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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거대한 사랑방이 생겼습니다

국토부 선정, 도시재생 공동이용시설 우수 마을에 가보니

2021.05.07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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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도시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낡고 흉물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도시재생이란 한마디로 도시를 다시 고쳐 쓰는 것이다. 낡은 도시를 재생하는 일은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된다. 그래서 주민 참여 여부에 따라 도시재생 성패가 좌우된다.

똑같이 시작했어도 어느 동네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도시재생 우수 지역을 여러 번 소개했다. 다른 동네가 벤치마킹하라는 뜻이다. 지난 4월에도 국토부는 도시재생 공동이용시설 운영사례집을 발간했다. 사례집 제목이 ‘모두가 행복한 그곳’이다. 여기서 도시재생 공동이용시설(이하 시설)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조성된 놀이터, 마을회관, 마을도서관, 공동작업장 등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도시재생
국토부가 선정한 도시재생 우수 지역 금하마을.


국토부가 발간한 공동이용시설 운영사례집을 보니 강원도 태백시 통리 게스트하우스,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경북 영주시 할매 목공장, 대구시 서구 희망공작소, 부산시 서구 마을빨래방, 제주시 김영수 도서관, 전남 순천시 창작예술촌 등 총 7곳이 선정됐다. 이 중에서 주민이 주도가 되어 도시재생 뉴딜사업 실현을 꿈꾸는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금하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협조를 받아 방문했다.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에 가보니 오래된 주택이 많다. 50여 평 내외 규모의 2~3층짜리 다가구다. 현재 약 900여 가구에 18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곳을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미명 하에 다 부수고 새로 아파트를 건설한다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살아온 오랜 역사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서울에서 이렇게 오래된 동네가 수없이 없어졌으니까. 도시를 살리는 데 있어 재개발, 재건축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시재생
노후된 도시에 그대로 살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생활 SOC 확충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시스템 중의 하나가 도시재생 사업이다.


금하마을에 가니 옛날에 내가 살던 집들이 많이 보인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던 그런 집들이다. 지금은 낡아 보일지 몰라도 내 어릴 적은 부잣집이었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아쉬운 것은 주방, 도서실, 커뮤니티 시설 등 넓은 공간이다. 마을에 공동주방, 회의실, 도서실 등이 있다면 대형 주택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후된 도시에 그대로 살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생활 SOC 확충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시스템 중의 하나가 도시재생 사업이다. 예를 들어 30평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데, 마을에 50평 커뮤니티 공간이 생긴다면 주민들은 30+50평에 사는 것과 같다. 공동으로 쓰지만 언제든지 필요할 때 쓸 수 있으니 아무런 불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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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 골목 곳곳에 마을 주민들이 가꾼 꽃밭상자가 있다.


금하마을 골목으로 들어서니 정원이 많다. 금하마을은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 사업에 선정됐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43개의 텃밭상자에 사향장미, 패랭이, 금낭화, 영산홍, 구절초, 황매화 등 꽃으로 채웠다. 각 골목을 약속된 꽃으로 구성했다. 이 공간은 개인 공간이 아니라 관리 주체를 중심으로 마을 주민이 함께 가꾸는 금하골목식물원이다. 마을 곳곳에 꽃으로 채워진 나무상자를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금하마을 골목에 주민공동이용시설이라고 크게 써 붙인 건물이 마을 한가운데 있다. 어떤 시설일까? 주민공동이용시설은 대지 면적 170.4m²(약 52평)에 지상 4층 건물(연면적 288.96m²)이다. 1층에 공유부엌/카페, 2층에 건강·돌봄교실, 3층엔 교육장과 회의실이 있다. 그리고 4층은 리빙랩 실험실(동아리방 겸 회의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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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로 공유부엌, 회의실, 동아리방 등이 있다.


이런 공동이용시설을 만들 때 처음에는 쉽지 않다. 내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공동시설이라면 일단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은 2019년 12월 공동이용시설을 완공했다. 마을 한가운데 환경, 교육, 먹거리 등 공동체 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카페에 들어가는 것처럼 잘 꾸며져 있다. 1층에 공유부엌이 있다. 내가 갔던 날 주민들이 부엌에 모여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이런 공유부엌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수를 다 먹을 때쯤 도착해서 그렇지 좀 일찍 왔더라면 국수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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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중 회의실. 코로나19 때문에 투명 칸막이까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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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동이용시설 동아리방에서 주민들이 앞치마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앞치마 등은 주민들이 함께 나누어 쓴다.


2층 건강·돌봄교실엔 넓은 회의실 탁자가 갖춰져 있다. 코로나19에 대비해 투명 칸막이까지 있다. 마을 주민들이 회의 등 각종 모임 장소로 쓸 수 있다. 3층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입주해 있고, 그 옆에 교육장 겸 회의실이 또 있다. 4층은 동아리방인데 이곳에서 주민들이 앞치마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든 앞치마는 주민들과 함께 공유한다. 동아리방에서는 앞치마 디자인, 쿠션 디자인, 미싱 교육 등을 한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큰 건물을 사용할 수 있어 주거 만족도가 높다. 재개발, 재건축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이 도시재생 사업이다. 물론 일부 주민은 오래된 주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고 싶어할 지 모른다. 그러나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곳에서 오래 살아 여기를 떠나고 싶어하진 않는다. 내 삶의 흔적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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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최찬환 센터장과 주민협의회 오회옥 대표 등 마을 주민들이 주민공동이용시설에 모였다. 주민들은 수시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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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 주민들이 공유부엌에서 포도잼을 함께 만들고 있다.


1988년부터 33년째 금하마을에 살고있는 오회옥(금하마을 주민협의회 대표) 씨는 “마을공동이용시설은 마을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제 삶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이 시설이 없는 마을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것은 그 옛날 시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입니다.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으면서 사니까요”라고 말한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공유부엌에서 포도잼을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만든 잼은 주민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주민 중에는 요리에 소질이 있는 주민들이 각자의 요리 솜씨를 뽐낸다. 그 요리를 주민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서울에서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얼마나 될까?

금하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최찬환 센터장(공학박사)은 “이 마을의 브랜드는 ‘함께 가꾸는 금하마을’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친화적 생태마을, 에너지 자립마을, 교육 등 3가지를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들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시행하고 있는데요. 주민협의체가 나서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도시재생은 역시 주민이 중심이 돼야 제대로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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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하마을에서 만들고 있는 친환경 숲길은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까?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게 있다. 마을 옆에 숲길을 만드는 것이다. 안양천로변 완충녹지에 친환경 숲길을 조성 중이다. 공원이 없는 이 마을에는 필수적인 생활 SOC다. 오회옥 주민협의회 대표는 “숲길을 만들다 보니 이것이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핵심 사업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도시재생이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됐다.

금하마을을 직접 가보니 자랑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방문하던 날 공동이용시설에 모였던 주민들이 앞다퉈 마을 자랑을 한다. 그만큼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비싼 아파트에 살아야 행복한 건 아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살던 오래된 동네가 도시재생을 통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동네로 변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그곳이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이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
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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