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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잠든 고리 1호기, 그 내부에 가 보다

2021.06.16 정책기자단 김환정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고리 1호기. 1978년 4월 29일 첫 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1호기가 영원히 잠든 지 약 4년이 지났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6월 30일 최초 설계 수명 30년의 운전을 마치고, 운영 중단되었으나 2008년 1월에 10년간 계속 운전을 승인받아 다시 가동되었고, 2017년 6월 18일 영구정지됐다.

원자력안전법상 영구정지는 원자력 시설 운영을 허가받은 자(사업자 :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가 시설의 운영을 영구적으로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현재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해체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고리 1호기 현장을 방문해 보았다.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원전이 현재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이다.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고리 1, 2, 3, 4호기이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원전이 현재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이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바닷물을 사용하는 원전 특성상, 고리 1호기는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해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관계자가 직접 발전소까지 데려가 주었다. 차를 타고 약 30분을 달리자 거대한 발전소가 보였다.

발전소 출입 절차는 굉장히 철저했다. 우선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증을 받았다. 보안상 사진 촬영이 불가하기에 촬영금지 스티커를 휴대폰 전·후면 카메라에 부착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출입 절차를 모두 거친 후 본부로 들어갔다.

먼저 본부에서 원안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원안위는 원자력의 생산과 이용에 따른 방사선의 위험으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2011년 10월 26일 출범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다. 원자력·방사선 안전, 핵 비확산, 핵안보를 포괄하는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으로 상임위원 2명(위원장, 사무처장),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해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단계를 관리·감독·규제하는 원전의 경찰이자 소방관인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발전소 규제 프로세스. 원전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발전소 규제 프로세스. 원전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잠시 후 원안위 주무관, 사무관과 함께 고리 1호기로 향했다. 이날 고리 1호기 설명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고리 1호기 안전관리실 해체준비부 관계자들이 해줬다. 간단한 안전 교육 후 안전화로 갈아신고, 발전소 출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발전소답게 모든 면에서 안전과 보안이 최우선시되는 것을 느꼈다.

고리 1호기 입구. 원안위와 정책기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전광판.
고리 1호기 입구. 원안위와 정책기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전광판.(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드디어 고리 1호기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가 고리 1호기의 설비들, 에너지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현재 고리 1호기는 사용이 정지되었기에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큰 설비에는 빨간색으로, 작은 설비에는 파란색으로 정지 스티커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고리 1호기 내부의 주급수펌프와 설비들. 현재 사용 중지되어 각각 표식이 부착되어 있다.
고리 1호기 내부의 주급수펌프와 설비들. 현재 사용 중지되어 각각 표식이 부착되어 있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1호기 내부에는 연혁과 해체 추진 일정 등에 관한 안내 표지판도 설치되어 있었다.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은 대략 2~3년, 해체 완료까지는 15년 6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원전은 해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 한국에서는 원전 해체 사례가 없다. 때문에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선진국들과 협력 네트워크(MOU)를 구축해 전문기관 경험과 지식 등을 배우는 중이며, 해체 전문 인력도 양성 중이다. 또한, 해체 기술 58개 중 17개가 미확보 상태였으나 지난해 12월까지 13개를 추가 확보했고, 금년까지 나머지 4개 기술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리 1호기의 연혁과 해체 추진 일정 등에 관한 안내 표지판.
고리 1호기의 연혁과 해체 추진 일정 등에 관한 안내 표지판.(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 해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처리하는 것이다. 사용이 끝났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원전이 해체되면 과연 이 핵연료들을 어디에 보관할까? 그 해답은 바로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 용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원자로에서 사용된 핵연료는 직후 습식 저장고인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로 옮겨져 최소 5년 이상 보관해 잔열과 방사능을 줄이는데, 원전 해체 후에는 건식 저장 용기로 옮겨져 보관될 예정이다. 

건식 저장 용기 외부는 콘크리트나 금속으로 방사능을 차폐하고, 별도의 냉각장치 없이 내부 설비만으로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 더불어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와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고, 약 100톤 이상의 연료를 보관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에서 독자적으로 개발 중이며,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건식 저장 용기만 완벽히 탄생한다면 원전 해체의 큰 짐 하나를 덜어내는 셈이다.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 용기.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치이다. 현재 개발 중.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 용기.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장치이다. 현재 개발 중이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다음은 1호기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1호기 주제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 직원 9인씩 6조로 운영되었으나 현재 운영이 중지된 상태라 5인씩 5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가동이 중지되었어도 혹시 모를 상황과 핵연료 저장조 관리를 위해 24시간 감시 운전 체제이다. 고리 1호기는 과거에 건설되어 아날로그식 설비가 대부분인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원전들은 모두 디지털 설비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고리 1호기의 주제어실. 이곳저곳 파란색 영구정지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그럼에도 24시간 감시운전으로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주제어실. 이곳저곳 파란색 영구정지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그럼에도 24시간 감시 운전으로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마지막으로 고리 1호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용 후 연료 저장조’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보건 물리실이라는 곳에서 안전 장비를 철저히 갖춰야 했다. 겉옷과 양말, 필수 소지품을 제외한 나머지 소지품들은 모두 보관함에 넣어두고, 장갑, 양말, 가운, 내피, 안전화, 안전모를 모두 착용했다. 또한 방사능 오염 수치를 측정하는 ADR(자동선량계)과 TLD(열형광선량계)를 부착해야 저장조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매일 뉴스와 영화에서만 보던 저장조를 처음 실물로 보았다.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혹시나 방사선에 오염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작년 11월 1시간 동안 측정한 수치가 6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방사선 촬영 한 번이 100이라고 하니 그만큼 안전한 곳이다.

에메랄드 빛으로 마치 바다를 연상케 하는 이 저장조는 가로 8m, 세로 15m, 높이 12m로 현재 485다발의 연료를 보관 중이다. 이 다발들이 고리 1호기의 마지막 핵연료들로, 가동 중지 이후 4년째 열을 식히는 중이라고 한다. 해체 과정에서는 이 핵연료 다발들을 상온 노출 없이 안전하게 건식 저장 용기로 옮겨 담을 예정이다.

사용 후 연료 저장조. 높이 12m로 엄청난 규모이다. 현재 고리 1호기 마지막 연료들을 보관 중이다.
사용 후 연료 저장조. 높이 12m로 엄청난 규모이다. 현재 고리 1호기의 마지막 연료들을 보관 중이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저장조에서 나올 때도 체외 오염 검사를 진행하고, 가지고 들어간 소지품들도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철저히 검사했다. TLD 수치도 확인했는데 역시나 0이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운영은 중단됐지만, 안전을 위해 원안위는 계속해서 원전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검사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구정지 원전의 특성을 반영하여 정기검사 지침서를 별도로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의 건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규제하고 감독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 방법, 방사성 물질 제거 방법,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처분 방법 등을 포함한 해체 승인 신청서를 지난 5월 14일 원안위에 제출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 심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저장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정책 기자. 철저한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저장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정책기자. 철저한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지금까지 나에게 원전이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현장 방문으로 이런 생각을 모두 날릴 수 있었다. 방문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안전 수칙을 따르지 않은 경우가 없었고, 모든 관계자가 원전 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를 직접 두 눈으로 보며 이렇게나 많은 관계자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가동되는 원전을 걱정하는 만큼 영구정지되어 해체를 앞두고 있는 고리 1호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가 안전한 해체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믿고 맡겨도 좋을 것 같다.



김환정
정책기자단|김환정
khj9708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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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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