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초,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지역가치 창업가 250팀을 선정했다. ‘지역가치 창업가’란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선정된 기업에는 최대 3000만 원의 정책 자금이 지원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초 지역가치 창업가 250팀을 선정했다.(출처=중소벤처기업부) |
올해 지역가치 창업가에는 2523개 팀이 접수해 경쟁률이 10.1:1을 기록했다. 경북 의성의 체험형 농가 레스토랑, 광주의 지역 출판물을 기반으로 한 웹 드라마 제작, 제주의 파지 농산물을 활용한 편식 개선 밀키트 등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로 떠나는 100년 전 수원 근대 역사 기행’이 디지털 문화 체험 분야로 선정돼 눈길을 끈다. 최근 디지털 산업의 주요 키워드가 된 ‘메타버스’라는 미래와 ‘근대 역사 기행’이라는 과거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디지털 기술로 만든 가상 세계로, 흔히 온라인 게임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이다.
어떤 학자들은 ‘메타버스’를 모든 사람이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가상 세계로 정의하기도 한다. 개인을 표현하는 아바타들이 놀이와 업무, 소비 등 인터넷 상에서 각종 활동을 하는 플랫폼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는 메타버스 앱 안에서 아바타를 통해 입학식을 열었다.(출처=KTV) |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가상 입학식, 아이돌 그룹의 가상현실 속 신곡 발표회, 자동차 회사의 신차 가상 품평회, 가상 수술실을 구현한 의료 현장 등 메타버스 기술이 다양한 영역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실감서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디지털 실감 영상관’ 등 문화 영역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술이 구현되고 있다.
‘메타버스로 떠나는 100년 전 수원 근대 역사 기행’이란 주제로 지역가치 창업가에 선정된 ‘17정글’을 찾아, 궁금한 점을 물었다. 사무실은 경기도 디지털 스타트업의 산실인 광교비즈니스센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인터뷰에는 사업 책임자인 김소연 실장과 문성은 팀원이 함께했다. 둘 다 아주대학교 졸업생으로 수원의 지역 특성을 살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17정글’ 사업 책임자 김소연 실장과 문성은 팀원.(사진 제공=17정글) |
Q. 지역가치 창업가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A. 다 함께 소리를 질렀어요. 너무 기뻐서요. 준비 기간이 짧아 빠듯했는데 팀원 모두 영혼을 다해 준비했거든요.
Q. ‘지역가치 창업가’에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나요?
A. 코로나19로 지역의 관광 산업이 침체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만든다면 상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저희 팀원들 대부분이 수원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원의 근대 문화유산을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어요. 뉴미디어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기술 전공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메타버스’ 구현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과학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사진 제공=17정글) |
사무실을 메타버스로 구현했다.(사진 제공=17정글) |
Q. 근대 문화유산에는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됐나요?
A. 저희 팀 모두가 수원 아주대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이에요. 자연스럽게 수원화성과 근대 문화 거리, 나혜석 거리, 공방 거리를 내 집 앞처럼 드나들었고요. 수원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화성은 널리 알려졌지만, 화성 주변에 근대 문화유산이 상당수 남아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이 역사적 가치를 알고 수원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있는 구 부국원은 일제강점기 건축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698호다. |
Q. 메타버스로 근대 문화유산을 구현할 경우 어떤 이익을 얻게 될까요?
A. 문화유산을 새롭게 경험하는 거잖아요. 많은 사람이 역사적 현장에 대해 즐겁게 배우고 체험한다면 자연스럽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존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뿐만 아니라, 향후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 상인과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계 안에 구현된 근대 거리 주변에 상점과 식당, 카페 등을 입점시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상권을 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메타버스에서 축제나 전시회도 열 수 있고, 시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 23번길은 일명 나혜석 거리로 벽화와 카페, 상점 등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
Q. 지역가치 창업가 정책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A.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 팀과의 협업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는 어떤 팀이 합격했는지도 잘 알지 못하거든요. 커뮤니티가 아직 없어요.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함께 만나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발표회나 축제가 온라인으로라도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 수원뿐만 아니라 서울과 대구, 군산 등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있는 여러 지역을 하나로 묶어 한국의 근대 거리를 재현한 새로운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싶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근대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펴본다면 또 다른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될 것이다. 먼지 뒤집어쓴 향토 사료를 일일이 살피며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찾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지역의 관광 산업과 상권을 살리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면 지역가치 창업가 ‘17정글’의 도전은 충분히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혁신과 창의로 뭉친 청년 창업가가 이들뿐만 아닐 것이다. 이들의 도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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