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ㅇㅇ 학생 어머니 맞으시죠? 지금 애가 조금 다쳤어요.”
동생이 등교를 한 지 10분도 채 안돼 엄마한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이 흉기에 찔려 다쳤고 어떤 남자들에게 끌려갔다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누군가 울면서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동생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말이지 상황은 ‘있을 법’ 했다. 엄마는 실제로 당해보니 너무 당황스럽고, 찝찝한 마음 때문에 곧바로 전화를 끊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말로만 듣던 보이스피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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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바로 스팸 신고를 했다. |
보이스피싱의 유형은 다양한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은 누군가를 사칭하는 사기이다. 자녀를 사칭해 상품권을 구매해서 보내달라든가, 금융기관을 사칭해 내 개인정보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서 결국에는 금전을 요구한다.
이번 일로 다행히 금전적인 피해는 보지 않았지만 보이스피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커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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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돈을 이체할 때 보이스피싱 경고 문구가 뜬다. |
지난 9월 발표된 ‘2021년 상반기 스팸 유통현황 자료’에 따르면 음성·문자 스팸 신고 및 탐지 건은 2020년 하반기에 비해 2021년 상반기에 15% 증가했고,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피해액 규모가 7000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이 발표됐다. 불법스팸 전송자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고, 불법스팸 전송자에 대한 추적도 2일 이내로 더 빨라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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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출처=정책브리핑) |
보이스피싱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예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개인 고객이라면 해당 은행 인터넷 뱅킹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다. 단말기 지정 서비스, 추가인증 서비스 두 가지가 있다.
단말기 지정 서비스는 본인인증 절차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단말기를 지정하는 것이다. 추가인증 서비스는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거나 타행 발급 공인인증서를 등록할 때, 인터넷 뱅킹으로 1일 누적 300만 원 이상을 이체할 때 추가로 본인인증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이체를 했더라도 3시간 내에 취소 버튼을 누르면 거래가 무효로 되는 ‘지연이체 신청제도’, 미등록 계좌에는 하루 최대 100만 원 이상을 이체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입금 계좌 지정 서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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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킹 앱을 이용해서 쉽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
점점 보이스피싱의 범죄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 이번 일로 가장 소름 끼쳤던 점은 동생의 이름 석 자까지 알아냈다는 거다. 과연 엄마의 전화번호, 동생의 이름과 신분이 어떻게 노출된 것일까? 지속적인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신속한 신고 외에 개인정보보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평소에 보이스피싱을 인지하고 있었더라도 막상 전화가 오면 당황해서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보이스피싱 지킴이(https://phishing-keeper.fss.or.kr/fss/vstop/main.jsp)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보이스피싱 체험과 대처 요령에 대해 나와 있으니 한 번씩 시청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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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이스피싱 전화가 어떻게 오는지 들어볼 수 있다.(출처=보이스피싱 지킴이 누리집) |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기관이나 금융기관은 전화 혹은 문자로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 돈을 요구한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민서 kmssa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