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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프로젝트 덕에 동네랑 친해졌다

2021.08.30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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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눈부신 햇살이 자취를 감추는 그 자리를 화려한 조명이 대신한다. 해가 진 어두운 저녁이면 환하게 불을 밝힌 조명이 도시 곳곳을 비춘다. 특히 버스 안에서 차창 너머 야경을 바라보다가 ‘이곳이 내가 사는 서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탄하곤 한다. 서울과 같이 복잡하고 삭막한 대도시도 때론 아름답게 보인다. 

서울역 맞은 편 고층 건물 외벽에서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다.
서울역 맞은 편 고층 건물 외벽에서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이 서울역 역사에서 나올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게 있다. 맞은편 고층 건물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다. 미디어파사드는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얼른 귀가해야 하건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끝날 때까지 쳐다본다. 똑같은 장면이 반복될 때 비로소 자리를 뜬다. 최근 건물 외벽이나 담벼락에서 미디어파사드를 자주 볼 수 있다. 

고층 건물을 지나갈 때면 크고 작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고층 건물을 지나갈 때면 크고 작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고층 건물 근처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조형물이 있다. 멀리서 고층 건물을 발견하면 그 앞에 설치된 조형물이 궁금해서 두리번거렸던 적도 있다. 조형물 옆엔 작가와 작품명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행인으로선 조형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건물 앞에 약속이라도 하듯 조형물이 설치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등)에 의하면, 건축주는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조각·공예 등 미술 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에 출연할 수 있다.

서울 곳곳을 산책하면서 뜻하지 않게 작가들이 설치한 작품들을 대할 때면 두 눈이 즐겁다. 서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관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와 서울시가 협업해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서울시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되고 있다. 이른바 ‘서울, 25부작;’이다.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총 37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25부작;' 누리집에서 공공미술이 설치된 곳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 25부작;’ 누리집에서 공공미술이 설치된 곳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작품 공모를 시작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 작품을 선정하고 제작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에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출판, 영상 기록물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들도 탄생시켰다. 종로 낙원상가, 동대문구 답십리 영화촬영소, 양천구 잠수교, 도봉구 창동고가도로 등 지역적 특징을 담아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을 구현했다. 

최근에 이사 온 동네에도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 25부작;’ 누리집에 접속해서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대문구를 선택하니 지도상에 두 곳의 위치가 뜬다. 이사한 지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동네 지리가 낯설다. 그래서 내가 사는 동네와 친근해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된 곳을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창재 작가의 ‘바람산 연립’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김창재 작가의 ‘바람산 연립’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다.


김창재 작가의 ‘바람산 연립’ 배경이 되는 곳은 창천근린공원 및 바람산어린이공원 일대(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4-55번지 등)다. 신촌 기차역에서 내려 구립창천노인복지센터 쪽으로 가면 나온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살펴보면서 걷다 보니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다. 

지난 20대 때부터 신촌을 자주 방문했건만 이곳에 언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바람산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앞쪽에 신촌 동네가 지도를 펼쳐서 보듯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람산어린이공원이 있고, 연이어서 구립창천노인복지센터, 신촌문화발전소, 신촌동자치회관이 있다. 

김창재 작가는 지역주민들과 바람산 연립 아카데미를 진행했다.(사진='서울, 25부작;' 누리집)
김창재 작가는 지역주민들과 바람산 연립 아카데미를 진행했다.(사진=‘서울, 25부작;’ 누리집)


김창재 작가는 이곳에 공공기관 4개가 연이어 서 있고, 이 시설들이 각각 삶, 문화, 일, 정치라는 시민의 주요 요소를 대변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위한 그의 첫 제안은 네 개의 기관이 서로 유기적으로 엮일 수 있도록 공중다리를 놓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가는 최초의 계획을 수정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엮이고 변화를 위한 이해관계가 모이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했다. 그래서 바람산 지역의 시설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하고 그 기간에 4회의 워크숍과 3회의 강연으로 구성된 ‘바람산 연립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그리고 공모전에서 선정된 설계안을 시각 예술가들과 함께 출판물로 펴냈다. 김창재 작가의 ‘바람산 연립’은 흔히 대하는 미술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장르가 혼합된 작품인 셈이다.

고산금 작가의 ‘반사경, 반사문’ 작품은 홍제천 인공 폭포 일대(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70-181)에 설치되어 있다. 초저녁에 홍제천 인공 폭포를 찾았다.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여럿 보였다. ‘반사경, 반사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운치가 있었다.

고금산 작가의 '반사경'은 홍제천 인공 폭포 및 안산자락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고금산 작가의 ‘반사경’은 홍제천 인공 폭포 및 안산 자락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홍제천 폭포마당에 이르니 고금산 작가의 작품이 보인다. ‘반사경’은 홍제천 인공 폭포 드로잉 위에 텍스트를 얹어 구성된 작품이다. 서대문구 안산의 위치와 역사가 관련된 글을 부분 발췌하여 구슬로 전환해서 안산 자락 인공 폭포의 풍경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반사경 속 구슬에는 건너편에 있는 홍제천 인공 폭포의 맑은 수면과 안산 자락의 풍경이 비친다. 

고금산 작가의 '반사문'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고금산 작가의 ‘반사문’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반사문’은 ‘반사경’의 연장 작업으로 아치문의 구조를 띠고 있다. ‘잠시 멈춤–어제를 고찰함으로써 오늘을 통찰하고 내일을 예측한다’, ‘쉬어가기–참 고마운 하루 오늘도 고맙고 고맙습니다’라는 문장을 산책로 아치문 위에 구슬로 대치시켰다. 문은 경계이자 통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뜻이 있다. 

주민들이 홍제천을 산책하다가 휴게 공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앞쪽에 있는 산책로와 안산 풍경이 거울처럼 동시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몇몇 행인이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서 작품인 것을 인지하고 작품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다.

홍제천을 산책하면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홍제천을 산책하면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동네 곳곳을 발품 팔아서 돌아다니는 게 쉽지 않다. 명소가 있는 곳이라면 다르다. 이번에 다녀온 두 곳, 바람산 일대와 홍제천 인공 폭포 일대는 공공미술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길래 방문했다. 앞으로 시간을 내어서 서울 시내 곳곳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다녀야겠다.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의외의 공간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많은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철저히 우리들의 몫이다. ‘서울, 25부작;’ 누리집에서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된 장소, 작품의 설치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 작가 인터뷰, 작품 관련한 행사 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25부작;’
http://seoul25.kr/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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