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막걸리 빚기’가 무형문화재가 됐다. 지난 15일 문화재청은 막걸리 빚기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리랑, 씨름, 해녀처럼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는 문화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지정은 국민이 직접 ‘숨은 무형유산 찾기’,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안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막걸리는 옛날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술이었다. 조선시대까지 막걸리는 김치, 된장처럼 집집마다 만들어 먹던 ‘가양주’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 가 보면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눈에 띈다. 한 편의점 브랜드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막걸리를 구매하는 20대, 30대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막걸리 빚기가 신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출처=문화재청)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마트 진열대에 놓여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홈술, 혼술이 대세다. 마침 밀키트(바로요리세트)에 관심이 가던 터였다. 주말을 맞아 집에서 ‘막걸리 빚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막걸리의 ‘막’은 ‘바로 지금’, ‘걸리’는 ‘거르다’를 뜻한다. 얼마나 금방 만들 수 있길래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막걸리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니 더욱 용기가 생겼다.

시중에 나와있는 막걸리 빚기 키트를 구매해 준비물을 챙겼다. 미지근한 물과 유리병, 쌀과 누룩. 전통적인 방법은 쌀을 깨끗이 씻어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 간 발효시켜 체에 걸러야 한다. 막걸리 빚기 키트는 이 과정을 단축시켜 만 하루 만에도 막걸리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제품이 많다.

깨끗이 씻은 병을 준비해 미지근한 물 1.5L를 붓고 쌀가루와 누룩(효소가루)을 부었다. 이어 가루가 잘 풀리도록 거품기로 저어준다. 벌써 특유의 술 냄새가 났다. 콕 찍어 맛보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뚜껑을 덮을 때는 살짝 틈을 주어야 가스가 흘러넘치지 않는다고 한다. 숙성은 20~25도 상온에서 두면 된다.

막걸리 빚기 준비물.

미지근한 물에 쌀가루와 효소가루를 넣었다.

가루가 물에 잘 풀리도록 섞어준다.

서너 시간 흘렀을까, 보글보글한 누룩의 거품이 떠올라 있었다. 효모들은 내가 자는 동안에도 일을 했다. 아침이 되니 거품이 사라져 있었다. 가까이 가 보면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좋은 술이 되렴!’ 응원의 눈길을 보냈다.

약 12시간이 지나 거품이 가라앉은 모습.

막걸리가 익기를 기다리며 해 볼 만한 테스트를 소개한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더술닷컴’의 ‘나만의 우리 술 찾기’다. 원하는 단맛과 신맛, 청량감, 바디감, 향, 알코올 도수의 정도를 체크하면 인공지능 소믈리에가 취향에 맞는 술을 추천해 준다. 나는 전남 장성의 사미인주와 강원 홍천의 술헤는밤 막걸리를 추천받았다. 술의 이름은 물론, 구매 가격과 방법까지 알려줘 편리하다. 

이렇게 고른 술은 더술닷컴과 네이버 푸드윈도가 함께 진행하는 전통주 기획전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전통주 제조 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한 이벤트로 이달까지 전통주를 구매하면 포인트 혜택을 준다. 기획전에 들어가니 수백여 종의 전통주가 나왔다. 이렇게 종류가 많았다니! 새삼 놀랐다. 탁주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빨간 막걸리, 스파클링 막걸리 등 처음 접하는 막걸리들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우리 술의 품질 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우리 술 품평회를 연다. 탁주, 약청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등 총 5개 부문별 대상과 함께 대통령상을 시상한다. 최근 5년간 생막걸리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술은 은자골생탁배기, 호담 산양산삼 생막걸리, 산정호수 동정춘막걸리, 우곡생주, 대대포 등이다. 막걸리를 처음 즐기는 사람이라면 상을 받은 주종부터 섭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막걸리를 추천해주는 AI 소믈리에.(출처=더술닷컴 화면 캡처)

푸드윈도 전통주 이벤트. 스파클링 막걸리는 여름에 즐기기 딱일 것 같다.(출처=더술닷컴 화면 캡처)

막걸리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념해 문화재청도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26일 오후 5시에는 수원 화성행궁에서 기념 행사를 하고, 26~27일은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K-문화유산’ SNS를 통한 참가 신청은 이미 마감됐지만 리스트에 포함된 양조장 26곳은 기회가 있을 때 얼마든지 방문해도 좋다. 전국에 분포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막걸리의 각 지역별 특색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양조장 방문과 관련한 또 다른 이벤트는 더술닷컴의 ‘찾아가는 양조장 모바일 스탬프 투어’이다. 전국의 양조장을 방문해 스탬프를 25개 이상 획득하면 선착순 50명에게 기념품을 준다. 수령 기한은 이달 30일까지다. 이벤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스탬프를 열심히 모았을 텐데, 아쉬움이 들었다. 

끝으로 농촌진흥청의 ‘전통주용 플레이버 휠’은 더 디테일하게 막걸리 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우리 전통주의 맛과 향을 한국인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단어로 표현한 도구다. 후각 11개와 미각 2개 영역의 89개 세부항목으로 달콤한 향부터 누룩향, 쉰 냄새까지 전통주의 맛과 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우리술 품평회’ 심사에서도 활용된다.

전통주를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 42곳.(출처=농림축산식품부)

디테일한 시음을 도와주는 전통주용 플레이버 휠.(출처=농촌진흥청)

막걸리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탐구하는 사이 어느덧 정해진 시간이 되었다. 뽀얗게 완성된 막걸리를 소분해 냉장고에 넣었다. 한 모금 마셔보니 시큼텁텁한 맛이 영락없는 막걸리다. 직접 빚은 막걸리는 아스파탐 등 숙취를 일으키는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차게 보관했다가 운동 후 마시거나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립백 커피(왼쪽)와 소분한 막걸리. 둘 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늘 사 먹기만 해서 몰랐는데 막걸리 만들기는 너무나 간단했다. 드립백 커피를 처음 선물 받았던 때가 떠올랐다. 낯설었지만 시도해 보니 참 간편하게 좋은 향을 즐길 수 있는 커피였다. 막걸리 빚기도 거의 그 정도로 쉬웠다. 무엇보다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다.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막걸리 빚기’ 문화가 생소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자. 무형문화재 체험은 물론, 맛있는 술까지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혜진 dahohy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