 미래의 꿈나무로 키워나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 위해선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느끼게 됐다. 올해 스쿨미투 운동이 본격화되며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가 개설되고 예방교육과 대응 가이드라인 등이 속속 마련되고 있지만 발본색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왜 학생답지 못하게 투쟁가가 되어야 하냐고 일부 어른들은 말한다. 학생들의 의무는 공부라고? 그럼 부디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스쿨 미투의 피해자인 아이들도 가장 바라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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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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