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탄 지하철 객실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낯선 설비가 눈에 띈다. 궁금해 가까이 가서 보니 ‘공기 질 개선장치’라고 씌어있다. 또 반대쪽에는 미세먼지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한참 전에 2022년까지 인천지하철 1, 2호선 모든 전동차에 공기 질 개선장치를 확대 설치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계획 그대로 시행이 되어있어 참 반가웠다. 공기 질을 정화해주는 장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 붐비는 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에 주저함이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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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질 개선장치가 설치된 인천지하철 2호선. |
2년반 전쯤 인천지하철 1호선 1개 열차에 미세먼지를 낮추는 공기 질 개선장치가 시범설치됐었다. 실제로 공기 질 개선 효과가 있다는 조사를 접하면서 이런 설비가 단 1개 열차에만 있다는 게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환경부의 ‘제3차 지하역사 공기 질 개선대책’에 발맞춰 올해까지 인천지하철 모든 전동차에 공기 질 개선장치가 설치된다. 이제 내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모두 미세먼지가 관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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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센서로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관리한다. |
지하철 역사 안에서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전광판을 보긴 했지만, 그럼 나는 ‘미세먼지 수치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한다는 거지?’라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환승통로 한편에 커다란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것을 봤고, ‘미세먼지 저감장치’라는 표시도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미세먼지 센서’와 ‘공기 질 개선장치’가 지하철 객실까지 장착된 걸 보니,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위해 해온 순차적인 노력들이 체감된다.
지하철 공기 질 개선장치는 이중으로 설치된 필터를 통해 1차로 일반 먼지를 걸러내고, 2차로 초미세먼지를 90% 이상 거를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12분마다 지하철 내 전체 공기를 거를 수 있는 시설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더라도 차량 객실은 외부 오염물질 유입이 차단되고, 실내 공기정화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에 외기 미세먼지 농도의 약 55% 수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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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역사 공기 질 개선사업 주요 지원 내용.(출처=환경부) |
환경부에서는 12월부터 다음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3년차인 이번에는 전국 지하역사의 미세먼지를 미리 저감시키기 위해 습식 청소를 하는 노력을 더했다. 승강장, 대합실, 환기구까지 물청소를 더욱 자주 해 지하역사 실내 공기 질 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또 효과적인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실질적인 노력들이 이어졌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노력도 고맙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초록색 지하역사 환경이 무척 크게 다가온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인천시청역 대합실에 가보니 스킨답서스, 테이블야자와 같은 공기정화식물들이 있다. 지하 공기 질 개선 역할은 물론이고, 녹색 인테리어 효과가 있어 사진찍는 재미에 삭막함이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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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정화용 식물로 공기 질 개선 역할을 기대하는 인천시청역. |
서울의 지하철 선릉역, 역삼역, 청담역에는 지하보도에 작은 정원으로 꾸며진 ‘미세먼지 프리존’이 있다. 청담역 미세먼지 프리존을 걸어가보니 벽에는 미세먼지 센서가 있고, 공기정화식물을 심어 좋은 공기와 환경을 유지한다. 마치 식물원처럼 식물 이름표도 안내하는 덕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식물 구경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하철 공기 질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걸까? 찾아보니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역사 내 미세먼지를 자체 측정한 결과, 올해는 10년 전보다 하루 평균 37.3% 줄었고, 전동차 객실 내 미세먼지도 10년 전보다 33% 줄었다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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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프리존이 조성된 서울 지하철 청담역. |
이제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전국 지하역사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실내공기질 관리 종합정보망 누리집(www.inair.or.kr/info)과 모바일 앱(인에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승객은 미세먼지 나쁨 정도만 판단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지하역사 승강장에서 초미세먼지를 항상 측정하게 되어 지하역사 관리자는 보다 체계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저감하는 조치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설 관리를 강화하는 목적은 단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환경부가 올해 초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탄소중립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로 세운 업무계획 중 하나가 ‘편안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다. 매일같이 많은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다양한 장치가 시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를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