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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다이어리엔 희망이 가득하면 좋겠다

정책기자 김윤경 2020.12.31

2020년은 여러 면에서 풍성할 줄 알았다. 그럴만했다. 올해는 청소년 책의 해이자 연극의 해였고, 4.19혁명 30주기, 5.18민주화운동 40주기, 6.25전쟁 발발 70주년이었고, 두바이 엑스포, 도쿄 올림픽 등이 열릴 해였다.

마스크가 품절 된 올해 초.
마스크가 그렇게 큰 역할을 할 줄은 몰랐다. 마스크 사기 어려웠던 올 봄.


코로나19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 계절을 넘길 줄은 몰랐다. 날짜보다 단계 숫자로 일상이 달라지면서 지금껏 없던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일마다 ‘사상 초유’가 붙었다. 개학이 연기되고, 법정이 멈췄다. 스포츠 무관중 경기와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되며, 모든 문화시설이 닫혔다. AI와 자율주행을 예견한 우리는 주민등록증을 들고 마스크 구매 줄에 서 있었다.

내 일상도 온통 사각 속에 머물렀다. 네모난 방에서 네모난 키보드를 두드리며, 네모난 마스크에 의지했다. 자영업자인 사촌 형부는 가게 문을 열지 못했고, 회사는 오래 준비해 온 해외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했다.

서울시 전각체험.
비대면 프로그램이 많던 올해, 키트를 신청해 전각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복을 새겨볼까.


마음 졸이는 시간이 모여 하루를 채우면서 연말까지 왔다. 올해는 지워야 할 해인가 생각했다. 코로나19에 가렸지만, 새로운 일은 없었을까. 12월 마지막까지 체념과 절망으로 장식하고 싶진 않았다. 어두웠지만, 분명 즐거운 순간도 있었을 터. 어려움 속에서 감사했던 기억을 떠올려 봤다.

◆ 새롭게 겪은 것이 많았다

올해 가장 가깝게 느껴진 정책이라면 3가지가 떠오른다. 재난지원금, 광역알뜰교통카드, 아동특별돌봄지원금. 

5월 국민 모두에게 정부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5월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여러모로 쓸 수 있었다.


5월, 정부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 지원금을 처음 받게 돼, 가족이 나눠 쓰기로 했다. 내 몫 중 일부는 지친 나 자신을 위해 쓰고, 나머지는 미뤄 온 저온 화상 치료에 사용했다.

7월, 우리 지역에서도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월 15회 이상 이용하면 30% 정도 할인돼 적립금이 들어왔다. 편도로 적립해 빨리 모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완화된 달만 간신히 채웠다. 생각도 못 한 돈이 생긴 것도 좋지만, 정류장까지 걸어 쌓이는 재미도 있었다.

9월에는 아동특별돌봄지원금이 지급됐다. 초등학생 20만 원, 중학생에게는 15만 원씩 스쿨뱅킹을 통해 들어왔다. 경제적으로 모두 어려운 시기, 일단 위로가 됐다.

코로나19가 일상 풍경들을 바꿔놓기도 했다. 4월 15일 제21대 총선이 진행됐다. 18세 이상에 투표권을 준 첫 선거이자, 엄청 기다란 투표 용지를 받아 비닐 장갑을 낀 채 참여한 선거였다. 

코로나19로 달라졌던 도서관 대출 모습.
임시 대출 창구를 연 서울도서관.


문화시설이 부분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제 박물관이나 도서관은 지나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었다. 예약 후 QR코드, 발열체크 등을 거쳤다. 

달라진 문화 방식. 워킹 스루,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나 드라이브 스루로 장난감이나 도서관 프로그램을 접하기도 했다.


늘 접하던 방식들이 달라졌다. 찾아가는 문화 서비스, 드라이브 스루, 인원 제한을 위해 장소를 달리해 열린 전시가 그랬다. 또 온라인에서 장보기가 편해졌다. 사람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2020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2020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작사 후, 음원에 맞춰 녹음까지 해 본 건 처음이었다. 자세히 보면, 작사에 엄청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제는 익숙해진 랜선이 올해 초만 해도 참신했다. 초창기 랜선으로 열린 공식행사에 참여할 때는 꽤 어색했는데 패션쇼, 박람회까지 개최하는 걸 보며, 과연 어느 영역까지 갈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버킷 리스트였던 공예나 전시 콘텐츠를 랜선으로 한껏 체험해 봤다.   

새로운 날도 생겼다. ‘푸른 대기의 날’이 생기고 ‘턴 투워드 부산’과 ‘여권통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택배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8월 14일은 택배가 없는 날이었고. 8월 17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새로 개관한 기상박물관.
올 가을, 우리나라 첫 기상박물관이 생겼다.


대기오염 및 해양오염 물질 등을 관측하는 천리안 2B호 발사에 성공해 11월 대기질 영상이 공개됐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건, 다행이었다.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은 물론 지역 구분 없이 재난 대응에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국민참여단 1기 활동을 했던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바뀌었다. 더해 기상박물관과 항공박물관이 개관하고, 청와대 뒤편 북악산도 52년 만에 개방돼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모든 게 멈춘 듯했지만, 그 속에서도 일상은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올해 특히 우리나라는 문화, 체육 분야에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연초 봉준호 감독 영화의 아카데미 영화제 수상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열성 팬인 지인의 소녀 같은 마음에 나도 즐거워졌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곡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정상에 등극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 걸린 BTS 멤버들의 사진.(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쁜 건 스포츠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 선수는 푸슈카시상을 수상했다. 푸슈카시상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해마다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 그 규모가 약 2조 원의 가치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로 기운이 빠져 있던 내게 이들의 선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뿌듯했다.

◆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한 해가 갔다.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디지털 전환이 빨리 왔다면, 내겐 반려식물이 일찍 왔다. 올해 평생 한 번 피운다는 틸란드시아 꽃을 집안에서 봤고, 몬스테라와 알로카시아 잎이 줄기를 가르고 돌돌 말린 채 피어난다는 걸 알게 됐다. 

반려식물로 배운 지혜.
시든 낙엽 속 피어난 새싹에서 용기를 얻었다.


물론 반려식물에서 희망만 본 건 아니었다. 오래 전 심고 놔둔 튤립 화분을 버리려다가, 다년생이라 물을 주며 기다려봤다. 아무 기색이 없어 파보니, 이미 씨앗은 사그라지고 없었다. 말 그대로 맨 땅에 물을 주고 있었다. 

함께 말라 버린 화분을 버리려다 시든 낙엽 속 파릇한 새싹을 봤다. 왠지 대견했다.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슬그머니 화분을 놓았다. 

틸라드시아 이오난사 꽃.
일생 한 번 피운다는 틸란드시아 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린 모두 다 알고 있다. 인생은 온통 이런저런 일로 가득하다는 걸. 삶에 버릴 날은 없다. 우리가 올해 여기까지 온 것만도 잘했다고,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한 폭우나 한파가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 또 비칠 햇빛이 더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2021년은 희망으로 가득하길.
2021년 다이어리엔 희망이 가득하면 좋겠다.


내년 다이어리에 과연 뭘 쓰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채워지지 않은 새로운 날들이다. 기왕이면 2021년은 조금이나마 동그란 일상이면 더 좋겠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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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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