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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이제 정부가 나섭니다

정책기자 박은영 2021.02.18

40대 A씨는 아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7살 때부터 이혼한 엄마와 살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침에 일을 나가면 저녁에나 들어오셨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원래 그래야 하는가 보다 생각하며 엄마를 기다렸다. 사는 게 더 고단했던 80년대 한부모 가정 이야기다. 혼자 남겨진 아이들이 돌봄을 받지 못했던 시절,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나 아빠는 돈을 벌어야 했다. 이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다. 

타고난 부자가 아니라면 한부모에게 절실한 것은 생계다. 온전한 돌봄이 힘든 경우는 그래서다. 이에 법은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아이의 양육에 의견이 다를 경우, 경제적 여건이나 생활 습관 등을 살피며 누가 더 양육에 적합한지를 결정한다. 단, 다른 쪽에서 양육비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자년 1명을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출처=보건복지부)
자년 1명을 양육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출처=보건복지부)


요즘,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검색어에 오른 연예인을 종종 보곤 한다. 이제 이혼은 무조건 숨겨야 하는 큰 허물이 되지 않는다. 이혼은 죄가 아닐 뿐더러, 더욱 행복하기 위한 출발임을 기억하고 응원해 줘야 하는 일이다. 사회적 인식은 이렇듯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한 출발과는 거리가 있는 듯 보였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을 수도, 감정적인 문제가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양육자는 비양육자를 상대로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신청을 하거나,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행명령에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강력한 조치로 여겨지는 것이 감치 신청이지만, 감치명령이 집행된다 해도 안 주면 그만이다.  

사실, 양육비 미지급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개인이 해결하기엔 쉽지 않은 벽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개입이 드디어 시작됐다. 가장 먼저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비양육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 처분도 가능해진다. 

양육비 이행의 책임 강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도를 보완했다 (출처=여성가족부)
양육비 이행의 책임 강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도를 보완했다.(출처=여성가족부)


아울러, 6월부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는 운전면허 정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또한, 7월부터는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정부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 정부가 한시적 양육비를 긴급 지원한 경우에는 해당 부모의 동의 없이 소득세·재산세 등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양육자의 지원 또한 더욱 강화된다. 올해 5월부터 생계급여를 받는 중위소득 30% 이하의 한부모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 양육비를 지원하고, 청년 한부모 지원 연령대를 만 34세까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는 10명 중 무려 8명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님을 증명한다. 물론, 운전면허 정지며, 이름이나 직업 공개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K씨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양육비이행관리원과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판결문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감치 신청까지 생각하는 중이지만, 실제 감치는 이루어지지 않거나, 운전면허 정지를 해도 돈을 안 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희망도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정부의 완고한 개입이 반가운 것은, 양육비 미지급자를 엄중히 단속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의 인식 역시 양육비는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서서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육비 이행 현황 통계 (출처=한국건강가정진흥원)
양육비 이행 현황 통계.(출처=한국건강가정진흥원)


지난 2018년 방송된 ‘추적 60분’에 등장한 ‘나쁜 부모’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연락을 차단하고 잠적하거나, 아이의 출생을 의심하며, 더 이상 부모이고 싶지 않다며 아이의 주민등록을 말소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은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한테 중요한 건 시간이다.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의 크기만큼 부모의 자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사실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이전에 필요한 것은 온전한 부모의 역할이다. 이는 이혼을 한 부모라도 예외일 수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동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빈곤과 돌봄이다. 양육자는 일해야 하고, 아이와 함께할 시간은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한부모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정부의 이러한 제도 강화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고 또 기대해 본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
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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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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