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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뉴딜 사업 덕에 일하고 있어요!

2022.05.27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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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두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자칭 커피 애호가인 나는 최근 커피 추출기를 장만했다. 집에서 커피점 수준의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까진 좋았다. 커피를 추출한 뒤 생기는 커피 찌꺼기(이하 커피박)의 처리 방법에 대해 남편과 이견이 있었다. 

남편은 커피가 열매니까 당연히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한다고 했다. 남편과 실랑이하기 싫어서 평소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검색하는 ‘내손안의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서 보여줬다. ‘커피 원두 찌꺼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배출합니다’라는 내용을 본 남편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다. 비단 남편뿐이겠는가!  

커피 원두를 추출한 뒤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
커피 원두를 추출한 뒤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


커피 원두를 추출한 뒤 따질 필요 없이 커피박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하루에 두세 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로선 커피박 쓰레기가 늘어날수록 환경오염이 걱정되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하는 게 친환경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커피를 마시는 만큼 커피박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커피를 마시면서도 한편으론 유쾌하지 않았다. 

그런 나의 기분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커피박을 재활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어르신이 커피점을 돌면서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다. 두 분의 어르신이 커피박을 수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니 그분들을 따라 동행해봤다.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서 개발한 타일(좌)과 의자(우)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해서 개발한 타일(좌)과 의자(우).


평일 오후 1시까지 어르신들은 성수동에 있는 포이엔 사무실로 출근한다. 포이엔은 커피박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포이엔은 지난 2017년부터 커피박 재활용 사업에 진출해서 커피박으로 비료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커피박으로 테이블, 의자, 타일, 쟁반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현재 폴바셋 매장 두 곳에 커피박으로 만든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김학수, 신은철 두 분의 어르신이 커피박 수거를 담당하고 있다. 두 어르신은 커피박 수거에 필요한 장비를 챙겨 들고 자동차로 향했다. 2인 1조여서 교대로 한 분이 운전할 때면 다른 한 분은 커피점에서 커피박을 수거한다. 김학수 어르신이 운전하는 차량에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포이엔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 오늘 커피박을 수거할 커피점 목록을 알려준다. 신은철 어르신이 커피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매장에 있던 직원이 커피박이 든 비닐봉지를 넘겨준다. 

두 분의 어르신이 커피점을 순회하면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다.
두 분의 어르신이 커피점을 순회하면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한다.


마침 매장에 손님이 없었다. 직원에게 커피박을 수거해가니 어떤지를 물었다. 직원은 “저희는 정말 감사하죠. 커피박을 수거해가지 않았을 땐 커피박을 쓰레기로 버렸거든요. 커피점이다 보니 커피박 쓰레기양이 많아서 종량제 봉투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렇게 가져가시니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직원이 “커피박을 수거해서 재활용한다고 하니 저희가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을 드리는 것 같아 좋습니다”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래서일까? 어르신이 커피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직원들이 어르신을 반겨 맞아준다. 

커피점 매장에서 어르신이 직원으로부터 수거해 갈 커피 찌꺼기를 건네받는다.
커피점 매장에서 어르신이 수거해 갈 커피 찌꺼기를 건네받는다.


김학수 어르신은 3월부터, 신은철 어르신은 4월부터 커피박을 수거하고 있다. 두 어르신은 하루에 평균 커피 두 잔을 마신다고 했다. 하지만 커피박을 수거하면서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두 어르신은 “그동안 커피를 마시면서도 커피박이 이렇게 많이 배출되는 줄 몰랐어요. 커피 한 잔에서 배출하는 커피박이 소량이었던 탓에 예상하지 못했죠”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매주 3회 커피박을 수거하는 커피점의 경우 커피박 배출량이 너무 많아서 손수레를 이용해서 운반하고 있었다.

어르신이 손수레로 커피 찌꺼기를 옮기고 있다.
어르신이 손수레로 커피 찌꺼기를 옮기고 있다.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성동구에서 거주하는 어르신은 마침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수시로 성동구청 누리집에 접속해서 채용공고를 살펴봤다. 올해 2월에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에서 커피박을 수거하는 현장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지원했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성동구청 출자기관으로 성동구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어르신 복지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설립되었다. 

성동구 관내 커피 찌꺼기 수거 및 전처리 근무를 할 현장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어르신들은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의 직원으로 현장에 파견 나가서 근무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하루에 4시간씩 근무한다. 성동구 관내 커피박 수거를 원하는 커피점을 방문해서 커피박을 수거한 뒤 커피박을 건조하여 포장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커피점 직원은 커피 찌꺼기를 전량 수거해가니 어르신을 반겨준다.
커피점 직원은 커피 찌꺼기를 전량 수거해가니 어르신을 반겨준다.


김학수 어르신은 자영업으로 재활용 사업을 했던 적이 있다. 폐섬유를 가지고 건축자재를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에 커피박 재활용 사업으로 커피박을 수거하는 일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그동안 커피박을 수거한 적이 없는데 난생처음 커피박을 수거해보잖아요. 새로운 일이어서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어르신은 “이게 주민 주도의 지역균형 뉴딜 사업이라고 들었어요.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전국으로 확산한다고 하니 제가 선구자 역할을 하는 셈이죠?”라면서 웃음 짓는다. 

신은철 어르신은 “처음엔 커피박을 수거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데 한 달을 넘기면서 이 일을 하다 보니 이젠 익숙해졌어요”라고 말한다. “하루 4시간 근무여서 저와 같은 노년층의 일자리로 좋네요. 체력과 시간 면에서 많이 할애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어르신들이 커피점에서 수거한 커피 찌꺼기를 차량에 싣고 있다.
어르신들이 커피점에서 수거한 커피 찌꺼기를 차량에 싣고 있다.


어르신들은 또래 지인들이 정년퇴직하고 일이 없어서 답답해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한다. 김학수 어르신은 “과거에 했던 일자리의 연장선상에서 일을 찾으려고 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일이라도 도전한다면 저처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신은철 어르신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일자리를 찾으려면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채용 공고문을 검색해봐야 하는데 말입니다”라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행정안전부는 작년 연말에 주민주도형 지역균형 뉴딜 우수사업 공모를 통해 총 48개 지자체, 40개 사업을 선정했다. 지역균형 뉴딜 사업에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대국민 체감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추진되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시원한 음료를 찾아서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시원한 음료를 찾아서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다.


한국판 뉴딜에 지역균형 뉴딜이 있다. 서울 성동구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주민 주도형 지역균형 뉴딜 사업에 선정되었다. 그래서 경기 안성시, 화성시와 협업하여 폐기물 재활용 자원순환 모델인 ‘커피박 재활용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시원한 음료를 찾아서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커피를 마실 때마다 발생하는 커피박을 줄일 수 없다. 그렇다면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커피박 쓰레기도 줄이고, 어르신 일자리도 창출하고, 커피박을 원료로 한 신제품도 개발하는 등 일석삼조의 성과를 내는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길 기대해본다. 지역주민이 주도하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윤혜숙
정책기자단|윤혜숙
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메일 연락처: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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