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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스토킹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책기자 김윤경 2021.04.02

천성적으로 밝고 잘 웃는 후배였다. 게다가 성실하고 착하기까지 했으니, 누구든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후배를 볼 때마다 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서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언젠가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닫혔다. 한참 후, 새로운 이메일 주소와 함께 이사했다는 답장이 왔다. 이후로도 여러 번 변경한 연락처를 알려줬다. 

“한동안 사람 만나기가 무서웠어요.”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귀국 후,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잘 있었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출처=KTV)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출처=KTV)


끔찍한 스토킹을 당했다고 했다. 우연히 퇴근 길에서 만난 스토커(스토킹 행위자)는 갈수록 집착했고 협박도 점점 심해졌다. 후배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디서 찍었는지 후배 모습과 후배가 버린 물건을 찍어 보내는 건 예사였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계속 반복되자 되려 주변에서는 저렇게 좋아하는 게 안타깝다고도 했다.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행동을 바꾸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 이사를 했고, 연락처도 여러 번 바꾼 후에야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소름이 끼쳤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나 싶더라고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미 꽤 지났는데도 외출할 땐 주변을 계속 살피는 습관이 생겼어요.”  

스토킹처벌법이 국회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된다.
스토킹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된다.(출처=KTV)


후배에게는 조금 편안하게 들릴까. 앞으로 스토킹 처벌이 강화된다. 지난 3월 24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은 9월부터다.  

주요 내용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특히 흉기 등을 휴대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초기 스토킹 행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도 마련됐다. 스토킹 행위를 신고하면 사법경찰관은 현장에서 즉시 응급조치를 하고 긴급한 경우, 접근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한다. 법원 승인을 받아 긴급 응급조치를 하면, 피해자 100m 이내 및 전화, SNS 등의 접근이 금지된다. 

스토킹처벌법은 가중처벌 시 최고 5년 이하 징역을 받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은 가중처벌 시 최고 5년 이하 징역을 받게 된다.(출처=KTV)


또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검사는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 신청에 의해 스토커(스토킹 행위자)에게 서면 경고, 피해자 100m 이내 접근 금지, 통신 매체 이용 금지 및 유치장 유치 등의 잠정 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잠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덧붙여 전문적 수사와 대응이 잘 이뤄지도록 전담 검사, 경찰을 지정하는 전담조사제도를 도입한다. 

스토킹은 범죄나 보복이 되기 쉬워 더욱 섬뜩하다.
스토킹은 범죄나 보복이 되기 쉬워 더욱 섬뜩하다.(출처=flickr.com)


그동안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는 각종 뉴스 보도 또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다. 유명인들 사례가 많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도 꽤 많다. 

경찰청에 의하면 스토킹 신고 건은 2013년에 비해 2019년에 약 두 배(312건에서 583건)로 늘었다고 한다. 특성 상 신고가 어려운 걸 감안하면 증가율은 더 높으리라 본다. 더욱이 미디어 발달로 스토킹은 교묘한 방식으로 많아졌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건 스토킹이 범죄로 이어지기 쉽고 재범률도 높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안인득 사건은 물론, 최근 노원구 세 모녀 사건 등 그 수는 셀 수 없다. 원한을 산 많은 사건의 근본에는 스토킹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이라고 다르지 않다. 경찰청에서는 남성 역시 피해자의 25%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스토커의 자기 중심적 판단에 상대는 이유 없는 공포 속에 살아야한다.
결국 스토커의 자기 중심적 판단에 상대는 이유 없는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출처=flickr.com)


스토킹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절대 아니다. 당연 호감과도 다르다. 물론 누구나 좋아하면 같이 있고 싶고, 또 간혹 질투나 불안도 느낄 수 있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지 않을까.

법적인 정의를 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포함한 가족 등에게 공포심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또 스토킹 범죄는 이 행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를 말한다. 굳이 지고지순한 감정과 다르다는 건,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스토킹은 상대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이다.

팍팍한 세상 속, 희미하게 남은 사랑마저 왜곡될까 안타깝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법이 반갑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스토커와 되려 미리 겁먹어 표현도 못할 소심한 청춘들을 제대로 구분해 주면 좋겠다.  

부디 귀여운 후배가 이제 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꽃길만 걷길 바란다.
부디 귀여운 후배가 이제 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꽃길만 걷길 바란다.


“그 사람이 진짜 날 좋아했다면, 그랬겠어요?” 

한적한 꽃길을 걷는 동안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여전히 모르는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으면, 저절로 멀리 떨어져 걷는다는 후배는 꽃도 마음 편히 구경하기 힘들다. 

그나마 범죄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는 후배의 어두운 표정이 떠올랐다. 이어 귀여운 후배가 겪었을 괴로움이 몹시 안타까웠다. 이 순간에도 불안한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걸 생각하니 섬뜩하다. 스토킹처벌법이 모든 걸 한 번에 바꾸진 못한다 해도 새로운 법률이 제정됐다는 건, 우선 반갑고 의미가 깊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좋은 방안들이 나오면 좋겠다.

이제라도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확실해지면 좋겠다.
이제라도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확실해지면 좋겠다.


상대가 무섭다고 느끼는 건, 결코 사랑이 아니다. 감히 ‘열렬한 사랑’이란 어쭙잖은 명분으로, 사랑이란 순수함을 퇴색시키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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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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