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더워진 날씨, 여름이 부쩍 다가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던 지난 7월 초. 나의 가장 큰 걱정은 날씨도, 다시 확산세에 있던 코로나도 아닌 다가오는 아들의 ‘방학’이었다.
내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을 떠올리면 가족과 함께 계곡이나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고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특별활동을 경험했던 기억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들의 여름방학은 내가 기억했던 여름방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돼 거리두기가 상향되며 스포츠 학원에서 예정되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되었고, 아이와 함께 보려고 했던 몇몇 문화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에 놓였다.
아이의 방학에 대한 걱정이 많아질 때쯤 아이를 통해 학교에서 보낸 안내문을 읽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방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도 빠르게 적응해왔던 대한민국에 걸맞게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줌을 활용한 영어 캠프. 학교에서 주최해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
가장 먼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온라인으로 즐기는 영어 캠프’였다. 평소 영어 학원을 보내자니 적지 않은 비용은 물론, 다른 아이들과 좁은 교실에 모여 수업을 듣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학교 주최로 온라인 영어 캠프를 진행한다니 더 늦기 전에 수업을 신청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에 예정된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은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추가로 반을 개설해 모든 학생이 영어 캠프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 함께 안내됐다.
오프라인 수업이었다면 무작위 추첨이나 선착순 신청으로 소수의 아이만 경험했을 영어 캠프. 우리 아들은 물론 또래 친구들까지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을 하고 바로 다음 주부터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 캠프가 진행됐다.
영어 캠프 꾸러미에 함께 들어있던 활동지. 다양한 먹거리와 프로그램 활동지가 들어있었다. |
학생들은 사전에 학교에서 직접 받거나 우편으로 받은 영어 캠프 꾸러미를 활용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선생님, 다른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코로나와 함께한 지 1년이 넘어서인지 선생님은 물론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 모두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아이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아이는 이전 영어 수업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수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수업에 대한 호평은 학부모에게도 이어졌다.
맞벌이를 한다는 학부모 한지수 씨는 “생각보다 높은 완성도의 프로그램이 충분한 시간 동안 진행되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다.
흥미롭게 짜여진 EBS 프로그램. 매일 아침과 저녁 아이가 챙겨보고 있다. |
교육방송인 EBS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방학 숙제를 겸해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의 연장선이었지만, 평소 쉽게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방송에서는 각 지역의 특징과 특산물을 설명하며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거나, 교과 과정에서 다뤘던 내용을 응용해 방송하며 수업 시간 때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학 숙제를 해야 한다며 조금은 투덜거리며 상을 펼치던 아이도 어느새 놓치지 않고 챙겨보며 해당 학년 수업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고학년 프로그램도 함께 시청하고 있다. 방송은 평일 오전과 오후, 각 학년에 맞춰 20분간 진행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시청할 수 있다.
어느덧 코로나 시국에 적응한 대한민국. 아이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출처=국립중앙과학관 유튜브) |
비대면 혹은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소개된 안내문을 참조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한민국 주요 박물관과 전시, 과학관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선착순으로 운영해 이미 마감된 것도 있었지만, 상시로 운영하거나 회차별로 운영해 아직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도 남은 방학 동안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온 지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분명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 그리고 아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코로나에 적응하고 있었다. 가장 안전한 가정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방학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