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전업주부 생활을 청산하고 어린이집 교사가 된 지인에게 가장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그녀에게 돌아온 의외의(?) 대답. “내가 일해서 내 맘대로 돈 쓰는 재미가 최고지 뭐!” 나는 사실 조금 더 거창하고 의미 있는 답을 원했었나 보다. 가령 “내 인생을 되찾은 느낌이야”라거나 “내 자식 키운 노하우로 다른 아이들 보살필 수 있으니 하루하루 감동이야” 같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엄마들에게 이보다 더 짜릿한 삶의 재미가 또 있을까 싶다. 내 힘으로 벌어서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그동안 아끼느라 못 해줬던 비싼 옷도 한 벌 사주고, 부모님께 당당하게 용돈도 드리고…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보육교사 양성 과정 무료 교육생 모집 공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온 지도 어언 3년째. 이렇게 저렇게 연을 맺게 된 엄마들 가운데 어린이집 교사가 셋이나 된다. “이 아파트에 어린이집 교사 특공(특별공급)이라도 있었어요? 왜 이렇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많으세요?”하고 물었더니 어린이집 교사를 하던 한 엄마의 권유로 하나둘 시작하게 된 거란다. 

올해 1학년, 3학년 남매를 둔 한 엄마는 최근 실습을 마치고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녀의 수업료는 단돈 0원?! ‘자격증 하나 따는 것도 돈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따라 붙었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공부한 건지 물었더니 아파트 게시판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0원으로 자격증 따기 노하우’로 꼽았다. 주변 엄마들이 하나, 둘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는 것을 지켜보던 중, 지역여성재단의 ‘보육교사 양성과정’ 모집공고를 보게 됐고 1년 6개월간의 치열한 공부 끝에 마침내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단다. 

전업주부였던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것은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이다.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고용 관련 비영리법인 및 단체와 협력해 지역 특성에 적합한 일자리 사업을 발굴, 제안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심사, 선정해 지원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협력 사업인데, 우리 지역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보육교사 양성 과정이 채택된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의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알아볼 수 있는 고용노동부 지역고용정보 네트워크 누리집.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사람을 길러내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은 동네마다 특화된 교육이 특징이다. 가령, 서울 강남구는 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 정립과 사업계획의 체계적인 준비를 통한 창업자 양성 과정을, 대구 중구는 지역의 여성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예, 귀금속 메이커 전문가 양성 과정을, 고령화가 심각한 충북 괴산군은 중장년층 여성 등 취약계층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요양보호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제 슬슬 엄마를 귀찮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사교육비 걱정에 제2의 직업을 찾는 경력단절여성이라면!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이라면!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일꾼이 되고 싶다면! 고용노동부 지역고용정보 네트워크(www.reis.or.kr)의 문을 두드려보자.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본다면 기회는 주어질 테니 말이다.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의 마지막 단계인 한 달간의 실습을 마친 후 작성하게 되는 실습 일지.

나이 들어 한다는 뒤늦은 밤샘 공부와 과제, 기획안, 교구 만들기 등으로 새치까지 생겼다는 그녀는 알까?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