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일주일 동안 배달음식 등에 의지해야 했다. 배달음식을 먹지 않는 날에는 대형마트의 배송 시스템을 통해 재료를 받아서 요리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의 격리가 끝나고 남은 건 수많은 1회용품. 배달음식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북했다.
버리고 버려도 끝이 없었다. 이렇게 1회용품을 사용했나 싶었다. 실제 통계에서도 1회용품의 사용량은 놀라운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0~40% 이상 증가한 1회용품 사용량. 그래서 사람들은 친환경, 제로웨이스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놀이공원의 쓰레기통이 제로웨이스트라는 옷을 입었다. 쓰레기통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
코로나19가 낳은 잦은 1회용품 소비에 대한 반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인 사례와 자신만의 쓰레기 줄이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배출을 제로(0)에 가깝게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챌린지로도 불리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개개인이 실제로 쓰레기를 줄인 사례를 ‘#제로웨이스트챌린지’, ‘#Zerowastechallenge’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소개하기도 한다. 용기내 챌린지(개인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거나 시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개인 용기로 담는 방법), 남은 재료 활용해 요리하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 등이다.
서울 구로구 한 대형마트에 입점한 제로마켓. |
서울시에서 백화점, 대형마트에 제로웨이스트 숍인 ‘제로마켓’을 입점시켰다는 소식이 들렸다. 실제 방문해본 제로마켓은 제로웨이스트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제로웨이스트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나무 칫솔, 친환경 비누, 샴푸, 트리트먼트, 타월 등 꽤 많은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품도 제로웨이스트다. |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기, 수세미, 집게, 뜰채 등도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친환경 제품으로만 바꿔도 1회용품과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제로마켓에는 용기내 챌린지와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바로 리필스테이션으로, 천연 주방/세탁세제를 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했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리필스테이션. |
그 외에 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먼저, 봄을 맞아 일반 자전거 대신 재생자전거를 구매했다. 재생자전거는 버려진 자전거를 수거해 고쳐 중고로 판매하는 자전거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값싼 가격에 이미 많이 팔린 재생자전거. |
실제 내가 구매한 재생자전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탄소 계산기를 돌렸더니, 20.4kg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수도권 출퇴근 승용차 6대를 줄인 것과 같단다. 자전거 구매로 탄소 배출을 줄인 셈이다.
어느덧 기후위기는 우리 삶에 다가왔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25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탄소중립법의 시행으로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으고자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20.4kg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
또한, 탄소중립 도시의 지정, 녹색교통의 활성화, 탄소 흡수원 확충 등 부처별로 특성화된 감축 정책을 추진할 법률적 근거로 탄소중립법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친환경차, 차세대 고속열차 KTX-이음 등으로 대표되는 녹색교통,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등이 더욱 확충될 예정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지 보름 정도 지났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작은 불편함으로 지구를 살리는데 보탬이 된다면 이 정도 불편함은 기꺼이 이겨낼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