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입자들의 고민, 혹시라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상품이 바로 전세보증보험이다. 취급하는 기관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장 내용은 동일하다.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경우, 대신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진다.

전세 사고(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는 2016년 26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무려 4451억 원으로 증가했다. 5년 사이 약 170배로 급증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라도 전세 계약자에게 전세보증보험은 필수가 되었다. 게다가 정부는 임차인의 전세금 안전 보장을 위하여 지난해 8월 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관련한 제도를 개선하여 가입 대상의 폭을 넓히고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정부의 제도 개선 발표로부터 6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마침 올해 2월에 원룸 전세 계약을 했던 터라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세보증보험에 대해 알아보고 가입해 보았다.

현재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으로 총 3곳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있는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다. 하지만 각 운영 기관마다 가입 조건이나 보증료율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알맞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세지킴보증의 구조.(출처=한국주택금융공사)

우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지킴보증의 경우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다. 전세대출상품인 전세자금보증 이용자만 가입이 가능한데, 대출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보증료율이 다른 상품에 비해서 저렴한 편(연 0.07%)이다. 다만 다른 기관의 상품보다 가입 기한이 짧다. 임대차 계약 기간의 1/4이 지나면 가입을 할 수 없다. 또한 보증금이 수도권은 5억 원, 지방은 3억 원 이하일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가의 주택은 가입하기가 어렵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상품은 인터넷 신청이 가능하다.(출처=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가입 대상이나 조건이 한국주택금융공사보다 유리하다. 보증금도 수도권의 경우 7억 원, 지방은 5억 원 이하면 가입이 가능하고, 임대차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에만 가입하면 된다. 기본 보증료는 한국주택금융공사보다 비싼 편(0.154%)이지만 현재 2021년 6월까지 가입자에 한하여 보증료를 70~80% 할인해 주고 있어 오히려 더 저렴하다.

또한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온라인으로 가입 신청이 되며, 카카오와 네이버와의 업무 제휴를 통해 모바일로도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모바일의 경우 단독 및 다가구 주택은 신청할 수 없다.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출처=SGI서울보증)

SGI서울보증에서 운영하는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은 위 두 기관과 다르게 보증 상품이 아니라 보험 상품이다. 그래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시 바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참고로 다른 보증 상품의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 1개월이 지나서야 할 수 있다. 보험료율은 0.192%로 세 곳 중 가장 비싸지만 보증금 가입 한도가 가장 높다. 아파트의 경우 한도가 없으며, 아파트 외의 주택은 보증금 10억 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다가구 주택이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 예시.(타 전세계약체결내역 확인서)

아파트 계약자라면 다가구 주택보다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수월하다. 간단하게 모바일 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개선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의 주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도 개선 전에는 다가구 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보증 가입이 어려웠다. 본인 가구 외 다른 가구의 전세보증금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9월 7일부터 다른 전세 계약 확인 없이도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하여 다가구 주택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 보증 가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했다. 구체적으로는 타 전세계약체결내역 확인서라는 서류를 5년 이내 확정일자 부여현황으로 대체한 것이다.

원룸 전세계약 작성 시 추가한 전세보증보험 관련 특약 내용.

제도 개선 전에는 현실적으로 임대인의 협조 여부에 따라 보증 가입이 결정되기도 했다. 제도 개선 덕분에 임대인에게 서류 작성 협조를 구할 필요가 없어져서 한결 수월하게 서류를 준비할 수 있었다. 준비할 서류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신청 가능한 민원이 많아졌지만 준비해야 할 서류 중 전입세대 열람내역과 확정일자 부여현황의 경우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야 발급이 가능하다. 제출할 서류를 모두 준비했으면 신청은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신청을 완료한 화면.

물론 가입 심사 과정이 있기 때문에 가입 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무조건 가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생각이라면 대략적인 기준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약할 주택이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대출이 많다면 보증 가입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과 비슷한 시기에 등록임대사업자들로 하여금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증 가입을 의무화했다. 물론 모든 임대인들이 등록임대사업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추가적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고 발생 시 등록을 말소하고 받은 세제 감면액을 환수하는 조치까지 더했다.

최근 전세보증보험과 관련해 친구들을 만나 물었다. 친구 A의 경우 지금까지 전세보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했다. 다행히 은행 100% 대출이라 의무적으로 가입이 되었다. 가입은 했어도 전세보증보험이 어떤 상품인지 실제 내용은 잘 알지 못하고 단순히 보증금을 보호해 준다고 하니 좋은 걸로만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친구 B는 2억 원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내고 살고 있음에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세보증보험이 필요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온전히 본인 몫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에 계약한 원룸 사진.

예전보다 보증보험 가입자가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모르는 국민도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 모든 임차인들이 안전하게 보증금을 지킬 수 있도록 전세보증보험 제도에 대해 더 알릴 필요가 있겠다.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도 이삿짐 차량이 자주 보인다. 최근의 경험 때문일까, 이삿짐이 옮겨지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의문이 든다. 지금 이사 오는 저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을 들었을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현호 skryusund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