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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엔 ‘랜선 고궁 나들이’ 떠나볼까

2021.09.17 정책기자단 박혜진

랜선 여행, 랜선 집들이, 랜선 영화제…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랜선 무언가’로 대체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1년 이상 집콕 생활을 겪으면서 점차 노하우가 생긴다. 올 추석 연휴에도 멀리 떠나지 않고 집에서 명절 분위기를 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택한 방법은 ‘랜선 고궁 나들이’다. 4대 고궁이 관람을 제한 운영하고 있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옛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연중 상시 개최하는 온라인 궁중문화축전, 국립고궁박물관이 다음달 31일까지 개최하는 ‘안녕, 모란’ 특별전을 관람해 보았다.

틀어놓기만 해도 좋을
창덕궁 달빛기행

창덕궁 달빛기행 영상은 4K 초고화질로 궁궐의 야경을 보여준다.
창덕궁 달빛기행 영상은 4K 초고화질로 궁궐의 야경을 보여준다.(출처=궁중문화축전 유튜브)


궁능유적본부가 매년 개최하는 ‘궁중문화축전’은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온오프라인 이벤트가 집중 개최되는 봄, 가을 주간에 더해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1_vDkQlNg0zjj-EQRXapww)에서는 온라인 축전 프로그램이 올 연말까지 상시 운영된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에는 ‘창덕궁 달빛기행’ 영상이 공개됐다. 모니터 화면으로 고궁의 야경을 불러올 수 있는 10분 남짓한 영상이다.

저녁 무렵 이 영상을 띄워놓으면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 것 같다. 실제 달빛기행 프로그램을 촬영한 영상은 참가자들이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나각 소리와 함께 궁으로 들어간 참가자들은 청사초롱을 들고 밤 산책에 나선다. 4K 초고화질의 영상은 궁궐 내부 벽화 등 방문 관람시에도 자세히 보기 어려운 디테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상은 나팔고둥 소리와 함께 궁궐에 입장하는 달빛기행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춘다.
영상은 나각 소리와 함께 궁궐에 입장하는 달빛기행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춘다.(출처=궁중문화축전 유튜브)


영상 속 동선은 돈화문-금천교-인정전-낙선재-상량정-부용지·부용정-불로문-존덕정 일원-연경당으로 이어지지만 꼭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다. 정자세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는다고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리 소리, 판소리 장단으로 귀를 호강하며 쉬기만 해도 좋다. 보폭에 맞춰 너울지는 청사초롱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간간이 들려오는 궁궐에 얽힌 이야기를 누워서 들어도 좋다. 창덕궁 낙선재의 승화루와 상량정의 경계를 이루는 ‘만월문’은 현존하는 유일한 원형 궁궐 문이라고 한다. 휘영청 뜬 달을 문의 모양으로 담은 선조들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영상을 본 뒤 한가위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한층 분위기가 살 것 같다. 

단청이 없어 수수한 외관의 낙선재는 밤이면 화려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단청이 없어 수수한 외관의 낙선재는 밤이면 화려한 공간으로 변신한다.(출처=궁중문화축전 유튜브)


부용지에 비친 청사초롱 불빛.
부용지에 비친 청사초롱 불빛.(출처=궁중문화축전 유튜브)


만월문의 형태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만월문의 형태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출처=궁중문화축전 유튜브)


궁중문화축전 가을 프로그램은 내달 15일 개막한다. 다양한 영상, 게임, 만들기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는 경복궁 곳곳에서 전시도 열린다. 자세한 행사 내용은 오는 20일부터 궁중문화축전 누리집(https://www.chf.or.kr/fest)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행사를 기다리며 볼 만한 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축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고양이 혼자 창경궁 다녀온 썰’은 회색 고양이 ‘궁냥이’의 시점으로 연출한 페이크 브이로그 영상이다. 궁냥이가 택시를 타고 창경궁에 도착하는 설정부터 소소한 웃음을 준다. 창경궁의 아름다운 경치는 덤이다. 웃음 참기 챌린지나 다름없는 메이킹 영상도 올라와 있다.

'고양이 혼자 창경궁 다녀온 썰' 영상(아래)과 메이킹 영상 썸네일.
‘고양이 혼자 창경궁 다녀온 썰’ 영상(아래)과 메이킹 영상 썸네일.(출처=궁중문화축전 누리집)
어른들이 고양이에 빙의해 연기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른들이 고양이에 빙의해 연기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출처=궁능문화축전 유튜브)


화려하게 모며든다
‘안녕, 모란’ 특별전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은 내달 31일까지 ‘안녕, 모란’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는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지만 VR 관람 콘텐츠와 온라인 해설 영상도 마련돼 있다.(https://www.gogung.go.kr/specialView.do?pageIndex=1&menuCode=GADM02&bizDiv=2&gallDiv1=3&cultureSeq=00022345UV)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 모란을 매개로 조선 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전시다. 

‘안녕, 모란’ 특별전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VR 전시에 입장하니 ‘모란이 피어나는 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오세요’라는 문구가 맞이했다. 바닥과 거울에 모란 무늬를 채운 복도를 지나 심사정, 허련 등 유명 화가의 작품과 모란이 그려진 옛 생활용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내달 31일까지 열리는 '안녕, 모란' 특별전은 VR 전시로 감상할 수 있다.
내달 31일까지 열리는 ‘안녕, 모란’ 특별전은 VR 전시로 감상할 수 있다.(출처=국립고궁박물관)


VR 전시에 입장하면 화려한 모란 무늬로 수놓은 전시장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VR 전시에 입장하면 화려한 모란 무늬로 수놓은 전시장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출처=국립고궁박물관)


특히 2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생활용품들은 물욕을 감출 수 없게 했다. 나전주칠 삼층농, 문갑은 겉면에 새긴 모란 문양뿐 아니라 강렬한 다홍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면서도 거북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화려함을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 단단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잘 알려진 ‘모란도 병풍’과 의궤 속 오밀조밀한 채색화는 도록을 통해 감상하면 좋다. 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 도록 역시 PDF 파일로 제공하고 있다. 155쪽 분량의 고화질 도록을 집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가꾸고 즐기다’, ‘무늬로 피어나다’, ‘왕실의 안녕과 나라의 번영을 빌다’ 등 총 3개의 전시 주제에 따른 책갈피가 제공돼 가독성이 좋았다.

2전시실에 전시된 나전주칠 문갑과 생활용품들.
2전시실에 전시된 나전주칠 문갑과 생활용품들.(출처=국립고궁박물관)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모란도 병풍을 대거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모란도 병풍을 대거 선보인다.(출처=국립고궁박물관)


전시 도록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고화질의 도판이 수록돼 있다.
전시 도록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고화질의 도판이 수록돼 있다.(출처=국립고궁박물관)


온라인 전시 해설 영상을 볼 때는 간식을 준비했다. 오미자차와 국내산 밤으로 만든 맛밤을 골랐다. 빨갛고 새콤달콤한 오미자차가 모란 전시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전시 해설은 김재은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설명에 따르면, 신라 진평왕대에 한반도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모란은 조선시대에도 꾸준히 사랑받았다. 일상용품뿐 아니라 흉례에까지 모란 상징이 활용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영상을 보고 나니 모란도를 따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모란' 전시 해설 영상을 보기 위해 오미자차와 맛밤을 준비했다.
‘안녕, 모란’ 전시 해설 영상을 보기 위해 오미자차와 맛밤을 준비했다.


김재은 학예연구사가 전시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김재은 학예연구사가 전시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출처=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


미술관과 박물관에 굿즈샵이 있다면 랜선 나들이에서는 ‘SNS 구독’이 비슷한 코스가 되겠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 기관이 운영하는 계정을 방문하면 메인 행사와 관련한 이벤트와 앞으로의 일정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인스타그램 계정(@gogungmuseum)에서는 개관 16주년 기념 5행시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고궁박물관’으로 5행시를 지은 팔로워에게 모란꽃 모양 무드등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당첨되지는 않았지만 기발한 댓글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가배, 가위’로도 불리는 추석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살기에 가장 알맞은 날씨여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속담이 붙었다고 한다. 두둥실 떠오를 보름달처럼 풍성하게, 안전한 랜선 나들이로 알차게 보내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혜진 daho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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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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