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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길을 산책하면서 눈으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어느 날 골목길을 걷다가 새로이 커피전문점이 문을 연 것을 보았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나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집의 커피 맛은 어떨까?”라며 들어갔다.
그런데 커피 같은 음료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었다. 매장 한쪽에 의류 및 패션 소품 등도 진열해서 판매 중이었다. 이른바 숍 인 숍(shop in shop)이었다. ‘엔트리(N.TREE)’라는 상호를 가진 이곳은 우리 동네 마을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 나눔봉제협동조합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지정하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동네 골목길 모퉁이에 커피점과 의류점이 결합된 매장이 있다. |
마을기업이라고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행안부 마을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에 의하면,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각종 지역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가리킨다. 최근에 행안부에서 마을기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성동구는 동대문구와 인접해 있다. 동대문구라고 하면 연상되는 게 있다. 의류를 도매로 판매하는 동대문시장이 밀집해 있다. 성동구 도선동 일대는 동대문구와 인접해서 동대문시장에 의류 등을 납품하는 소규모의 영세한 봉제 기업이 많다. 나눔봉제협동조합은 소규모의 영세 봉제 기업이 모여서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과 사업장 간 일감 공유 등 조합원들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들의 역량을 결집해서 직접 의류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여러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동네 마을기업인 나눔봉제협동조합은 어떤 수익사업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엔트리(N.TREE) 매장의 내부 모습이다. |
나눔봉제협동조합은 지난 1년간 엔트리(N.TREE)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지역 봉제인들의 제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 9월에 브랜드를 상호로 내세운 매장이 문을 열었다. 커피점에서 의류, 패션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봉제인들이 각자 솜씨를 발휘해서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오랜 세월 조합원들은 동대문시장에 납품하는 의류를 주문받은 후 제작하는 일을 해 온 덕분에 직접 의류를 제작하는 일이 가능하다.
매장 내 카페가 있어서 동네 주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
매장 문을 열 때 조합원들은 고심했다.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의류를 판매하는 매장만으론 매장을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에 카페를 접목하기로 했다.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카페다.
매장을 운영하는 진주희 매니저는 “동네 주민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매장을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옷을 구경하다가 구입할 때가 많다”라면서 “골목길 모퉁이에 매장이 위치해서 대로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조합원들이 제작한 의류는 원단 소재나 디자인 등의 품질이 우수한 반면 중간 유통을 없애서 가격이 저렴하다. 일단 의류를 구입해 본 주민들은 재방문해서 또 의류를 구입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 납품하는 차량. |
조합은 차량 2대를 구입해서 야간에 ‘다이렉트 묶음 배송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동대문시장에 배송할 적엔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이용하곤 했다. 그런데 차량을 이용하면 조합원이 십시일반 나눠서 매월 기사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만 지불하면 되니까 오히려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다이렉트 묶음배송 서비스’는 기존에 야간 퀵서비스 배송으로 인한 비용 과다 문제와 특정 시간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배송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제조합 차량을 통해 묶음 배송하는 서비스다.
‘2세대 봉제인 양성교육’은 현재 성동구 봉제업 종사자의 60% 이상이 50대인 현실에 착안해 패션 봉제 산업의 세대 간 연계와 전문성의 계승 발전을 통해 성동구 패션봉제산업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지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기본적인 봉제 교육만이 아닌 기획·디자인·마케팅 교육, 소셜커머스 판매 및 온라인 창업 교육, 경영컨설팅 등을 실시해 봉제 1세대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세대들의 아이디어와 체질 개선을 통해 제조업에 국한된 봉제업의 상생·발전을 유도하고자 한다.
매장을 방문한 동네 주민이 옷을 구입하고 있다. |
‘날아라 옷차’는 도매가 아닌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함으로써 비수기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이다. 성동구 관내 소영씨마켓과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 내 공감마켓 정에 입점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지난 2011년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 전국에서 1556개가 운영되고 있다. 행안부는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 방안을 통해 공동체적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전국 모든 마을에 마을기업을 만들어 향후 10년 동안 마을기업을 35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강아지 옷도 판매하고 있다. |
작년에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을 겪을 때 나눔봉제조합의 활약이 컸다. 작년 상반기에는 조합에서 천 마스크를 제작해 서울시와 성동구에 납품함으로써 마스크 수급에 기여했던 성과도 있다. 나눔봉제협동조합은 작년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시행해 성과를 냈다. 올 한 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마을기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네 주민으로서 우리 동네의 마을기업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내년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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