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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한밤에 열린 궁중연회 ‘야진연’ 관람기

정책기자 최경숙 2021.04.09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야진연’의 포스터를 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니 만큼 의미가 있을 텐데 야진연은 무슨 뜻일까? 공연을 보기 위해 검색을 해 본 후에야 ‘야진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국립국악원이 이번에 공연하는 ‘야진연(夜進宴)’은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耆老所, 조선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입소를 축하했던 진연(進宴,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베푸는 잔치) 중에 밤에 열었던 잔치를 말하고, 그 ‘야진연’을 재해석한 공연이라고 한다.

국립국악원 정문에 보이는 ‘야진연’ 포스터.
국립국악원 정문에 보이는 ‘야진연’ 포스터.


우선 ‘공연’이라는 말에 맘이 설레고, 거기에 궁중에서 하는 성대한 잔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뛰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자주 보지 못하다 오랜만의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볼 기회가 거의 없는 궁중의 잔치라니. 얼마나 화려할까? 얼마나 성대할까? 지난 4월 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된 프레스콜에 참석하게 되었다. 

객석에 착석하자마자 무대의 화려한 모습에 오늘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1902년 4월 한밤에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함녕전에 들어와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박을 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곧 황제와 황태자의 행렬이 무대 위에 등장해 서로 마주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

황제와 황태자가 서로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제와 황태자가 서로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제는 예를 갖추고 나서 ‘기로소 입소’를 상징하는 계단에 오르게 되고, 무대에서는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는 무용수들의 춤과 노래가 펼쳐졌다. 궁중의상과 화려한 군무의 화려함도 눈을 돌릴 수 없이 아름다웠는데,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만큼 LED 영상으로 하늘에 떠있는 양쪽의 달이 합쳐져 하나의 달이 되고, 그 달에서 채워진 술이 은하수처럼 흐르자 그 입체감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본격적인 왕의 장수를 송축하는 창사를 부르고, 남녀가 나와 쌍춘앵전 춤을 추는데 궁중에서 추는 춤은 언제 봐도 화려하면서도 절제미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지 않는 것이 ‘야진연’은 황태자와 백관들이 황제에게 ‘외진연’을 올리고, 다음날에 왕실 가족과 친인척이 참여하는 ‘내진연’을 연 후, 그날 밤 황태자가 황제에게 올리는 비교적 간단한 연회였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다.

‘야진연’ 리허설 모습.
‘야진연’ 리허설 모습.


특히 야진연이 1902년 대내외 상황이 어려운 대한제국 시대였던 만큼 고종은 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는데 여러 번의 상소로 치러진 진연에서 황태자와 황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또 황태자가 축하 진연을 준비하는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 대답은 다음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황제에게 천도를 바치며 무용수들이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는 춤을 추었는데 현대에도 그렇지만 아들이 바라는 것이 아버지의 무병장수가 아니면 무엇일까. 장수를 상징하는 학이 등장해 춤을 추고, 연꽃 안에서 선녀들이 나와 연꽃을 들고 춤추는 연화대무가 펼쳐졌다.

학춤을 추는 모습.
학춤을 추는 모습.


꿈같은 공연에 젖어있을 때, 대취타를 선두로 우렁찬 피리 소리가 들리고 무용수들이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춤을 추게 된다. 마지막 피날레로 스크린에 무릉도원이 펼쳐지면서 황제는 백성을 축복하고, 백성은 황제의 앞날을 축복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무릉도원을 향해 황제를 보내며 조명 아래에서 황태자가 마치 인사를 하듯 계단 끝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비춰졌는데, 그동안의 화려한 공연과 대비되는 장면이라서 그런지 황태자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그렇게 화려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긴 ‘야진연’ 공연의 막이 내렸다.

국악원 로비에 있는 ‘임인진연도병’ 모습.
국악원 로비에 있는 ‘임인진연도병’ 모습.


공연을 보고 로비로 나오면 ‘임인진연도병’ 병풍이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데, 오늘 공연이 10폭 중 8폭에 그려져 있는 야진연을 재현한 것이라니 한 번 꼭 자세히 살펴보길 권한다. 한 장면의 그림이지만 1902년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함녕전에서 저녁 잔치로 거행되었던 야진연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져 있는 데다 공연으로 그 장면을 보고 나와서 그런지 그림 속의 장면 장면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야진연’ 리허설 모습.
‘야진연’ 리허설 모습.


평소에도 보기 힘든, 120여 년 전 한밤에 궁에서 펼쳐진 화려하고도 품위있는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나 귀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궁중예술을 통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 기념 공연 ‘야진연’은 4월 9일부터 14일까지 주중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며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S석 5만 원, A석 3만 원, B석 2만 원. 12일(월)은 휴관.(문의 02-580-3300)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경숙 copygo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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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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