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아무 일 없었으면 했다. 봄철 불청객 산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최악의 겨울 가뭄, 강풍으로 20여 년만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울진·삼척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은 큰 생채기를 내고 진화됐다. 다행인 것은 2020년 4월 1일 소방직이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된 후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로 산불 진화를 한 것이다.
경북 울진·삼척 산불이 발생한 후 소방청장은 전국에 소방동원령을 발동했다. 3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투입된 소방공무원은 연인원 1만130명, 소방장비 3450대, 의용소방대 총 5273명 등이다. 소방청장이 현장에서 시도 경계를 초월해 달려온 소방관들을 지휘했다. 산불 진화 모습은 TV 뉴스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국민들은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을 응원했다.
2020년 4월 1일 소방직 국가직화 이후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공무원들은 소방청장 지휘로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 삼척 LNG 기지, 금강송 군락지 및 불영사 등을 사수할 수 있었다. 소방관 국가직화는 산불 등 대규모 화재의 조기 진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2020년 4월 1일 소방직 국가직화 이후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공무원들은 소방청장 지휘로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출처=산림청) |
소방공무원 신분은 1973년 2월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2020년 4월 1일부로 국가직으로 바뀌었다. 소방직 국가직 전환은 1973년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뒤로 47년 만이다. 4월 1일은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소방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0년 4월 1일 소방직 국가직화 이후 전국의 소방 서비스가 같아졌다.(출처=소방청) |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소방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똑같아졌다는 것이다. 소방공무원이 지방직 신분이었을 때는 지자체 재정에 따라 달랐다. 재정이 어려운 시군은 그렇지 않은 시군에 비해 소방관 숫자도 적었고 장비도 달랐다.
예를 들어보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차량 중 소방펌프차가 있다. 이 차에 탑승하는 인원은 기본이 4명이다. 운전자 한 명과 진압 및 인명 구조 등 세 명이 함께 탑승한다. 그런데 소방 인력 부족으로 2명이 탑승하는 지역도 있다. 이렇게 되면 화재 현장에 가서도 효율적인 화재진압과 구조활동이 쉽지 않다. 소방대원 안전도 위협받는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소방펌프차로 기본 4명이 탑승한다.(출처=소방청) |
요즘 소방은 화재보다 구급활동이 더 많다. 소방관이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자체 재정에 따라 소방 인력과 장비에 차이가 있었다. 즉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소방 서비스가 달랐다.
대도시든 시골이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소방 서비스를 받게 됐다. 모든 국민이 소방 서비스를 똑같이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 47년 만에 소방직 국가직화로 실현됐다.
성남시 분당소방서에서 고가 사다리차 훈련이 한창이다. |
엊그제 경기도 성남시 분당소방서를 방문했다. 분당구는 고층 빌딩이 많다.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분당소방서에 가보니 고가 사다리차 훈련이 한창이었다. 얼마 전에 서울과 속초, 강릉에서 고층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도 났다. 고가 사다리차 훈련 모습을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어서 안심된다.
분당소방서 나세권 소방관은 소방직 국가직화 2년을 맞아 “국가공무원이라는 자부심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후 일선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은 어떤 마음일까? 분당소방서 나세권 소방관은 “소방직이 국가직화가 된 이후 첫째, 책임감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지방직일 때는 경기도민을 위해 일했지만, 이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합니다. 둘째, 자긍심이 더 커졌습니다. 즉 국가공무원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런 책임감과 자긍심으로 국민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월급이 더 오른 것은 아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후 공무원으로 직책과 호봉에 따라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소방관 지위가 승격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전국의 소방관들이 국가직화를 원했던 것은 자신들의 명예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똑같은 소방 서비스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한 후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다. |
코로나19 이후 소방관들은 화재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도 싸우고 있다. 구급차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한다. 감염 방지 보호복을 착용하고 출동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이송 과정에서 소방관도 감염될 수 있어 철저하게 무장하고 출동한다.
서울소방학교에 있는 소방혼 비. |
2020년 서울소방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소방학교 안에 소방혼 비가 있었다. 회재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을 위로하는 비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기 마련이다. 소방관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화재를 진압한다. 소방관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방직 국가직화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 안전하게 지키는 계기가 되었다.(출처=청와대) |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소방관이다. 국민이 부르면 소방관은 언제 어디서든 달려간다. 요즘은 화재보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소방관이다. 소방직 국가직화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 안전하게 지키는 계기가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 소방 서비스는 국민 안전으로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전국의 소방관들에게 경의와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