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잠시 쉬었다 가려고 카페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구를 바라보니 정면 눈높이에 부착된 스티커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성동구 치매안심마을 안심지킴이’ 스티커다.
카페 출입문에 ‘성동구 치매안심마을 안심지킴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
커피를 주문하면서 보니 계산대에도 성동구치매안심센터 안내 책자가 있다. 거기에 시선을 두고 책자를 만지작거리니까 직원이 나에게 “자리로 갖고 가서 읽어도 된다”라고 말한다. 책자와 스티커에 대해 묻자 주방에 있던 대표가 나와서 내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성동구치매안심센터에서 배포한 치매 안내 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
카페가 있는 이 동네는 치매안심마을이었다. 치매안심마을은 치매에 대한 편견 없이 치매가 있어도 환자와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이다. 치매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치매안심마을은 특정 지자체에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공공 및 민간, 지역사회 단체가 운영위원회를 결성해서 치매안심마을을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 성동구는 치매안심마을 1호로 금호2, 3가동, 2호로 성수1가제2동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1가제2동인 이곳은 대로변을 따라 상점이 줄지어 있다. 상점마다 출입구에 ‘성동구 치매안심마을 안심지킴이’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치매안심길의 풍경이다.
‘치매안심택시’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
그뿐만 아니다. 택시를 타고 뒷좌석에 앉았는데 앞 좌석 뒷면에 붙은 스티커가 눈에 띈다. ‘치매안심택시’를 알리는 스티커다. 현재 성동구치매안심센터는 성동구에 있는 5개의 택시 회사와 협업해서 치매안심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 승객들에게 치매를 알리기 위한 취지다.
올해부터 시행되었는데 내가 커피전문점 출입구의 스티커를 보면서 의문을 가졌듯 간혹 승객들이 기사에게 ‘치매안심택시’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단다. “지금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우리가 홍보하고 있다. 치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스티커의 QR코드로 접속해서 알아볼 수 있다”라고 한다.
‘치매안심택시’를 운전하는 택시 기사는 성동구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교육을 받았다. |
‘치매안심택시’ 스티커를 붙이고 택시를 운전하면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기사에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택시를 탄 어르신이 목적지를 얘기하는데 횡설수설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치매 환자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로 모셔가서 경찰관에게 인계해드렸다”라고 말했다. 자칫 길거리를 헤맬 수도 있는 치매 환자에게 도움을 드린 것이다.
치매안심택시를 운전하다 보니 성동구치매안심센터에서 실시하는 치매 교육도 받고, 예전과 달리 기사들이 모이면 치매에 관한 소재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 기사들 연령대가 중장년층 이상인 데다가 치매가 나와 내 가정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단 경각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치매안심택시’를 타는 승객이라면 기사에게 치매안심택시에 대해서 물어본다. |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4년 차를 맞이했다.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치매안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뒷받침하는 여러 정책이 시행 중이다. 특히 ‘사회적 돌봄 확대를 위한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에 눈길이 간다.
치매 환자를 둔 가족 당사자가 아니라면 치매로 인한 고통을 헤아리기 힘들다. 하지만 치매는 누구에게든 생길 수 있는 질병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치매 환자와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치매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 같다.
성동구치매안심센터는 지난 2020년 치매안심마을 조성을 시작으로 해서 점차 치매안심길, 치매안심택시로 확장하고 있다. 앞서 카페 대표와 택시 기사에서 보듯 하나둘씩 치매를 알아가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레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 갈 것이다. 이런 게 치매 친화적 환경이다. 대한민국 전 국토가 하나의 커다란 치매안심마을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