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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햇빛 농사’를 짓습니다

2021.08.18 정책기자단 신연정

“5년 전에 설치했어요. 그때는 지원금과 자부담이 반반이었는데, 올해는 지원금을 80%까지 준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에어컨 자주 트니까 아무래도 보탬이 되죠.” 

마주 보이는 아파트 동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댁이 있어 효과가 있는지 물었더니 선뜻 돌아온 답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댁인가 보다’, ‘전기 요금이 실제 얼마나 절약될까?’ 나만의 추측과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태양광 발전의 효력과 비중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했다.

 

하루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인 전력 피크 타임이 오후 3시에서 5시로 이동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태양광 발전, 특히 한전에서 거래되는 태양광 이외에 아파트 베란다나 물류창고 지붕 등에 설치한 ‘자가용 태양광’ 덕분이라고 한다. 전력 피크 타임에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수요의 11%에 달하는 전력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한여름에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은 가장 무더운 시간인 정오부터 오후 3시대일 거라 생각한다. 일면 옳다. 그런데 ‘자가용 태양광’ 발전기가 작동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더위가 한창인 시간은 태양광 발전기 또한 쌩쌩하게 돌아가서 전기를 많이 공급한다. 치솟으려는 계량기 눈금을 태양광이 붙잡아 두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태양광 발전 비중
7월 중 전력 피크 타임 태양광 발전 비중이 11.1%를 차지했다.(출처=산업통상자원부)


대신 태양광 발전이 누그러지는 오후 5시가 전력 피크 타임이 된다. 전력 피크 타임 조정은 태양광 발전이 대중화된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자가용 태양광 발전량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늘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5년 전에 베란다 태양광을 설치한 이웃 주민은 전기 요금이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고 한다. 볕이 잘 드는 곳에, 조금 더 출력이 큰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더라면 효과를 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지만, 태양광을 쓰면 환경이 나아진다니 안 하는 것 보다는 좋지 않겠느냐며 명랑하게 웃는다.

용인시 기흥구 한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용인시 기흥구 한 주택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단독주택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지인은 매우 만족스럽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4년 전에 지원금 전혀 없이, 400만 원 가까이 비용을 들였는데, 처음에는 부담이 컸지만 지나고 보니 전혀 아까운 투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전기 사용을 많이 한 이달 전기 요금이 3만 원대,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이웃은 8~9만 원이 나왔다니, 태양광 발전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인버터, 태양광 전력 변환기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량을 알 수 있다.
인버터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량을 알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택의 전기 요금은 한전이 설치한 계량기 수치에서 인버터에 기록된 태양광 전기 생산량을 빼고 계산한다. 전기 요금도 아끼지만, 무엇보다 온 세계에 ‘기후 위기’ 빨간불이 켜진 오늘, 환경을 살리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시민으로 작게나마 역할을 한다는 자긍심도 크다. 

나 역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출자를 했는데(1계좌 10만 원을 출자했다) 해마다 배당금을 받는다.

햇빛발전소는 매년 조합원에게 배당을 한다. 지난 해 배당율은 3%로 나는 3천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햇빛발전소는 매년 조합원에게 배당을 한다. 지난해 나는 3000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에너지 소비자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자로, 스스로 ‘햇빛 농사’를 짓는 농부라 말하는 조합원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전환에 절실함을 느낀 약 1400명의 시민이 출자금 13억 원을 모은 것이 조합 설립의 종잣돈이 됐다. 한살림 생산지나 물류센터 등 건물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약 56만kWh의 전기를 생산, 판매한다.

충북 괴산군 산두레 햇빛발전소, 햇빛발전소는 전국에 모두 11기가 있다. (출처=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충북 괴산군 산두레 햇빛발전소 전경. 햇빛발전소는 전국에 모두 11기가 있다.(출처=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처음엔 배당금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 계좌 이체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기부하기로 했다. 이미 여러 조합원이 배당금을 기부해, 2017년에는 라오스 산골 마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고, 2019년에는 국내 에너지 취약계층의 겨울 난방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내가 배당받은 3000원은 겨우 커피 한 잔 값일지 몰라도, 같은 뜻을 가진 여럿이 모이면 큰일을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태양광 에너지가 지속 가능한 기부를 만드니 꽤 괜찮은 순환이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은 2020 국가 에너지 전환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시민단체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누리집 : http://solar.hansalim.or.kr/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누리집에서 월간 발전량과 Co2 절감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누리집에서 월간 발전량과 누적 CO2 절감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숨은 태양광 발전 사례를 찾다 보니, 자연히 에너지 전환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진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의 경우 전력 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약 46.2%, 우리는 6.6%다.(2020년 추산, 한국전력공사 통계로 자가용 발전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에너지 전환,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촘촘하고 실용적인 정책들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신연정
정책기자단|신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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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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