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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법 시행, 외롭지 않게 떠날 권리를 위해

2021.04.05 정책기자 신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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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색 고무 대야 화분에는 이름 모를 나무가 심겨 있다. 볕이 잘 드는 쪽엔 봄꽃이 화려하던데, 다세대 주택 2층 비좁은 베란다에 놓인 화분에는 아직 연두색 싹도 나지 않았다. 수원에서 어르신이 유독 많이 사는 동네 장안구 연무동, 멀리 수원 화성 성곽이 보이는 멋스러움도 잠깐, 조금만 벗어나도 매끄럽게 쭉쭉 뻗은 고층 아파트촌이 있다는 걸 믿기 어렵다.

수원에서 홀몸 어르신을 비롯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장안구 연무동에 위치한 한 다세대 주택 모습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은 홀몸 어르신을 비롯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연무동 마당발로 통하는 변명숙(71) 통장이 특유의 반달 모양 눈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통장님은 연무동 ‘휴먼살피미’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안부를 묻고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인데, 통장을 오래 하다 보니 동네 사람 사정을 내 손금 보듯 짚는다. 

쌀이 없는 집에는 쌀을, 냉골로 사는 집에는 연료를 마련해 준다. 동 행정복지센터에 이웃의 사정을 말하면 대부분 긴급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쩌면 과하다 싶을 만큼 오지랖을 펴는 이유는 고립된 이웃이 혹시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홀로 외롭게 생을 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다.

연무동 휴먼살피미 전명숙 통장이 홀몸 어르신 댁을 찾았다.
연무동 휴먼살피미 변명숙 통장이 홀몸 어르신 댁을 찾았다.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변명숙 통장뿐일까?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고독사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선 걱정을 조금은 덜어줄 ‘고독사 예방법’(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 이달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실 ‘고독사’라고 하면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부터 들지 구체적인 정의나 예방법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시행된 법을 살펴보니 고독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이유와 주요내용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이유와 주요 내용.(출처=보건복지부)


‘고독사 예방법’에 따르면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5년마다 고독사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고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간 통계 없는 죽음으로 불리며 실질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고독사 문제를 풀만한 실마리가 마련된 셈이다. 무엇보다 노령층에서 중장년과 청년층까지 고독사 위험층이 넓어졌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데, 실태 조사를 해보면 사실이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변화에 맞춰 마땅한 예방책도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고독사 예방의 최전선에 있다 할 수 있는 변명숙 통장을 조금 더 뒤따라 보았다. 코로나19로 이웃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럽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권 여사님 댁에 잠깐 들러 안부를 묻는다. 지금은 집이 꽤 말쑥해진 편이라 한다.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여 발 디딜 틈이 없던 방, 그냥 두라며 손사래 치는 권 여사님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대청소를 했다. 한국에너지재단의 지원으로 단열 공사도 하고 창문도 손봤다. 끼니도 약도 먹기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여사님이 통장님 덕에 살았다고 말할 때, 통장님은 또 다시 반달 모양 눈웃음을 짓는다.

단열과 창문 보수 공사로 깨끗하고 쾌적해진 방
단열과 창문 보수 공사로 깨끗하고 쾌적해진 방.


70, 80년대만 해도 연무동은 중소규모 봉제 공장이 밀집해 엄청난 물량의 트레이닝복을 만들어 서울 중심가로 공급했다 한다. 통장님과 여사님 모두 재봉틀 하나로 돈도 꽤 벌고 자식들 공부도 시킨 공통의 경험이 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건만 이렇게 고달픈 노년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속사정까지 말하다 보면 대하소설 감이라는 두 분은 그저 사이좋은 웃음만 짓는다.

휴먼살피미 전명숙 통장과 권00 여사
휴먼살피미 변명숙 통장과 권 여사님.


‘안녕 커뮤니티’란 웹툰이 있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인 자그마한 마을에서 사진관 사장님이 고독사한 채 발견된다. 이후 내 이웃의 마지막 가는 길,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기 위해 매일 아침 전화로 서로의 생사를 묻는 고독사 방지 모임 ‘안녕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만화를 그린 다드래기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역사는 비극적으로 흘러가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소망을 갖고,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들의 미래는 죽음이겠지만 죽는 일이 무섭거나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독사 예방법 시행 이후 새롭게 마련될 대책이 다드래기 작가의 말과 같이 사람들에게 소망과 희망을 주고 죽는 일이 무섭거나 힘들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통장님과 여사님이 단단하고 다정한 웃음을 더 오래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신연정
정책기자단|신연정
yjfpeace@naver.com
남다르기 보다 나 다운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시민의 눈높이로 본 정책을 쉽고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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