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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년 전 광화문 육조거리가 나타났다

2021.06.01 정책기자단 김윤경

‘비밀의 땅’이 열렸다. 광화문광장 공사 중 발견된 육조거리가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막 깨어난 유적을 만나는 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내가 늘 걷던 도심, 광화문광장 일대라니 말이다.

600여 년 전 풍경은 어땠을까. 어쩌면 오늘을 위해 문화재는 그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온갖 생각에 들떴다. 

신청부터 큰 관심 받아

“도심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매장 문화재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건 처음일 거에요. 저희도 이렇게 많이 신청할 줄은 몰랐어요.” 

열심히 설명을 적고 있다.
열심히 설명을 적고 있다.


폭발적이었다. 사람들 생각은 비슷했나 보다. 시간 맞춰 신청했는데 계속 에러가 났다. 두어 번은 서버가 다운됐다. 어쩌다 신청은 됐고, 내가 바쁜 아침 시간 뭘 하고 있나 싶었지만, 한 가지 생각만은 확고했다. 그동안 기다리고 있던 문화재가 부르는데 안 갈 수 있겠냐고. 

현장은 거대했다

가림막이었던 문이 열렸다. 들어가니 과거가 펼쳐졌다.
가림막이었던 문이 열렸다. 들어가니 과거가 펼쳐졌다.


담당자가 현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 가림막 사이였다. 두근. 어느 쪽이 현실일까. 평소 지나가며 틈새로 살짝 엿보던 그곳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사람 씩 조끼와 안전모 등이 놓여 있었다.
현장에 들어가기 전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해야 했다.


테이블 앞에는 방역 체크를 비롯해 안전모와 조끼 등 여러 물품이 놓여 있었다. 내가 신청한 주말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함께 자료집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은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함께 자료집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월대가 담장인가요?” 

누군가가 묻자, 해설가는 예를 들며 정정했다. “경복궁 근정전 앞이나 종묘를 보면 단처럼 만든 공간 있잖아요. 월대는 중요한 건물 앞에 만든 넓은 단이에요.” 

해설가의 설명은 아이들을 고려해 더욱 쉽고 재밌었다. 오늘 볼 곳은 크게 육조거리의 사헌부(관리 감찰)와 삼군부(군사업무 총괄) 등이었다. 관청들이 있던 육조와 우물, 행랑(일자형 긴 건물), 배수로 등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모인 곳에서 현장으로 가는 사람들.
모인 곳에서 현장으로 가는 참가자들.


멀리서 문화재를 보는 줄 알았는데, 땅 밑으로 내려갔다. 육조거리는 시대에 따라 지반 위치가 달랐다. 담당자에 따르면 100여 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큰 화재나 홍수로 도심 일대가 소실되면 그 위에 만들었다고 했다. 

아래로 내려가도록 잘 만들어져 있었다. (어쩌면 일종의 타임머신일까)
발굴 현장. 


아래로 내려가 조선 고종 때 시선으로 광화문을 올려다봤다. 다시 두어 발자국을 더 내려가니, 500여 년이 훌쩍 뛰었다. 조선 태조 때 땅 높이다. 타임머신을 거꾸로 돌리는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각 시대별 눈 높이로 광화문을 바라봤다.
현장에서 각 시대별 눈 높이로 광화문을 바라봤다.


“여기선 광화문이 이렇게 보이네.”

내려간 곳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에 문득 쳐다보니 광화문이 처마만 보였다. 다신 못 볼 위치일지 몰라 자세히 들여다 봤다. 참가자들도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진을 찍었다. 난 눈에 담기도 바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진을 찍었다. 난 눈에 담기도 바빴다. 색깔 페인트로 시대별 유물을 묶어 놨다. 

 

일제강점기 존치석과 조선시대 돌 모양.
일제강점기 견치석(왼쪽)과 조선시대 돌 모양(오른쪽).


일제강점기 견치석과 조선시대 돌을 마주했다. 확연히 달랐다. 건축 기법이 아닌 돌로 시대의 국력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웠다. 땅바닥에는 분홍, 노랑, 흰 페인트로 그려 놓은 원이 보였다. 시대별로 같은 색깔로 묶어 놨다. 

일제강점기 전신주.
일제강점기 전신주.


주말에는 문화재 복원 체험

“이제 여러분도 박물관에서 전시품을 보면 복원한 부분이 잘 보일 거에요.”

주말에는 체험을 진행했다. 특별 이벤트였다. 

“저 이런 거 너무 좋아해요!” 앞에 앉은 커플이 환호했다. 

주말에는 문화재 복원 과정 체험을 한다.
문화재 복원 과정 체험을 하는 참가자.


한 사람씩 깨진 시루와 문화재 복원에 쓰이는 테이프와 합성수지 및 접착제 등을 받았다. 설명대로 접착제를 조심스레 한 면에 발랐다.

장갑을 끼고 합성수지와 경화제를 섞어 깨진 부분을 땜질했다. 주로 토기는 이 재료에 염료를 섞어 복원하고, 고려청자 같은 자기에는 주로 금을 사용한다는 것도 알았다. 어렴풋이 박물관 전시실 속 복원된 고려청자가 떠올랐다.

앞으로 이 문화재들은 어떻게 될까

우물, 배수로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
우물, 배수로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


서울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시민청 군기시 유적전시실, 세운상가, 동대문역사공원… 유리 바닥 아래로 문화재를 보았었다. 그렇지만 직접 숨결이 전해지는 매장 문화재 현장은 또 달랐다. 

꼼꼼하게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따.
꼼꼼하게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마지막 설문지는 꽤 상세했다. 앞으로 이 광화문광장 일대 문화재를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시민들 의견을 물었다. 향후 결정에 이 의견들이 반영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설문지를 끝으로 두 시간 가까이 걸린 프로그램을 마쳤다.

육조거리를 보며 듣는 사람들.
육조거리를 보며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올해 문화재청의 비전은 ‘국민과 함께 가꾸고 누리는 문화유산’이다. 문화재청은 발굴 현장을 시민들에게 가능한 공개하도록 하겠는 방침이다. 이곳 역시 3월 발굴된 후, 문화재청 심의를 받았다. 

이 예기치 못한 문화재 발굴로 그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만 했었던 삼군부와 사헌부에 관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일제강점기 훼손되고 사라진 옛 육조거리의 흔적과 생활상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넒게 펼쳐진 현장을 둘러봤다.
참가자들은 펼쳐진 매장 문화재 발굴 현장을 진지하게 둘러봤다.


광화문광장은 내게도 기억이 많은 곳이다. 지역 특산물을 샀었고, 환경 프로젝트를 체험했으며,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만났다. 무엇보다도 걸어 다니던 광장 아래가 생생한 역사책이었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스러웠다.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주말, 600년 전으로 떠난 여행은 2시간 정도였으나 그 후유증은 오래 갈 듯싶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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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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